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이 발끈한 내막

정 총리 발언 파장 ‘잘못된 약속 지키는 여자’

2010-05-17     홍준철 기자
정운찬 총리의 ‘입’이 또 도마에 올랐다.

정 총리는 지난 5월 13일,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해 ‘친이-친박’ 갈등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경남 진해 고(故)한주호 준위의 자택을 방문,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족들이 “정말 (정 총리가)올 줄은 몰랐다”고 말하자 “잘못된 약속도 지키려는 여자가 있는데 누군지 아세요”라고 했다. 그는 곧바로 “농담”이라고 수습했다.

그는 또 “한 인간한테도 그렇고 사회 또는 국가에도 그렇고 원칙을 지키며 신뢰 속에 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약속이 잘못됐다면 빨리 고치는 것이 현명하다”며 참여정부의 세종시 원안을 ‘잘못된 약속’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 총리의 말은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친박 그룹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지난 14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덮고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 총리는) 사퇴해줬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이정현 의원도 “국무총리가 망언을 했다”면서 “만인지상이라는 총리가 마음 아파하는 순국장병 유족을 찾아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며 “이는 자질과 인성의 문제로, 티끌 만한 양심이 있다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 총리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정 총리의 발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서울지역 선대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이 정운찬 총리의 ‘박근혜 전 대표 겨냥 발언’과 관련, “부적절했다”고 일침을 놨다.

홍 의원은 “총리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발언은 총리 개인의 문제라고 본다”면서 “정 총리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건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고 말했다.

당은 정 총리의 발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확대되는 것에 경계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요청하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방선거 불개입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정 총리의 발언 파장에 박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