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4시 국회를 만드는 사람들 (16) 이경식 의정기록1과장
“기록은 귀중한 국가 문화유산”
2010-03-09 기자
이 과장은 1975년 속기사 공채를 통해 국회에 들어왔다. 올해로 35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 들어온 계기가 특이하다. 이 과장은 “집이 가난했고 지금처럼 대학진학이 일반화 된 시대가 아니라 대학진학을 진작부터 포기했다”며 “이때 대학에 다니는 한 친구가 보여준 중앙일보 직업가이드란에 실린 속기사 관련 기사를 보고 속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일반인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 속기사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속기는 기본적으로 펜으로 작성하는 수필속기와 자판을 사용하는 기계속기 2가지로 분류된다. 이 과장에 따르면 1946~1995년까지는 수필속기사들만 있었지만 지금은 기계속기사가 전체 3분의2 이상을 차지한다. 속기 기록물이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위해선 크게 3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속기사가 현장에서 기록한 원고가 편집직원을 통해 교열 된 뒤 인터넷과 책자 등으로 발간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 과장은 그 동안 속기사로 30여년이 넘게 근무하며 어려웠던 일들을 털어놨다. 국회에서 장내 소란과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 했을 때 회의록 작성에 곤욕을 치른다는 것. 그는 지난 2004년 3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와 작년 미디어법 국회 통과를 예로 들었다. 이 과장은 “국회에서 이런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정상 발언보다 의석에서의 발언이 더 많다”면서 “속기사들은 이런 모든 상황을 정리해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 과장은 속기사들이 가지는 직업 사명감이 크다고 했다. 생소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 다는 것. 이 과장은 “기록보국이란 말이 있는데 국가의 기록을 보존한다는 뜻이다”라며 “속기록은 조선왕조실록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가장 귀중한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이 것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것에 모든 속기사들이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지난번 김수완 전 국회의장이 한 매체와의 제헌 60주년 인터뷰에서 ‘나는 속기록을 가르켜서 국보라고 한다. 나라의 보배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의 한 보물입니다’라고 말했다”면서 “속기록은 국보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우리나라의 속기 시스템이 국제속기사타자연맹 회원국으로부터 상당히 호평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작년 8월 북경에서 국제속기사타자연맹 회의가 열렸는데 ‘IPRS’라는 의회속기사부 회의에서 미디어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그때 회원들이 미디어법 사태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처리했느냐면서 속기 시스템이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마지막으로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 불신감에 대해 언급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의 정치는 덜 성숙됐지만 노력하고 공부하는 정치인이 상당이 많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상당히 불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의원들 뿐만 아니라 국회 사무처에서도 의원들과 직원들의 의정활동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런점을 우리 국민들이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