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검사’ 명단 폭로한 정모씨, “대한민국 검사 야(夜)생활은 질펀했다!”
1차 식당->2차 카페->3차 룸살롱 ‘질펀’
2010-04-27 홍준철 기자
부산·경남 지역에서 건설업을 해온 정모씨가 최근까지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스폰서’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해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검사들의 향응 접대 실태가 진정서에 그대로 담고 있어 검찰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전망이다. 본지가 입수한 정씨의 진정서를 통해 드러난 검사들의 밤 생활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고가의 음식, 술, 밴드, 마담 그리고 호스티스가 단골처럼 등장했다. 일반인들은 한 달에 한번 가기 힘든 화려한 밤문화를 월 2회씩 82개월 동안 꾸준히 즐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정서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 검사들의 밤 생활의 일단을 들여다봤다.
건설업자 정모씨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를 보면 검사들의 밤생활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진정서에 따르면 1984년부터 최근까지 25년동안 부산·경남 지역의 검사들을 상대로 최소 수십억 원에서 백억 원이 넘게 촌지를 포함해 각종 회식, 행사비를 스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씨는 2002년부터 2009년 4월말까지 1차, 2차, 3차 향응 접대를 했고 2차를 안 나간 검사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성접대를 받은 검사들 최소 20여명에서 최대 70여명에 이른다고 적시했다. 정씨가 접대한 음식점을 보면 하나같이 고가의 음식점과 유흥주점이 등장했다. 주로 1차는 고급 음식점, 2차는 카페나 룸살롱, 3차는 술집 호스티스와 함께 성접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1차 음식점으로 일식집, 참치 전문점, 횟집, 초밥집, 갈비집 등으로 수십만원에서 기백만원이 넘게 나왔다. 음식점과 룸살롱은 단골집을 정해놓고 가는 경향이 있어 같은 상호가 매번 등장했다.
여검사 앞에서 ‘러브샷’ 등 진한 행위도
2차는 카페나 룸살롱으로 향했다. 진정서에는 부산과 유명온천에 소재한 산**, 도*, 만* 등을 돌아가면서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 4월달 2차 룸살롱 회식에서는 여검사도 참석했는데 참석자들이 폭탄주 10여잔을 마시고 여검사 앞에서 러브샷과 변태짓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3차로 자리를 옮긴 검사들은 호스티스와 함께 술에 취해 ‘계*주’, ‘유*주’ 등을 마시며 변태행위를 했다고 폭로했다.
정모씨에 따르면 이날의 경우 1차에선 참치 전문점에서 여검사를 포함한 11명의 검사들과 저녁에 술을 겸했고 2차는 12명의 검사들이 룸살롱에 들어갔다. 이후 3차에는 3명의 검사들과 호스티스 3명이 참석해 질펀하게 놀았다고 적시했다. 특히 2차에서 주대 150만원, 호스티스 1명당 팁 10만원, 밴드 15만원, 마담 10만원, 웨이터 5만원 등이 지급됐다고 적시했다. 물론 호스티스와 2차를 나가 1인당 최소 30만원에서 백만원이 추가로 비용이 들게 됐다.
술 역시 고급술을 마셨다. 주로 양주집을 갈 경우 자신들이 선물받은 술이나 정씨가 가져온 것으로 중국술을 선호했다. 주로 중국술로는 모태주, 수정방, 오량액, 양주는 로얄 살루트를 즐겨 마셨다고 전했다. 모태주는 중국 국주로 마오타이주로 불린다. 스카치위스키, 코냑과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유명한 술이다. 110여가지의 향기를 지닌 유명한 술로 도수는 52~54도. 저장과 숙성 기간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몇 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갈 정도로 차이가 크다. 닉슨이 중국을 방문할 당시 원샷을 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탔다.
수정방은 현재 중식당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가장 비싼 술이다. 500㎖들이가 25만~30만 원쯤 한다. 수정처럼 맑고 은은하면서 고운 향이 장시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1970년대 진시황릉 발굴 당시 발견된 술이라고 해서 주귀라 이름 붙은 술과 함께 중국 10대 명주에 올라있다. 수정방보다 조금 낮은 가격의 오량액은 마오타이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로 꼽힌다. 5종의 곡식을 원료로 하여 만들었다고해서 오량액이라 이름지어졌다. 중국 증류주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많다. 500㎖ 한병에 20만원쯤 한다.
중국술 모태주·수정방 영국술 로얄 살루트
로얄 살루트는 영국을 대표하는 고급술이다.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날 첫선을 보인 술로 왕실에서 귀빈을 맞이할 때 예포를 쏴 환영의 뜻을 표한데서 유래했다. 시중가는 30만 원대부터 시작하지만 50년산의 경우 1천만 원이 훌쩍넘을 정도로 비싸고 한정판매되고 있다. 정씨의 경우 검사에게 스폰을 하고 향응을 제공할 기회는 넘쳐난 것으로 보였다. 검찰의 체육대회부터, 등산 대회, 법원·부서별·평검사·개인 회식비, 명절 떡값, 교통비까지 다 챙겨줬다고 밝혔다. 특히 정씨는 형사부 검사들을 상대로 수차례 식사 및 향응, 성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정서에서 그는 공식적으로 계산된 금액만 10억여 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정씨의 주장에 따르면 170억원 정도의 비자금을 조성, 상납해 회사의 재정이 어려워질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