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폰서 검찰’ 시리즈 2탄 준비한다”
검찰 X-파일 추가 공개 예정 미공개 내용 단독 입수
2010-04-27 윤지환 기자
“지금 2탄을 준비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검찰의 변화가 없다면 2탄 방영은 확실시될 것 같다.”
MBC의 한 고위 인사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히며 후속 보도와 관련, “심도 있는 논의가 MBC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PD 수첩’은 지난 20일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전·현직 검사 57명에게 25년 간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하며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정씨가 접대 기록이라며 제시한 문건을 취재해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 인사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많다. 추가로 제작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모씨의 문건이 시중에 많이 퍼진 상태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정씨의 제보 내용을 추가 보도하는 것에 대해 유보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정씨 문건 외에도 ‘스폰서 검사’관련 자료를 더 확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자료의 공개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좀 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MBC 관계자는 “후속편 제작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보도가 될지는 불투명하다”며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듣기로 후속편으로 준비하고 있는 내용은 전편보다 더 강력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미공개 파일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지면을 통해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공권력이 무서워 향응접대 및 각종 뇌물 아닌 뇌물 등을 대다수의 검사에 제공했을지라도 내가 약자의 입장에서 보험성격도 있었다. 대부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였으며…(중략)”라고 적고 있다.
또 정씨는 “(중략)당시 관련 검사 단 한 사람도 나의 돈 향응접대 2차 3차 아가씨와 잠자리 안한 이는 없으며 아가씨와 잠자리 안한 몇 명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음- 당시 ○○지청에 근무하고 있는 검사는 평검사까지 모두 내 돈 향응접대 안 받은 사람 없다.(중략) 내가 제시하는 이런 모든 내용은 한 치도 거짓이 없는 진실임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인간적 배신감에 죽고 싶은 심정이다.(중략) 평검사들은 명함을 잘 안가지고 있어 일일이 모든 이들을 기억할 순 없지만 당시 재직했던 검사들을 조사하면 모두 밝혀질 것”이라고도 했다.
정씨의 말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 말을 액면그대로 믿기 힘들 정도다. 그의 말대로 1개 검찰청에 근무하는 검사들 중 90%가 모두 그의 향응접대를 받았다면 이는 관행적 행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지청 역시 이 같은 관행적 비리가 만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 정씨의 폭로로 검찰에 고정적으로 향응접대를 해왔던 이들의 양심고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C는 정씨 외에도 많은 고발사례를 수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뿐만 아니라 정씨가 고발한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존 정보가 핵 분열하듯 추가 정보를 계속 생산했을 수도 있다.
MBC의 한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관계자는 “얼마 전 PD수첩을 통해 ‘스폰서 검사’가 보도된 이후 추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일일이 내용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해당 지청도 다양하고 관련인사도 많다.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바로서기를 기대한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와 함께 후속편이 검찰의 핵심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정씨가 작성한 문건에는 서울 중심부 요직에 앉아있는 고위 검사들의 이름도 다수 포함돼 있다.
MBC 검찰 핵심부 겨냥할 수도
이들에 대한 PD수첩 취재분이 브라운관을 통해 나갈 경우 검찰은 깊은 해저 속으로 침몰할 수도 있다. 국민적인 규탄이 일어나 핵심보직 인사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조짐마저 비치고 있다.
MBC 고위 인사는 “후속편은 전편과 달리 중심부의 검찰 고위인사를 중심으로 제작될 수도 있다”며 “현직 고위인사가 실명으로 거론될 경우 검찰은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C의 후속편 보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BC 노조가 파업상태인데다 진보와 보수 양대 진영으로 갈려 파벌싸움을 벌이는 등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달 안으로 양 파벌 간에 진검승부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 MBC는 집안 정리가 급한 실정이다.
한편 대검찰청이 긴급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방송 다음날인 지난 4월 21일 스폰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민간인을 포함해 검찰외부의 사회 각계 인사로 구성됐으며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씨가 지난 23일 오후 음독자살을 기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날 오후 2시50분께 검찰의 구속집행정지 처분 취소 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을 앞두고 부산지법 앞 법무법인 ‘부산’의 회의실에서 수면제로 추정되는 흰색 알약을 다량 복용했다.
지인, 취재진 등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에 있던 정씨는 “구속돼도 진실을 밝히겠다. 접대한 검사 10여명을 추가로 밝히겠다. 이대로 구속되면 아무것도 못할지도 모른다”며 괴로워하다 “가족과 통화하고 싶다”고 말한 뒤 주변 사람들이 자리를 피해 준 틈을 타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