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속여…아버지 대를 잇는 야구선수들

2005-06-08     한준규 스포츠한국 
야구 잘하는 혈통이 따로 있다면 이들이 주인공이다. 실력에 따라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인기직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은 야구 선수. 프로야구 출범 초기에 활약했던 스타플레이어의 아들들이 잇따라 학생 야구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프로구단의 진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바야흐로 프로야구 선수도 가업 형태로 대물림되는 시대가 온 셈이다.2006년 한화의 신인 1차 지명선수로 낙점된 천안북일고의 오른손 투수 유원상(19)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인 유승안 전 한화 감독의 아들이다. 키 1m87의 유원상은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정통파 투수.

‘제2의 선동렬’로 각광받으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한기주(광주 동성고)에 비견되는 재목이다. 서울 잠신중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가 사령탑을 맡았던 한화의 연고 고교인 천안북일고로 진학했다.고교 1학년때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소속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감투상을 받았고, 올 초 열렸던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최우수고교 야구대회’에선 군산상고와의 1회전에서 콜드게임승을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는 군산상고 사령탑인 김성한 전 기아 감독의 전국대회 데뷔전이었다. 김성한 감독으로선 현역 시절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고, 프로 감독으로도 맞대결을 펼쳤던 유승안 전 감독의 아들에게 ‘쓴맛’을 본 셈.스피드에 비해 제구력이 들쭉날쭉했던 유원상은 최근 컨트롤이 안정되면서 고교 무대에서 큰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한때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가 한화 입단으로 가닥을 잡았고, 6~7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며 한화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최우수고교 야구대회’의 우승팀인 인천고에는 SK 박종훈 수석코치의 아들인 박윤이 뛰고 있다. 포지션이 1루수인 박윤(18)은 프로야구 초대 신인왕(83년)인 아버지의 방망이 솜씨를 물려받았다. 상인천중학교 시절 그 넓은 인천 문학구장의 담장을 넘겼을 정도의 배팅 파워를 자랑한다. 지난해 대통령배 대회에선 4할대의 타율로 팀 공격을 이끌기도 했다.부산고를 졸업하고 올해 LG 유니폼을 입은 ‘신인왕 후보’ 정의윤은 롯데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약했던 정인교 코치의 아들이다. 고교시절부터 타격 재질을 인정받았던 정의윤은 프로무대에서도 날카로운 방망이 솜씨를 뽐내며 LG 이순철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외모가 톱스타 에릭과 흡사해 ‘정에릭’으로 불리는 정의윤은 아버지와는 달리(?) 꽃미남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LG 이순철 감독의 아들인 이성곤도 잠신중학교에서 야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성곤의 잠신중학교는 지난해 LG배 중학교 야구대회에서 우승해 아버지를 뿌듯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부자 야구인은 역사가 깊다. 대표적인 부자 야구인이 김진영 전 삼미 슈퍼스타스 감독과 김경기 SK 타격코치. 김진영 감독은 한국야구사에 빛나는 강타자였고, 김경기 코치 역시 태평양 현대 SK를 거치며 인천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군림했었다. 김성근 전 LG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씨도 야구선수 출신. LG에서 프로선수로 뛰었던 김정준씨는 LG 구단의 프런트를 거쳐 SK 와이번스의 프런트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