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보수 상징 ‘조선일보’와 ‘밀월’

<동아일보> ‘불참’ <조선일보> ‘참석’

2010-04-20     홍준철 기자

창간 90주년 기념 박근혜 초청

‘천안함 침몰 사건’, ‘6·2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현안 속에서 ‘침묵의 정치’, ‘정중동의 정치’를 하고 있는 인사가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최근 공식적인 일정은 모교인 서강대 개교 50주년 행사 참여가 고작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최근 엇갈린 언론사 창간기념행사 행보로 인해 재차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언론사인 동아일보 창간기념행사에는 불참하는 대신 조선일보 창간기념에는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친박 진영에서는 ‘지난 2007년 경선에서 동아가 한 일을 알고 있다’며 지난 앙금의 표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대한민국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조선일보와 친밀감을 유지해 향후 대선과정에서 보수진영의 대모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행사는 지난 3월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대한민국 대표적인 보수언론사인 조선일보 창간식에는 국내 유명 정관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 전 대통령, 남덕우 전 국무총리, 현승종 전 국무총리, 정원식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정중동 정치’를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박 전 대표는 또한 이 자리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따로 만나 ‘덕담’을 주고 받으며 친밀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 2007년 경선이후 박근혜와 ‘결별수순’

조선일보 창간 기념행사 한달 뒤인 4월 1일에는 동아일보 90주년 창간 기념행사가 같은 롯데호텔에서 있었다. 동아일보 창간식에는 정치권 인사로 김영삼, 전두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이상득 의원, 김형오 국회의장, 정운찬 총리,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문수 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정 대표와 정 총리, 대통령의 친형, 최 위원장, 정병국, 나경원 의원 등과 문광위 관계자 등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의 참석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차기 잠룡으로 구분되는 오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불참한 것은 조선일보 기념행사때와 무게감을 달리하고 있다.

특히 보수언론사인 조선과 동아는 종합편성 채널권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아일보가 현정권에 더 밀착돼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차기 대선주자로 유력한 박근혜 전 대표의 엇갈린 행보다. 이와 관련 친박 진영에서는 지난 2007년 경선부터 동아일보와 ‘앙금’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이명박 후보와 경선과정에서 동아일보가 보도한 <이명박 47.8%, 박근혜 40.1%>(8월14일자 8면) 제하의 기사로 인해 박근혜 캠프에서는 언론사상 최대의 금액인 3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기사는 두 후보의 당원 지지도 차가 16.4%p라고 보도했고 타 언론사의 당원 지지도 차를 9.2%p ~16.4%p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각각 6.4%p와 6.4%p~13%p의 오기였다. 박근혜 경선 캠프에 있었던 인사들은 “치열한 경선 당시 동아일보 보도는 노골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도와주는 기사였다”며 “특히 여론조사를 의도적으로 오기했다”고 여전히 분을 참지 못했다. 실제로 경선결과 대의원·당원 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근소하나마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후 동아일보 보도는 일관되게 박 전 대표와 친박 진영 흔들기 기사가 주를 이뤘다. 이듬해인 2008년 1월 22일자에는 ‘박근혜계 공천명단제출설’로 인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역시 다음달 2월 25일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 조문을 불참하는 등 불편한 감정을 숨기질 않았다.

그러자 2009년 동아일보 5월 25일자에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 카드’ 무산과 관련 ‘박근혜-김무성 결별수순 밟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박 전 대표는 한 측근인사에게 ‘김 의원이 친박을 하다 피해 봤다고 하면 이제 친박을 그만하라고 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해 친박 진영을 발칵 뒤집어놨다. 박 전 대표측과 김 의원은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급기야 2009년 11월 10일자에는 동아일보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 반대론으로 친박계가 순식간에 다른 소리를 내지 못고 있다”며 “친박계가 집권했을 때 어떤 국정운영방식을 보여줄지 걱정스럽고 민주주의 후퇴가 현실화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친박 인사들에 대한 자질론까지 거론하며 집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셈이다.


동아, ‘박근혜 죽이기’vs 조선, ‘박근혜 살리기’

동아일보가 박 전 대표와 ‘치고 받는’ 사이 조선일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를 꾸준히 제기했다. 2008년 5월 16일 사설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그리고 야당과 소통부재를 질타하며 “두 사람 간에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일차적으로 대통령이 진심으로 박 전 대표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대통령을 질타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이병철, 정주영, 박정희가 태어난 1910년부터 1917년까지는 민족 행운의 7년”(2009년 11월 11일자 칼럼)이라며 찬양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세종시 수정안으로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이 칼끝 대치를 하고 있는 순간에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고,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안이 국회에서 통과할 수 없다는 얘기”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야당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그 자리에서 충청도민이 절실히 원한다면 원하는 것을 충청도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야 한다(2010년 1월 28일 사설 중)”며 사실상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포기를 압박했다.

이처럼 동아일보가 ‘박근혜 죽이기’에 나설 때 조선일보는 ‘박근혜 살리기와 MB 압박전술’ 등 양동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4월초 동아일보 창간기념행사에 동아측의 ‘참석해 달라’는 요청에도 박 전 대표측이 ‘일정상 문제’로 불참한 배경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친박진영의 한 인사는 “대한민국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신문은 동아보다는 조선이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이 대통령이 비록 보수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 보수 인사로 보기는 힘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인사는 “정치권 보수 인사의 상징인 박 전 대표와 조선이 함께 하는 것은 정체성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며 정치적 밀약설로 비쳐지는 것에 경계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