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짱’이승엽 화려한 부활 - 슬럼프 탈출해 일본 야구 완전 정복
2007-08-09 남장현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2군으로 떨어졌던 이승엽이지만 1군에 다시 복귀한 7월24일 이후 6경기에 출전, 홈런 4방을 날렸다. 3년 연속 20홈런이 임박했다. 타율도 0.391이다. 놀랍다. 시원한 홈런 레이스로 일본 열도의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고 있는 이승엽의 부활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부담 버리고 느긋한 마음이 ‘부활’로 이끌어
“든든한 가족애와 ‘장어’ 힘으로 이겨냈다”
<비결 1> 느긋한 마음 자세로
불의의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전반기 막판, 컨디션이 떨어지자 이승엽은 스스로 2군행을 자청했다. 순간의 자존심을 선택하지 않고, 먼 앞을 내다본 선택이었다. 지쳐가던 시점에서의 휴식은 이승엽에게 보약이 됐다. 팀 중심인 4번 타자로서 꼭 살아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아픈 것을 참아가며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던 그였지만 일단 심리적 안정을 되찾자 느긋하게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오길 ‘기다리는’ 미덕(?)을 갖추게 됐다.
이승엽은 배트를 갖다 대기 어려운 몸쪽 공은 건드리지 않고, 외곽 코스로 오는 공을 집중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밀어치기’ 타법이 여기서 비롯됐다. 바깥으로 빗겨 들어오는 볼을 무조건 힘줘 ‘때리지’않고, 부드럽게 공략하는 것. 박노준 SBS해설위원은 “껄끄러운 한쪽을 포기하는 것도 자신이 원하는 스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비책이 될 수 있다”며 이승엽의 선택에 동조했다. 이참에 이승엽은 타격폼에도 변화를 줬다.
여느 타자라면 폼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을 터. 하나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특정 자세를 고집하면 상대 투수들의 페이스에 휘말려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 성적이 좋지 않을 수 없다. 홈런 개수를 떠나 3할 후반에 해당하는 타율은 이승엽이 완전히 살아났다는 것을 증명한다. “홈런 타자로 기억에 남기보다 타율로도 뛰어난 기록을 남기고 싶다”던 이승엽의 다짐이 비로소 결실을 맺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회복은 아니다.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승엽은 배트를 쥘 때, 또는 글러브를 낄 때마다 여전히 아픔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즉,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단 의미다. 현재로선 부상이 단순 관절염으로 판명됐지만 통증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인대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군에서 재활하는 동안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일단 이승엽은 올시즌까지는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결 2> 가족애와 장어의 힘
야구 전문가들은 이승엽이 부활하게 된 경기외적 요인으로 지극한 가족애와 즐겨찾는 특별 보양식 장어를 꼽고 있다. 종목을 떠나서 “선수 생활을 오래하고 싶으면 결혼을 빨리 하라”는 충고를 자주 주고받는 스포츠인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승엽의 가족 사랑은 각별하다. 이승엽 본인도 “가족은 내가 야구를 하는 가장 큰 의미이자, 내 삶의 이유”라는 말을 지인들에게 자주 털어놓는다.
팀 훈련이나 경기가 끝나면 이승엽은 가족과 함께 쇼핑을 하거나 나들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야구 선수라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가족과 정을 나누는데 집중한다. 야구가 시즌당 9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연중 스포츠인만큼 가족과 자주 함께 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더욱 절절해보인다는 게 측근들의 일관된 반응. 이승엽에게 쏟는 가족들의 정성도 대단하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에는 부인 이송정씨와 장남 은혁군이 함께 관중석에서 관람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족이 이승엽에게 삶의 이유인것처럼 이승엽 또한 가족들에게는 전부와 진배없다. 가족이 관전하는 날, 이승엽도 유독 좋은 플레이로 화답한다. 19호 아치를 그린 7월29일 도쿄돔에는 이송정씨와 아들이 있었다. 특별 보양식도 빼놓을 수 없다. 음식을 꼭 가려서 섭취하는 편이 아닌데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요즘은 국내에 있을 때보다는 덜하지만 이승엽은 자신이 즐겨찾는 음식이 있다.
바로 스테미너 음식으로 명성이 자자한 장어다. 일반인들이 삼계탕, 보양탕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승엽은 장어를 섭취해 무더위를 이겨낸다. 이승엽과 개인적 친분이 있어 따로 자리를 갖곤 한다는 한 지인은 “장어와 홍삼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특히 장어는 보양식 개념으로 섭취하기보다는 정말 이승엽 본인이 좋아서 즐기는 음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