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죽지 않았다”
2006-03-15
그가 월드컵 출전의 희망을 되찾은 것은 지난달 25일 팀의 키프로스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인천공항에서 만난 핌 베어백 코치의 “지켜보겠다. 좋은 모습 보여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부터”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 밖에도 베어백 코치는 김병지의 몸상태를 간단히 체크하면서 FC서울의 전훈성과와 경기결과 등을 추가로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2일 “골키퍼 부문에 전혀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아드보카트 감독을 비롯해 전 코칭스태프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이운재가 전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실망” 이라며 “5월 소집 때 김병지의 복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의 골키퍼 구도는 이운재(33ㆍ수원) ‘1인 체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이후 벌인 13차례(비공개 평가전인 미국전 제외)의 평가전에서 이운재는 전 경기 선발 출전. 특히 LA 갤럭시전에서 전반 종료 후 교체된 것 외에 12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태극전사 가운데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이렇다보니 이운재는 그야말로 ‘온실 속의 화초‘로 전락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물론 이운재의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하지만 대항마인 조준호(33ㆍ제주)와 김영광(23ㆍ전남)이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전체적인 전력을 하향 평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이운재라는 대스타가 탄생한 것은 ‘영원한 라이벌’ 김병지(36ㆍ서울)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둘의 끝없는 주전 경쟁은 주위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였다. 주전 자리도 폴란드와의 첫 경기 직전 결정됐다. 그만큼 이운재와 김병지는 애타는 나날을 보냈었다. 한편, 당사자인 김병지는 인터뷰에서 “내가 월드컵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나이 때문이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기량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냐”며 독일 월드컵 출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