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필승론 vs 한명숙 필패론

노무현 1주기·천안함, MB 정권 심판으로 돌파

2010-04-20     홍준철 기자

한명숙 전 총리의 ‘5만달러 수수의혹’ 사건이 1심에서 무혐의로 나왔다. 그러나 무죄 판결이후 서울시장 관련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들쑥날쑥이다. 유력한 한나라당 후보인 오세훈 서울 시장과 일대일 대결에서 ‘한 자릿수’로 좁혀지기도 하고 여전히 두 자릿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한 전 총리에 대한 ‘동정표’가 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한명숙 효과’가 크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민주당 비주류에서는 ‘한명숙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제 2의 강금실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친노 진영에서는 지방선거 특성상 ‘정권 심판’ 성격으로 치러져 정권의 희생량이라는 이미지가 지지층 결집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명숙 카드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한명숙 전 총리의 강점은 안정감과 도덕성이다. DJ 정부 시절 초대 여성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선 환경부 장관을 거쳐 총리직까지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까지 더해져 화려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노무현 재단이사장을 맡을 정도로 친노 진영의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재판부가 비록 1심이지만 무죄판결까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나아가 6·2 지방선거 일주일 전인 5월 23일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지지세 결집으로 이어질 경우 ‘한명숙 바람’이 불 여지도 충분하다.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그 주역은 한 전 총리를 ‘희생양’으로 만든 검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 역시 집권 여당후보에겐 악재다. 두동간 난 천안함 인양이 완료되고 시신이 나오면서 대한민국을 ‘울음바다’로 만들고 있다.

친이 성향의 한나라당 서울 지역구 의원은 “천안함에서 시신이 발견되면서 유가족을 비롯해 전국이 슬픔과 비탄에 빠져 있다”며 “통상 슬픔이 잦아들면 죽음에 대한 ‘책임론’이 재차 일 것이고 그 화살은 온전히 집권 여당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명숙 필승?
죽은 노무현이 산 MB 잡나

실제로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북한의 도발이나 미국, 우리나라 자체 잘못 등 어느 경우라도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민주당에서는 외부의 공격으로 인한 천안함 침몰로 판명될 경우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해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침몰 원인이 ‘영구미제’로 남을 경우에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당장 유가족들의 진실규명 요구와 함께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은폐 의혹’이 불거져 ‘정권 심판론’으로 번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한명숙 필승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한명숙 필패론 역시 만만치 않다. 민주당 비당권파에 속하는 한 인사는 “한명숙과 유시민 전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만든 장본인은 보수 언론이다”며 “애초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두 인사를 모 보수 언론이 서울시장 여론 조사에 포함시키면서 한명숙과 유시민 외에 당내 대안이 없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검찰이 한명숙 선대본부 역할을 한 것은 결과적으로 사실이지만 바로 전날 한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수사를 함으로써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 전 총리로서는 검찰의 별건 수사로 인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음모론적인 시각을 보였다.

즉 청와대 및 집권 여당으로선 ‘절대로 빼앗겨선 안될’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 전 총리 카드를 만만한 상대로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친노에 여성 후보라는 점이 강점이지만 역으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기요소라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친노 후보가 결집시킬 수 있는 고정 지지세력은 30%대다”며 “그리고 진보 진영 후보가 10%대를 가져간다고 볼 때 야권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최대 지지도는 40%대에 머문다”고 분석했다.

특히 친노 후보가 결집도가 높지만 수도권내 안티 세력이 적잖다는 점에서 부동층(중간 지지층) 흡수가 어려워 선거가 치러질 경우 여당 후보 대 친노 후보가 6대4 또는 5.5대 4.5 정도로 한 전 총리가 패배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여성이 여성 후보를 찍지 않는 투표 성향’, ‘서울시정에 대한 컨텐츠 준비 미비’ 등을 마이너스 요인으로 내다봤다.

비주류측 한 인사는 “한 전 총리의 지역구가 경기도인데다 법정 다툼으로 인해 서울시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당장 민주당 경선을 꺼려하는 것 역시 토론회를 개최할 경우 내공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가 대표적으로 이미지 선거였다는 그는 “오세훈 후보가 잘나서 당선된 게 아니나 강금실이라는 후보가 나왔기 때문에 오 후보가 당선된 것”이라며 “한 전 총리 역시 ‘제2의 강금실’ 이미지가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한 전 총리의 2007년 불법정치자금 9억 원 수수의혹 사건 또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후보가 될 경우 검찰의 수사는 더디겠지만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선된 이후에도 서울시장 자리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명숙, 제2의 강금실 이미지” 걸림돌

이처럼 ‘한명숙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당 일각에서는 ‘제 3 후보론’마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명숙 ‘유죄’가 될 경우 거론된 인사로 정세균 당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엄기영 전 MBC 사장, 신경민 앵커 등이 회자됐다. 특히 최근에는 당권파 인사가 엄기영 사장을 만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엄 전 사장의 경우 당 지도부가 삼고초려를 했지만 본인은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원주 출신으로 강원도지사와 함께 서울시장 출마설이 끊이질 않았다.

손 전 지사 역시 대항마로 거론됐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를 통해 대권 주자로 뛴 이상 서울시장 자리는 의미가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제3 후보론은 정세균 당 대표 출마설이다. 정 대표는 이미 ‘호남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또한 거주지 역시 전북 진안군에서 마포구 상수동으로 이전했다는 소문까지 나면서 신빙성을 더했다.

한 전 총리를 가장 앞장서 지지한 정 대표로서 한 전 총리가 어려울 경우 자신이 직접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해석마저 더해졌다.

하지만 정 대표 측근들은 서울시장 출마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대권을 준비하고 있는 정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자칫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서 질 경우 정치 생명이 끝난다는 점에서 쉽게 선택할 카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제3 후보론에 거론되는 다수의 인사들은 이처럼 출마 여부를 숨기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인사는 “대한민국 정치를 검찰이 한다는 말이 있다. 야권 후보가 나서기만 하면 ‘먼지털이식 내사’나 ‘카더라식 비리 소문’으로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드니 출마 여부를 쉽게 밝힐 수 없다”며 여전히 ‘제3 후보론’이 살아 있음을 시사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