한나라 승(勝), 민주 패(敗) ‘손학규 대안론’vs‘박근혜 무용론’

6·2지방선거- 3人의 정치 전문가 대예측

2010-05-31     홍준철 기자
6·2 지방선거 결과가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날 전망이다. 본지는 정치컨설팅 e윈컴 김능구 대표,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 한길리서치 김창권 대표 등 3인의 정치전문가 모두 한나라당 선전, 민주당 패배를 예견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 원인으로 ‘전략 부재’, ‘민주당 특유의 관성’, ‘대국민 메시지 전달 실패’ 등을 각각 꼽았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후폭풍은 민주당이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의 경우 당 지도부 쇄신, 외부인사 영입, 당 리모델링 등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세종시, 개헌, 전당대회, 7·28 재보선 등 주요 현안과 정치일정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고 MB 집권 하반기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지방선거 최대 화두였던 북풍과 노풍 대결 구도는 북풍의 완승이었다.

지난 5월 20일 천안함 침몰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면서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는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인 5월 23일과 겹치면서 노풍은 민심을 파고드는 데 실패했다.

천안함 사건 조사 발표전까지 민주당은 경기도지사로 김진표 후보를 누르고 단일 후보로 된 유시민 효과로 수도권까지 선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인천 송영길 후보 역시 한나라당 안상수 현 시장을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막판 대역전을 노렸다. 민주당 서울시장 한명숙 후보 또한 노풍에 유시민 효과를 기대했다.

또한 경남의 무소속 김두관 후보, 충남의 민주당 안희정 후보, 충북의 이시종 후보, 강원도 이광재 후보까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거나 한나라당 후보를 맹추격하는 양상이었다.


‘노풍’ 잠재운 ‘북풍’… 보수진영 결집으로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다음날인 5월 24일 연이은 이명박 대통령의 ‘북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대국민 담화문이 발표되고 북한이 이에 맞대응을 하면서 한반도 전쟁설까지 나돌았다.

선거 1주일을 앞두고 청와대의 연이은 강경 발언으로 노풍은 삽시간에 실종하고 북풍이 한반도 전역을 장악했다. 이는 곧 보수진영의 표 결집으로 나타났고 이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및 야권 후보의 맹추격은 주춤하거나 꺾이기 시작했다.

한길리서치 김창권 대표는 “선거가 재미없게 됐다”면서 “천안함 사건이 노풍을 누르면서 앞서고 있던 경남, 충남까지 흔들렸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천안함 책임 소재를 ‘안보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 정권 심판론으로 갔어야 했다”며 “민주당이 정세판단 및 전략적 판단에 전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포스커뮤니케이션 김창권 대표 역시 “한명숙 후보가 선거를 좌지우지 못하면서 역으로 경기, 인천지역까지 맥을 못췄다”며 “막판 ‘견제론’으로 인해 야당 결집효과가 존재했지만 승패를 뒤집기에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패배 원인으로 그는 “민주당 고질적인 문제인 대표 선수가 부재했고 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실종됐다”며 “한명숙 카드나 천안함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전체적으로 전략의 부재가 패배를 자초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치컨설팅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서울 경기는 힘들지만 충남은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당선된다”며 “인천과 경남은 단순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앞섰지만 적극 투표층에서 야권 후보가 근소하게나마 앞서 막판 당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체 16개 광역단체장에서 인천 1석, 호남 3석, 충청 1석, 야권연대 1석으로 민주당이 선전했다고 보긴 힘들다는 분석엔 동의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가장 큰 피해자는 정세균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될 것이라는 데 3인은 동의했다. 포스커뮤니케이션 이 대표는 “당장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박 후보가 도전장을 던지는 것은 어렵게 됐고 손 놓고 있었던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당원·대의원에게 표를 달라고 하기도 어렵다”며 “정몽준 대표가 재신임을 받았다는 점에서 합의 추대 분위기로 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그는 “정세균 대표의 철저한 패배다”며 “야권발 정계개편까지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동영, 정세균, 손학규 등 누가 한명이 나서서 1인 당 대표 체제유지보다 그는 “손 전 지사는 유시민 단일화 과정에 논쟁이 있었고 정동영 의원은 전북 지역 공천 분열의 책임이 있어 쉽게 당 대표 도전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집단성 지도체제로 바뀔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천안함 도박, 정치가 경제 발목 잡아

한길리서치 김 대표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설 땅이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 대표가 이번 선거패배에서 다소 자유로운 손 전 지사를 지원해 손학규가 당내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한나라당의 경우 그는 “정몽준 당 대표, 박희태 국회의장 등 순조롭게 정치행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단지 박근혜 전 대표가 팔짱끼고 있었다는 점에서 친이 진영의 대항마가 나오면 차기 대권 후보로서 지지율 30%대도 무너질 수 있다”고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e윈컴 김 대표는 “정세균이나 정동영, 손학규가 바로 정치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천정배, 추미애 등 군소 후보군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데에는 김 대표 역시 동의했다.

무엇보다 3인의 정치전문가들은 집권 여당이 향후 뜨거운 감자인 세종시, 전당대회, 개헌 그리고 7~8월로 예정된 개각까지 정국 주도권을 쥐고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데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포스커뮤니케이션 이 대표는 개헌과 관련해 “집권여당이 지방선거 승리로 바로 개헌카드를 꺼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며 정치 개혁 강경 드라이브에 완급조절 모드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길리서치 김 대표 또한 집권 여당이 향후 정국 운영에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및 여당이 천안함 도박으로 인해 집권 여당이 지방선거에선 승리했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환율이 떨어지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국가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정치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