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에 ‘중도실용’으로 대처한 대통령

2010-04-20      기자
천안함 침몰에 대처하는 초기 이명박 대통령의 기본 자세가 ‘중도실용’으로 기울었다. 대한민국의 군통수권자라기 보다는 중도적인 방송 해설자같은 느낌을 금치 못하게 했다.

천안함 침몰은 며칠 지나면서 노후 또는 암초에 의한 내파(內破) 보다는 북한의 기뢰·어뢰 공격에 의한 외파(外破)로 굳어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일이 지난 4월 1일 이 대통령은 “북한이 개입된 증거나 정황이 아직 없는 상태”라며 북한 무죄를 부각시켰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3월30일 “탄약고는 폭발 안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개관적인 태도이면서도 우리 해군의 과실을 의심하는듯 했다. 그는 4월 5일 천안함 피격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는데도 단순히 ‘재난’이며 ‘사고’라고 표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피격 아닌 ‘사고’쪽으로 인식케 하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야당이나 친북좌익 세력의 북한 덮어주기 발언을 연상케 하였다.

이 대통령은 4월 6일 원인 규명에 있어서도 ‘속도’ 보다는 ‘정확성’을 기하라고 하였다. 물론 조급한 속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적의 공격 앞에서 ‘속도’ 보다는 ‘정확성’을 기하라는 말은 적과 맞서기를 늦추려는 기피적 언어로 들렸다.

청와대 측은 4월 2일에도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을 지적하자 그 말을 뒤집도록 지시하였다. 김 장관은 “(북한의) 어뢰 가능성이 더 실제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곧 바로 김 장관에게 메모 한 장이 날아들었다. 놀랍게도 김 장관의 어뢰 발언을 없었던 것으로 취소하라는 전갈이었다.

이 메모는 “장관님! VIP(이명박 대통령)께서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답변이 ‘어뢰’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감을 느꼈다고 하면서…지금으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고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시고”라고 적었다.

그 뒤 김 장관은 그 메모 지시대로 “내부적으로 잘못에 의한 좌초라든가 함정의 결함 요소도 다 조사하고 있다”며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는” 방송국 해설자같은 말로 바꿨다.

이 대통령은 이 처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북한 소행 부각을 차단하려 했다. 원인 규명에 있어서도 서둘지 말라며 시간을 끌려했다. 북한과 맞서게 될 경우 추진 중인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남한내 야당 및 친북세력의 반발을 두려워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자세는 김정일에게는 이 대통령을 유약한 존재로 얕잡아보게 하고 우리 국민에게는 대가 약한 지도자로 간주하게 할 따름이다.

이 대통령은 상대가 거칠고 막갈 때 물러선 사례가 있다. 그는 2008년 6월 미국 수입쇠고기 반대 촛불 시위대가 청와대로 쳐들어갈 기세로 막가자, 그들과 맞부딛치기 보다는 공손히 사과하였다.

그는 불법시위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경고하는 대신 “사과를 드린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이라는 노래 소리도 들려왔다”며 시위대의 비위를 맞춰줬다. 초기 천안함 접근에서도 막가는 북한과 맞부딪치려 하지 않았다.

천안함 함미가 4월 15일 인양됨으로써 북한 소행 가능성이 더 더욱 짙어졌다. 이제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거를 찾아라” “정확성을 기하라”며 제3의 해설자 입장을 취해선 안된다. 단호하고도 결연한 군사·경제적 응징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막가는 김정일과 남한내 친북세력의 반발이 두려워 호되게 응징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천안함 피격을 자초할 수 밖에 없다.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5000만을 태운 대한민국호도 격침당할 수 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 밖에 통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되새겨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