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김범일 현시장 VS 서상기 시당위원장 2파전

박근혜 텃밭 대구를 가다

2010-03-02     전성무 기자

한나라당 공천은 '당선'이라는 공식이 대구에서 여전히 통한다. 하지만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세종시 논란으로 친이-친박 간 치열한 집안 싸움이 불거지면서 이번 대구 시장 선거의 공천경쟁이 어느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텃밭이기도한 대구에서 세종시 문제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며 사활을 걸고 있어 그 접전은 한치 앞도 가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대구를 직접 찾아 오는 6·2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 판세를 알아봤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누가 뛸까.

우선 민주노동당 이병수 대구시당위원장과 진보신당 조명래 대구시당위원장 등이 각각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여권에서는 친이계에 가까운 김범일 현 대구시장과 친박계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 출마가 유력하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윤덕홍 전 부총리와 이승천 대구시당 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으며, 국민참여당에서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충환 전 대통령 비서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이 야권후보단일화 추진을 논의 중이다.

대구 정가에서는 ‘김 시장-서 위원장’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시장은 재공천을 노리고 있고 서 위원장 역시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정가에선 김 시장이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해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남권 한 지역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시장이 31.4%로 선두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또 다른 지역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김 시장이 33.0%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김 시장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된지 오래.

하지만 친이-친박 간 갈등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세종시 문제가 박 전 대표의 승리로 매듭지어 지면 그 만큼 김 시장 입지도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 시장을 압박할 카드로 평가받는 친박계의 서상기 위원장이다. 서 위원장은 당초 설 연휴 이후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출마선언을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 같은 서 위원장의 행보는 세종시 문제로 청와대를 비롯한 당내 친이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이 있다는 정가의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세종시 문제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 정도로 ‘올인’한 상태다. 대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아직도 통한다.

만일 세종시 문제가 수정안 쪽으로 가닥이 잡혀 원안을 고수한 박 전 대표의 참패로 이어진다면 서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 질 수밖에 없다.


제 3의 인물 등장할 수도

이 밖에도 당 지역의원 사이에서 거론되는 ‘유승민 카드’, ‘제3후보 영입론’ 등이 서 위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배영식 의원 주도로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한나라당 대구지역의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화두는 대구시장 후보군 물색에 초점이 모아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 전 대표와 주호영 의원, 유승민 의원과 박종근 의원이 불참했다. 박 전 대표와 주 의원의 불참은 예상했지만 유 의원과 박 의원 불참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날 모임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내부 추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대 인물이 서 위원장이 될지 또 다른 제3의 인물이 될지는 논의를 거쳐 정한다는데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추대 대상이 누가 되더라도 현 김 시장과 경선을 치르는 데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 위원장 역시 이들 지역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서 위원장은 2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대구시장 출마와 관련해)지역 의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또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냐는 질문에는 “당이 지금 시끄러운데 기다리는 것이 예의 아니겠느냐”고 하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풀어보면 서 위원장은 출마 의지가 분명하지만 세종시 문제 처리 결과에 따른 박 전 대표의 차후 행보, 당 내 지역의원들의 내부추대 문제 등으로 인해 출마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서 위원장은 내달 초에 출마와 관련된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원들이 제3후보 영입 시한을 3월 초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 시한까지 마땅한 제3의 후보가 물망에 오르지 않는다면 서 위원장의 내부 추대가 유력하다.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종시 문제와는 별개로 내부추대만으로 서 위원장의 출마가 공식화 된다면 차후 대구시장 선거 구도는 김 시장과 서 위원장의 양자대결 구도가 될 공산이 크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