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특별기고 한길리서치 김창권 대표

“이건희회장의 재발견과 6·2 지방선거”

2010-04-06      기자

변화를 꿈꾸게 하는 이건희 재등장과 정치적 합의

이건희 회장이 재등장했다. 관심의 촉각을 세우는 언론도 없고, 긴장하는 사람도 없다. 단지 대기업 CEO가 재등장하여 기업인으로서 비즈니스 일선을 향하는 행보를 알리는 정도의 뉴스에 그쳤다. 그는 자주 나타났다가 일을 보고, 또 아니다 싶으면 조용히 물러나고, 때로는 말썽이 생기면 머리를 조아리며 겸허하게 물러났다가 또다시 특별한 상황이 생기면 홀연히 나타나 건재를 알리면서 기업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등장과 퇴장에는 특별한 전략이 맞물려 있다. 그는 정치인보다 더 정치인적인 기업의 총수로서 물러날 때와 나타날 때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번에 그가 다시 등장한 것은 무언가 짜릿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건희 회장을 기억하게 하는 키워드는 바로 ‘변화’라는 경영혁신이다. 이회장이 당시 1990년대 초에 표방했던 Changism[변화주의]를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아마도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의 정치 상황을 바꾸는 데에 일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는 것은 다소의 견강부회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두고 헤아려 보면 일종의 先見性을 느끼게 한다.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 당시의 기업 내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한국인 모두에게 ‘모든 것을 바꾸자’고 외쳤다. 21세기를 10년 앞두고 있는 그 시대에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21세기에는 낙후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이끄는 기업의 아침 출근 시간은 일곱 시, 퇴근 시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퇴근해서 어학 공부를 하든, 자원봉사를 하든 개의치 않았으나, 다음 날 아침 출근시간은 어김없이 일곱 시였다.


정계로 연이어진 이건희의〈변화주의(Changism)〉

이러한 기업인의 파격행보를 바라 본 정계는 당시까지 팽배해 있던 패권적 지역주의, 기득권적 군부 세력에 맞서서 정치적 변화와 국민의식의 변화, 그리고 문민화를 열어가기 위한 예비동작을 취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Changism[변화주의]을 표방한 기업인의 의식은 4, 5년을 사이에 두고 김영삼,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연이어지게 하는 분위기를 형성시켰다고 할 수도 있다. 기업인의 외침이 지금 돌이켜 보면 기업 내의 혁신 효과를 불러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식 변화를 불러일으킨 先見性이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현상들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시기마다 발생하는 조그마한 의식의 변화가 서서히 축적되어 거대한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의 先見性을 선거의 시각에서 담론적 사색을 할 필요가 있다. 김영삼에 뒤이어서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당시, 도올 김용옥 선생은 김대중의 당선이야말로 정권의 수평이동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서, 이것은 일본도 이룩하지 못한 한국적 민주주의적 승리라고 평가했던 바와 같이, 당시의 정치적 변화는 상당한 저력을 지닌 민중의 염원이 응축되어 샘솟았던 결과적 소산이었다는 점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자각하고 있다.


변화주의, 김대중 당선에서 의의를 찾는다

이와 같이 1990년대 이후 2010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불과 20년 동안 한국의 정치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김대중 정부가 탄생할 무렵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일본의 민주주의보다 더욱 발전한 시점이 정권의 수평적 이동을 이끌었다는 측면에서 김대중의 당선에 의의가 있다고 한다면, 일본은 지난 2009년에야 비로소 하토야마가 이끄는 일본 민주당이 정권을 교체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던 것으로, 한국보다 한발 늦은 셈이다. 이러한 변화가 지역적 시차를 두고 일어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경을 초월하여 변화를 꿈꾸며 새로움을 기다리는 유권자들의 기대감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변화의 여파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루어 질 것이고 이러한 단초를 마련한 이건희 회장의 이번 등장을 주시하고 싶다.

1990년대 초에 외쳤던 이건희의 변화가 <이건희의 → 김영삼ㆍ김대중의 <문민화>→ 오바마의 당선(CHANGE we need) → 하토야마의 정권교체(チェインジ Change)>로 이어졌다고 하는 맥락에서 최근에 컴백한 이건희회장은 어떠한 혁신적 식견을 발휘해 줄 것인가가 기대된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그 나이의 다른 CEO라면 현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인데도 굳이 되돌아와서 지휘봉을 잡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이 자체가 획기적 변화를 느끼게 한다. 동시에 분명히 그럴 만한 기업의 대내외적 미션이 작용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진두지휘를 하지 않아도 영구불변의 위치에서 충분히 역량발휘를 하고도 남을 텐데, 몸소 나서서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 특별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이건희를 배워야 할 사람은 정치인들

이건희 회장이 20년 전에 강조했던 Changism[변화주의]에 대해 정작 관심을 두고 본받아야 할 사람은 기업인보다는 다가오는 6.2지자체 선거를 치러야 할 정치인들과 지자체의 후보자들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들이다. 아직도 여전히 영호남의 고정관념,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무조건적 동질의식은 변화를 기피하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젖게하여 정치발전의 속도를 멈추게 할 뿐이다.

6·2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모두는 차별화된 새로운 변화를 통하여 유권자와 진정한 소통을 해야만 한다.

끊임없이 (변화)를 외치면서 긴장하는 가운데 과거에 대한 정치적 반성과 미래를 위한 참신한 지역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선거 아젠다를 구축하여 변화의 구동축을 힘차게 회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참신한 메니페스토를 거머쥔 자는 이번 6.2지자체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임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새로움을 가꾸어 나아가기 위해서 이건희 회장의 재등장으로 또 다른 참신성을 시사하는 화두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희 회장은 아마 속으로 이렇게 외칠지도 모른다.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자” 변하지 않으면 진부해지는 정치현장에 가장 절실하게 와 닿는 목소리가 바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번에도 분명 지자체 선거제도 자체에 실망을 느껴 식상해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답’을 알려 줄 것이다. “유권자 여러분, 기업인이 변화를 싫어하고 선택을 게을리하면 기업이 망하지만, 유권자가 변화를 싫어하여 후보자 선택을 잘못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다.”라고 이건희 회장이 20년 전에 외쳤던 Changism[변화주의]는 아직도 유효하다.


#김창권대표

·1956년 12월25일생
·한국 외국어 대학 일본어과 졸,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저널리즘 전공) 석사
·전 청와대,총리실,국회출입기자, 전 한국기자상 심사위원
·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