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에 냉정한 MLB 투자 법칙
2005-09-27 김완
샌디에이고 박찬호
위기의 가을을 맞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32·샌디에이고)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이후 3연승을 구가하며 시즌 12승째를 챙긴 박찬호지만 전격적인 불펜 강등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여기에 미국의 CBS 스포츠라인이 최근 팬터지 베이스볼을 전망하면서 ‘박찬호를 무시하라’고 혹평하는 등 언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이 언론은 박을 팬터지 베이스볼에 끼워줄 만한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팬터지 베이스볼은 팬들이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가상의 몸값을 정한 뒤 자신의 예산범위내에서 선수들을 골라 팀을 꾸리고 실제활약도에 따라 돈을 잃고 따는 게임이다. CBS 스포츠라인은 ‘최악의 선수를 모아놓는 팬터지리그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박찬호를 배제시키라’고 충고하면서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투수 중 역대 최고의 거품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박찬호는 지난 9월12일 LA 다저스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컨트롤이 크게 흔들리면서 1과3분의 1이닝동안 2실점한 뒤 강판 당했다. 이처럼 벤치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박찬호를 CBS 스포츠라인은 최악의 ‘먹튀’로 분류한 것이다. 박찬호의 FA 몸값은 그동안 미국 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의 대상이 돼온 것이 사실. 박찬호는 지난 2002년 텍사스와 5년간 6,500만달러(약 650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에 FA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지난 7월 샌디에이고로 이적하기 전까지 텍사스에서 22승23패(방어율 5.78)에 그쳤다. 그는 샌디에이고 이적 직후 3연승을 달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으나 지난 7일 콜로라도전 5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데 이어 12일 다저스전에서 2회에 강판당한 뒤 결국 불펜으로 밀려났다.
뉴욕 메츠 서재응
‘미스터컨트롤스’라는 격찬을 들으며 급부상하던 뉴욕 메츠의 서재응도 빅리그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뉴욕 언론들은 서재응(28)이 메츠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그야말로 사면초가로 그를 몰고 있다. 메츠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 휴스턴과 무려 8게임차 이상으로 뒤져 포스트시즌 진출이 완전히 물건너간 상황이다. 메츠는 올해 거금을 들여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카를로스 벨트란 등 FA 최대어를 싹쓸이하고도 받아쥔 초라한 성적이어서 팀 전체가 책임 떠넘기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 희생양이 바로 서재응이다. 특히 서재응 발굴의 공과에 따라 릭 페터슨 투수코치 등의 거취가 결정될 수 있다. 뉴욕 지역의 일간지 ‘뉴욕 데일리뉴스’는 메츠 내 미묘한 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신문은 ‘계약이 1년 더 남은 페터슨 코치는 메츠에 잔류할 것’이라고 전제했지만 “구단 내 프런트를 중심으로 ‘페터슨 코치가 올시즌 투수진의 성공에 있어 지나친 과대평가를 얻고 있다’는 불평이 자자하다”며 “특히 서재응과 애런 헤일먼, 팀 해물락, 마이너리거 제이슨 스코비는 트리플A 노포크 투수코치인 댄 워던의 공로로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콜로라도 로키스 김병현
콜로라도 로키스의 김병현(26)은 엉덩이 부상으로 시즌 막판 출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가 올시즌 종료까지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또 한차례 ‘FA 대박’을 노리는 김병현에겐 예상 못한 암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유력 스포츠 사이트인 ‘CBS스포츠라인’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오른쪽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김병현이 지난 9월21일 샌디에이고전에 이어 26일 샌디에이고전 등판도 거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만약 이 사이트의 예상대로 두 차례 모두 선발 등판을 거른다면 올시즌 종료까지 딱 한차례의 등판 기회를 남기게 된다. 콜로라도 클린트 허들 감독은 일단 “김병현을 단 한차례만 거르게 할 것”임을 천명한 상태지만 허들 감독은 “(김병현에게) 다음 등판 전까지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해 몸상태가 완전치 못할 경우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LA다저스와의 원정경기 직전 화장실에서 오른쪽 골반 부위를 다친 김병현은 그날 최고 구속이 88마일(14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