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제3의 후보론 실체
2002년 노무현-MJ 후보단일화 따라하기
2010-04-06 홍준철 기자
그렇다고 제3의 후보가 당장 나올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한창 한나라당 경선 주자들이 뛰고 있는데 외부인사가 참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내 유력한 인사가 아닌 이상 당밖의 외부인사가 경선에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3의 후보로 정몽준, 정운찬 카드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오 시장 역시 ‘제3의 후보가 없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3의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접목하면 오 시장의 발언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본선은 다르다. 오 시장이 한 전 총리와 일대일 대결에서 힘들 경우 제3의 후보가 나올 수 있다. 이명박 정권과 친이 진영으로서는 서울시장이 야권 후보에 넘어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레임덕은 두 번째 문제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야권 후보는 전임 시장인 이 대통령의 정책과 업적을 철저히 조사해 철퇴를 가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친이 다수가 서울 지역구에 있어 야권 인사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경우 지역 사업 챙기기도 힘들다. 나아가 2012년 4월 총선에서 승리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래저래 서울시장 선거는 이 대통령과 친이 직계 인사들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차대한 현안이다. 이는 곧 오 시장의 재선에 대한 강한 의지와는 별개라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오르지 않는 지지율,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민주당내 후보단일화협의회가 생겼고 정몽준 후보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가 성사됐다. 집권 여당 후보가 군소정당의 후보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는 수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노 후보는 받아들였고 승리했다. 정 후보는 투표일 전날 ‘노무현 후보지지 철회’를 선언했지만 이는 오히려 진보 진영을 결집시켜 당선되는데 일조하게 만들었다.
물론 오 시장이 지지율에서 야권 후보에 크게 앞선다면 제3의 후보는 있을 수 없다. 관건은 야권 후보가 오 시장의 지지율을 바짝 추격하거나 앞설 경우다. 친이 진영에서는 자연스럽게 ‘후보 교체론’, ‘제3후보론’ 주장을 내놓을 것이다. 당안팎으로 ‘오세훈 사수 진영’과 ‘반오세훈 진영’으로 나뉘어 공방이 벌어질 것이고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제3의 후보론이 꺼지지 않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