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박근혜 전 대표 구애 ‘내막’

“박근혜! 선거여왕 부활하라”

2010-04-12     전성무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선거 지원 및 유세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고로 촉발된 ‘천안함 정국’이 지방선거까지 확대, 세종시 문제가 묻힐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천안함에 묻히면서 표를 호소할 명분이 없다는 것. 박 전 대표로서는 세종시 논쟁이 지방선거까지 확대, 원안 쪽으로 ‘종결’ 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선거는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유세활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월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다 말씀드렸다”며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대표 지원 여부 관심 집중

이날 박 전 대표는 대정부질문 참석차 국회에 나와 “이번 지방선거에서 좀 도와주셨으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던데 지원해 줄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지방선거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지난번에 다 말씀드렸다’는 발언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는 입장과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원 여부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고 여파로 지방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지만, 핵심당직자들을 중심으로 박 전 대표의 지원 필요성이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말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밝힌바 있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지난 4월 6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지원 속내를 드러냈다.

정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의 일선에서 도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주시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친이의 박 전 대표에 대한 구애는 도를 넘고 있다. 세종시 문제 등을 놓고 치열한 계파 갈등을 보였던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박 전 대표를 선거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구애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최 측근이면서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지방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세종시 수정안 되면 유세활동 제약

현재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나설 수도,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그동안 자신이 고수해 온 세종시 원안이 수정안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유세 활동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론 이번 지방선거가 차기 대권을 향한 징검다리 성격이 강하다는 측면 때문에 그냥 지켜만 볼 수도 없는 처지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지방선거 전까지 선거와 관련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면서, 향후 정치적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박계 일각에선 정치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박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서 야당을 누르고 승리를 한다면, 해당 단체장은 자연스럽게 친박의 바운더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일부 후보에 대해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홍사덕 의원 등 중진그룹에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친박 핵심에서는 박 전 대표의 지원 가능성을 제로로 보고 있다. 최근 천안함 사태 등이 터지면서 시중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박 전 대표가 총알받이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정보공개를 촉구하는 등 정부와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의 선거 참여는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과 같다. 상황에 따라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선거의 여왕인 그녀가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부활할 것인가에 정치권은 물론 세인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