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신세대 강자이수환, 한국 격투기의 역사를 쓰고 싶다

2007-02-27     배수호 
2006년 K1칸 부산대회 결승에서 이수환은 국내 입식격투기 최강자 치우천왕 임치빈에게 3회 KO패를 당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이수환은 ‘신세대 강자’란 새로운 별칭을 얻으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7년 대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이수환은 특유의 재치 있는 말투로 “지난 대회의 준우승은 운이 아님을 입증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을 가슴속에 새기며 극한의 훈련을 견딘 이수환. 지난 18일 2007 K1칸 서울대회에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이 남자가 궁금하다.


“왜 하필 설날에 대회를 열었지. 사람들이 이런 날 오긴 올까”라는 예상은 경기장 밖에서부터 깨졌다. “혹시 K-1 보러 오셨어요?” 30대 후반 정도의 남자가 여러 장의 표를 든 채 접근했다. “저 기잔데요” 라는 말에 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사라졌다.

경기가 열린 올림픽경기장에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찼다. 대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선수 소개를 할 때 가장 큰 환호성을 받은 선수는 역시 투혼의 파이터 최용수와 지난 대회 우승자이기도 한 치우천왕 임치빈이었다. 카오클라이 역시 2005년 서울대회에서 최홍만과 연장접전 끝에 패했을만큼 출중한 기량과 명성을 가진 선수다.

그 가운데 유난히 여성팬들의 환호를 받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신세대 강자로 불리며 한국 K1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수환이었다.

이수환은 8강 토너먼트에서 통영 정의체육관 출신 김성훈을 1R 30초만에 가볍게 KO로 제압했다. 체력을 충분히 비축한 이수환이 4강에서 만난 상
대는 이진환이었다.

이진환은 이번 대회의 복병으로 떠오를만큼 기본기가 충실하고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였다. 이수환은 시종일관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이진환에 맞서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이진환의 안면은 어느덧 피에 흠뻑 젖었지만 그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박빙의 승부는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흥미를 배가시켰다.

3R 공이 울리고 관중석은 침묵으로 숨죽였다. 마침내 이수환의 손이 올라가고 경기장은 탄식과 환호성으로 뒤섞였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도 괜찮을 만큼 투지 넘치는 경기였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마침내 결승, 이수환의 상대는 지난 2006년 K1 칸 서울대회 결승에서 패한 임치빈이었다. 임치빈은 결승에 앞선 2경기에서 손쉬운 KO승으로 ‘초대칸’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결승, 공이 울리고 채 얼마가지 않은 상황. 이수환의 발과 임치빈의 발이 서로 뒤엉키는 찰나, 임치빈이 바닥에 쓰러졌
다.

순간 관중석이 술렁였다. 복부에 고통을 호소하는 초대칸 임치빈. “1,2,3….” 주심의 카운터가 울리고 체육관 벽면에 붙은 대형 스크린에선 임치빈의 복부를 정확히 가격하는 이수환의 발이 보였다. 경기의 끝을 알리는 공이 울릴 때까지도 임치빈은 일어서지 못했다. 링 위에서 펄쩍 펄쩍 아이처럼 뛰며 좋아하는 이수환의 모습은 ‘소년’과 흡사했다.


사고뭉치 학창시절

그렇다면 이수환의 유년시절은 어땠을까.

“초등학교 시절은 여성적이었던 외모 때문에 오해도 많았지만 인기도 대단했다. 내신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던 중학생 시절 나는 모범생으로 통했
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사춘기가 오고 전교꼴등까지 할 정도로 공부와는 거리를 쌓다 폭력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마디로 골치 아픈 학생이었다.”

17살이던 1999년 이수환은 남자라면 당연히 운동 한 가지 정도는 해야 한다는 평범(?)한 생각으로 근처 복싱 체육관을 찾았다. 이수환은 “복싱체육관은 조금 비싸서 가까운 체육관을 갔는데 복싱체육관보다 좋은 조건이어서 시작하게 됐다”며 “2005년 초까지만 해도 몇 개의 챔피언 타이틀을 가졌으면서도 내 자신이 선수라고 생각하는 셀프 이미지 자체가 없었다. 소위 말하면 당시만해도 운동은 내게 취미생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더욱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본다” 며 신세대다운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운동을 시작한지 한 달, 이수환은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격투기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격투기에 입문한지 한달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 선배가 이 기사를 보면 감정이 조금 상하실지도 모르지만(웃음), 당시 그 선배가 3단이었으니까 최소 4년에서 5년 이상 운동을 한 선배와 스파링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과격한 표현으로 그 선배의 안면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여성스러운 외모의 이수환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격투기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조금씩 끄집어냈다.

1999년 5월 30일 포천에서 열린 격투기 프로 데뷔 무대에서 이수환은 합기도와 격투기를 함께 지도하는 체육관의 선수와 만났다. 2라운드에서 이수환은 연속 무릎치기로 2라운드 종료 TKO승을 거뒀다. 이수환은 “첫 경기에서 승리한 만큼 기뻤고 다음 대회를 기대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2005년 이수환은 양명규 프로모터를 만나 본격적으로 K1 데뷔를 하게 된다. 이수환은 K1의 매력에 대해 “엉뚱한 소리로 들릴지는 몰라도 자유라고 생각한다”면서 “신사적인 룰 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과 거짓없이 겨룰 수 있다. 룰을 지킴으로써 오히려 링 위에서 자유를 맞볼 수 있는 것, 이것이 K1의 최대 매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수환은 “달콤한 자유의 맛이 선수에게 링을 못 잊게 한다”며 자신이 K1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2005년 11월 이수환은 K1 데뷔무대에서 레미게우스에게 KO패를 당하며 혹독한 K1 데뷔전을 치른다. 그러나 이수환은 지난 2006년 2월에 있었던 K1 파이팅네트워크 KHAN 2006부산대회에서 역량을 발휘, 결승까지 오르게 됐다. 이수환이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국내 입식격투기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임치빈이었다. 임치빈에게 3R에 KO패를 당한 이수환은 “당시 운이 좋아 결승까지 갔다”며 “치빈이 형이 키가 작아 너무 욕심을 부렸고 실력 차이를 느끼게 해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까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

절치부심하던 이수환은 2007년 대회를 위한 준비를 한다. 이수환은 격투기에 입문한지 8년 반만에 처음으로 트레이너와 훈련을 했다.

“관장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지만 우리 체육관은 전문적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체육관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역량과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그동안은 후배와 능동적으로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달 동안 훈련을 함께 한 트레이너 팀 덕분에 큰 자
신감과 집중력으로 훈련을 할 수 있어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번 우승과 동시에 명실공히 한국 입식격투기계의 최강자로 떠오른 이수환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수환은 “스스로 한계를 긋고 노력하는 바보가 아니다. K-1 월드맥스 챔피언을 향해 현재에 충실해서 뛰고 있다”면서 자신의 좌우명인 ‘까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를 재차 강조했다. 한국 신세대 파이터의 대표주자 이수환. 다부진 그의 목소리에 월드맥스 챔피언이란 꿈이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이수환 선수 인터뷰 “열심히하는 선수로 봐 달라”

-외모가 출중한데 팬들은 많은지.
▲이젠 이런 말은 말고 성실하게 운동 열심히 하는 이수환으로 봐 주었으면 한다. 보내주시는 성원에는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더욱 열심히 해서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취미생활은.
▲(웃으며)독서, 매번 같은 말을 하게 되어 쑥스럽다. 매 해 독서량을 정해 지키려고 노력한다. 작년에는 목표량 보다 좀 더 많은 책을 읽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훈련은.
▲가드와 킥이었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엄청나게 취약한 것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아무리 공격을 잘해도 수비력이 부족하면 데미지나 부상을 입을 수 있어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 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평소 임치빈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멋진 형이자 멋진 선수다. 이번 토너먼트에 내가 우승하게 된 것은 운도 크다. 우리나라 최고의 파이터는 치빈이 형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로서 많은 것을 가까이서 배우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많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태권파이터 박용수 인터뷰 “체력부분 더욱 보강하겠다”

-1, 2라운드까지 카오클라이에 앞서는 모습을 보였는데 패배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지켜보는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저에게 가장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확실히 다시 한번 보완해야 할 부분과 제 실력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초등학교 때 한 학년 위 선배와 싸우게 되었는데 그 당시 그 친구가 운동하던 태권도체육관 관장이 나를 혼내려고 불렀다가 오히려 태권도를 시작하라고 권유해주었다. 이 후 쭉 운동에 전념했다.

-태권도와 무에타이의 발차기 중 무엇이 강력하다고 생각하는가.
▲룰 자체가 다른 두 경기를 비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태권도든 무에타이든 우선 기본으로 하는 운동에 K-1룰을 적용시켜 하는 경기이니 만큼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자신이 느끼기에 이번 경기를 통해 보강해야 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분들이 느끼셨듯이 아직 체력적인 부분에 있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WGP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수한 선수들을 보면 무거운 체중과 큰 키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나도 강인한 체력을 보강해 그와 같은 좋은 경기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또한 아직 복싱 및 가드 부분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K1 진출 후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우선 링 위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신 티 엔터테인먼트의 김태은 대표님 및 양명규 프로모터에게 가장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링 위에서 상대했던 모든 선수들에게 역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K1의 매력은.
▲간단히 말하면 팬들의 환호성? (웃으며) K-1 무대에 서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K-1은 경기 외에도 많은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태권도 대회에도 많이 나가봤지만 K-1 대회만큼 팬들이 함께 호흡하고 응원해주는 경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취미가 있다면.
▲특별한 취미라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면 구기 종목을 즐기는 편인데 (웃으며) 골프와 당구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즐겨 하는 놀이다.

-팬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더욱 더 열심히 하는 박용수가 되겠다. 이제는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 팬들 앞에 설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더 나은 경기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팬들의 응원에 항상 보답하는 박용수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