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직영전환 놓고 안상수 vs 명진스님 진실공방

봉은사 외압설 종교전쟁 터지나… 정치권 긴장

2010-03-30     전성무 기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정치생명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외압설’ 때문이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폭로로 알려진 이번 ‘외압설’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종교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안 원내대표는 ‘외압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정황을 살펴보면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안상수 VS 명진스님의 진실공방은 결과에 따라 6·2지방선거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메가톤급 변수가 될 수 있다. 봉은사는 신도만 25만명에 달하는 거대 사찰이다. 그렇다보니 정치권에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봉은사 ‘외압설’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안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설’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명진스님은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아침식사 자리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자승 총무원장에게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둘 수 있겠냐’고 말한 것을 김영국 거사에게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가 조계종에 압력을 행사해 봉은사가 직영사찰로 전환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 원내대표 측은 “어떤 압력도 행사한 일이 없으며, 당시 주지 스님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말하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조계종 총무원도 성명을 내고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은 조계종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됐다”며 “정치권 외압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김영국 “명진스님말 모두 사실”

하지만 사건의 불씨는 더 커졌다. 명진스님에게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한 김영국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명진스님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해 줬기 때문. 조계종 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인 김씨는 지난 3월 23일 오후 장충동 참여불교 재가연대 만해 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진스님의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김씨는 또 “그날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다”며 “앞으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도에서 집권여당의 고위 간부가 종단의 중요 스님에 대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명진) 스님에게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안 원내대표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원내대표인 내가 감히 신성한 종교단체인 조계종측에 외압을 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실제 어떠한 외압을 가한 일도 없다”고 재차 부인했다.

안 원내대표의 이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종교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그동안 불교계와의 마찰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2008년 5월초 주대준 당시 청와대 경호처 차장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부부처 복음화가 자신의 꿈”이라는 발언이 문제가 돼 불교계를 자극했다. 불과 한달 뒤인 2008년 6월에도 수도권 대중교통정보 시스템 ‘알고가’에 각종 생활 정보가 표기됐지만, 정작 수도권 내 사찰의 정보가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 불교계가 들고 일어섰다. ‘알고가’는 정부가 관리감독 한다. 2008년 7월 말에는 정권과 불교계와의 감정이 극에 달했다. 경찰이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를 검거한다며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불심검문한 일이 발생해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조계종은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파면과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정권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며 불심 달래기에 분주했다.


정치권 ‘외압설’ 메가톤급 사안으로 인식

이쯤 되면 안 원내대표의 ‘외압설’은 단순한 논란 정도가 아니다. 메가톤 급 사안이다. 봉은사 신도만 25만 명이다. 벌써부터 신도회 임원 10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직영사찰 철회하지 않으면 강력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봉은사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장 서울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치권에서도 정치공방으로 가시화 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외압설의 당사자인 안 원내대표의 정계은퇴를 한 목소리로 요구했고, 한나라당은 “(야권이) 선거에 혈안이 됐다”고 맞서고 있다. 전국 조계종 산하 사찰은 2500여개. 6·2 지방선거를 2개월여 앞둔 현재 봉은사 ‘외압설’ 진실공방이 안 원내대표의 거짓말로 결말이 난다면 전국 불심이 표심으로 직결될 수 있다. 정치권이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조계종 총무원장 놓고 명진 vs 자승 권력다툼?

봉은사 사태로 조계종과 명진 스님 관계가 껄끄러워 졌다. 조계종과 명진 스님 중간에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있다. 자승 스님은 지난해 11월 13일 안상수 원내대표가 문제의 발언을 한 아침식사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자승 스님은 아직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자승 스님은 명진 스님과 평소 친분이 두터웠다. 하지만 요즘 명진 스님 행보를 보면 자승 스님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봉은사는 등록신도만 20만 명, 비등록 신도까지 합하면 25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사찰이다. 연 재정 규모도 130억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불교계 안팎에서는 자승 스님과 명진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리를 놓고 권력 다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승 스님이 차기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 할지도 모르는 명진 스님의 돈줄(선거자금)을 직영화를 통해 막았다는 것. 통상 사찰이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되면 분담금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거자금으로 유용할 자금이 막힌 다는 논리다. 하지만 조계종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봉은사 관계자 역시 “2007년 11월부터 사찰의 모든 재정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신도들하고 같이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개인 선거비용으로 아예 못 쓴다”고 일축했다.

자승 스님은 지난해 10월 31일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차기 총무원장 선거는 2013년 10월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