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빙판황제 ‘등극’

2006-02-21      
안현수(21·한국체대)는 13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6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에서 전형적인 막판 앞지르기 전술로 팀 동료 이호석(20·경희대)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2분25초341의 기록으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안현수는 이날 예선부터 꼴찌로 출발해 상대방의 방심을 유도하면서 체력을 비축한 뒤 중반 이후 4바퀴를 남긴 코너에서 직선주로로 접어서는 순간 강력한 스피드를 앞세워 단번에 3-4명의 선수를 추월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이호석(2분25초600)은 마지막 순간 금메달을 안현수에게 넘겨줬지만 처음 출전한 올림픽 첫 경기에서 은메달을 품에 안았다. 3위는 중국의 노장 리자준(2분26초005)이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은 동계올림픽 개막 이틀 만에 기다렸던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가별 메달순위 단독 6위로 성큼 뛰어올라 순조롭게 초반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쇼트트랙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심각한 내홍으로 우려를 자아냈지만 변함없이 ‘효자 종목’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반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아폴로 안톤 오노(24·미국)가 준결승에서 탈락하자 안현수와 이호석은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결승링크에 나섰다.이번 금메달로 안현수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때 1,000m 결승에서 리자준(중국),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등과 함께 넘어지면서 금메달을 놓쳤던 아쉬움을 실력으로 되찾아 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안현수는 지난 2002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3관왕, 이듬해 월드컵 5관왕, 종합 1위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계주 세 종목 석권, 2년전 세계선수권 계주 4관왕에다 지난해 두 번의 월드컵에서도 종합 1위 등극까지 그동안 엘리트코스를 착실히 밟아온 안현수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로 확실한 에이스의 입지를 다졌다. 또 실력은 라이벌 안톤 오노에 뒤지지 않지만, 경기 운영이나 경험에서 밀렸던 약점도 이번 경기를 통해 말끔히 털어버리게 되었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