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상징 조갑제가 뿔났다

MB의 중도에 보수 배신감 확산

2010-04-20     윤지환 기자

대표적 보수논객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조갑제닷컴 대표)이 연일 MB정부를 비판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이 보수진영의 지지를 정치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대표의 이같은 일침은 향후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최근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사이트 ‘조갑제닷컴’에 “이명박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의 안일한 대응을 통렬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조 대표의 글을 도화선삼아 보수 진영에서 MB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틀 안에서 정치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을 보이콧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판세에 따라 향후 대선 밑그림이 정해진다는 점을 놓고 보면 ‘천안함 사건 해결’은 현 정부에 있어 생사를 결정짓는 일종의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조 대표는 지난 16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규정하면서 신속히 강력 대응을 하지 못한 MB정부와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조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파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기는 했지만 보수가 아니다”라며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표방한 중도라고 자신을 규정하기도 했다. 내가 볼 때 이 대통령은 중도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 이 대통령의 지금 모습은 그저 자아부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념과는 거리가 먼 실용주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자유와 민주를 지키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 조 대표의 시각이다.

또 이날 조 대표는 “보수가 좋다 중도가 좋다 말할 수는 없지만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며 “경제문제나 국내 정치적 문제에 중도가 있을 수는 있지만 법치와 안보에는 중도가 있을 수 없다. 안보수호에 있어 중도는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 “MB는 깜이 아니다”

정치에는 중도가 있을 수 있지만 살인, 강도 등과 같은 범죄에는 중도가 있을 수 없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큰 사건인 만큼 단호하게 대처를 해야 함에도 이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 분명하며 이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이 대통령의 대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지적이다.

조 대표는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전쟁기념관 웨딩홀에서 ‘천안함 사태 관련 긴급 강연회’를 여는 등 보수결집을 위한 행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중도 대통령’이 안보를 지킬 능력이 없다는 위기의식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는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다”며 침몰 사고의 북한 개입설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 대통령에게 비난을 쏟아 냈다.

이날 조 대표는 “안보에 있어서도 중도 노선을 택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를 대변하는 정당, 정권이 아니다”며 “우리의 대변자가 있다고 믿는 것은 썩은 새끼줄을 잡고 인수봉을 오르는 것과 똑같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안보 위기상황

또 조 대표는 지난 11일에도 ‘이명박의 배짱과 깡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제하의 칼럼을 조갑제닷컴에 올렸다. 이 글에서 조 대표는 이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감과 배신감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천안함 사태가 났더라면 이승만과 박정희는 크게 한번 화를 냈을 것이고 그 분노가 좋은 방향으로 국가 진로를 바꾸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조 대표는 “이 대통령은 이념을 싫어하고 중도와 실용을 좋아한다”고 전제하며 “이런 사람은 부지런하고 악착같을 순 있어도 세상을 바꿀 순 없다. 평화 시의 관리자는 될 수 있어도 비상시의 지도자로는 모자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게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맡기기에는 그 불안요소가 크다는 뜻이다.

또 조 대표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을 수구보수라고 규정하는 여론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조 대표는 “내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강력대응을 주장하자 일부에서는 나를 수구보수꼴통이라는 것도 모자라 전쟁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이는 한마디로 미친 소리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기자로서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기가 왔음을 알아차리고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촉구하는 것인데 왜 보수니 전쟁광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조 대표와 더불어 보수진영 곳곳에서 MB정부와 한나라당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더 이상 지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버린 보수

조 대표는 이에 대해 “국가위기 때마다 숨어 버리는, 있으나 마나한 한나라당”이라며 “이런 집단이 만들려는 선진일류국가는 살찐 돼지 같은 나라, 그리하여 야윈 늑대한테 매일 당하는 그런 나라가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또 조 대표는 “국민들은 분노와 궁금증으로 들끓고 있는데 여당 정치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고 있다”며 “구경꾼이 된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군대에 쏠리는 부담을 하나도 덜어주지도 못한다. 좌파정당이었다면 이렇게 놀고 있을까? 한나라당은 불리한 조건에서도 북한정권을 비호하고 나선 박지원 의원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지금으로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북한군의 어뢰공격에 의한 침몰로 밝혀질 경우에 대비한 논의도 진행되어야 여당 아닌가? 우리 해군이 서해 구조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틈을 이용, 한나라당은 정치 방학(放學)을 즐기면서 집단적으로 휴가를 떠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한나라당의 실태에 대해서도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조 대표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 좋은 인재가 많다. 그런데 당(黨)조직 속에 들어가서 행동하게 되면 무기력해진다. 그 비밀은 한나라당의 퇴영적인 조직문화에 있을 것”이라며 “똑똑한 사람도 흐물하게 만들어버리는 이상한 독성(毒性)을 가진 저 문화를 바꾸려면 보수층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외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수의 행동을 촉구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