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제주 이어 제3 불출마 지역은 부산?

김태환 제주지사 불출마 선언 내막

2010-02-23     전성무 기자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태호 경남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제주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6·2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출마 유력 후보 2명이 중도 하차한 셈이 됐다. 김 제주지사가 불출마를 결심한데는 지난해 주민소환투표와 친인척 비리 등으로 인한 압박이 가장 큰 이유 라는게 중론이다. 김 제주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제주지역 선거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김 지사는 17일 오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지지자의 만류로 불출마 선언을 기자회견문으로 대체했다.


김태환 제주지사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김 지사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 제주도가 너무도 중요한 시기에 있기 때문에 지금 시기를 놓치면 10년, 20년 뒤쳐질 수도 있어 한가롭게 선거에 휩쓸릴 여유가 없다”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또 “그동안 인기를 위한 정책은 생각하지도 않았고 오직 제주의 발전만을 생각했다”며 “이번 선택에 대해 역사가 평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특별자치도가 추진해온 수 많은 정책들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다시 선거에 출마한다면 논란에 논란을 거듭할 것이며 비판을 위한 비판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직 도지사의 출마로 인해 지금까지 제주도는 많은 갈등을 겪어 왔다고 그 갈등은 제주사회에 큰 부담이 됐다”며 “이제 그런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고 도정은 선거중립으로 갈등해소의 중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발표는 오랜 고민 끝에 결정된 것”이라며 “남은 기간 특별자치도 완성에 몸 바치겠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 배경은?

김 제주지사가 불출마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김 제주지사의 사촌동생 K씨의 뇌물수수 혐의로 인한 검찰 구속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역 정가는 보고 있다. 또 제주 해군기지 건설 추진으로 인한 도민 갈등,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치러진 주민소환투표도 김 지사가 불출마 결심을 하게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제주 지역 언론사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제주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10% 대에 머물렀다. 또 모 중앙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도지사선거에 나오지 말아야 할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최고 앞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 ‘본전’도 못 뽑는다는 계산이 섰다는 것이다. 또 김 제주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친인척 비리 문제 등으로 검찰과 안면 트는 일이 잦았다. 이 때문에 도덕성 문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기될 것이라는 판단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지역정가는 보고 있다.

김 제주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6·2지방선거 제주지사 선거구도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던 제3의 인물들이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는 모 제주지역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선두를 달렸다.

그 뒤를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과 김 제주지사가 막상막하의 순위다툼을 벌이며 추격하는 형국이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만 보면 김 제주지사의 불출마 선언은 선거에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주지역 선거 구도 변화 불가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제주지역에선 이번 김 제주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세대교체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민주당 김우남 의원의 거취문제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앞서 지인들을 통해 김 지사가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천경쟁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하고 있다. 무소속인 우 전 지사의 정당 선택도 공천경쟁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주지사 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우근민 전 지사,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김경택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 등이다. 김한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와 현명관 삼성물산 고문도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남지사와 김 제주지사에 이어 다음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자는 누가될지 주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불출마를 선언했던 광역단체장 2명은 모두 뒤끝이 안 좋았다. 김 경남지사의 경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 까지 받았다가 무혐의 처분 됐다. 김 제주지사의 경우 사촌동생이 속을 썩인 케이스다. 백(?)을 등에 업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치권에선 다음 불출마 선언 지역은 부산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지검은 남구 황령산 내 스키돔 ‘스노우캐슬’을 운영하는 스포츠랜드부산(주) 대표이사 하모씨(56·여)와 분양총괄본부장 임모씨(44)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회사 돈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이들이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밝히는 것이었다.

검찰 주변과 부산지역 정가에선 이 돈이 부산시 고위공직자와 일부 정치권 유력인사에게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검찰도 하씨 등을 상대로 이 같은 점을 집중 추궁했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기존 혐의만으로 기소했다.


제3 불출마 지역은 부산?

부산지검 김수창 2차장검사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관계 로비대상으로 거명된 인물에 대해 묻자)개인의 명예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또 수사진행 여부에 대해 묻자 “수사 해봤는데 그런거 안나왔다. 혐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로비의혹은 빼고 기존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만 기소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의문이 남는 이유는 로비대상으로 거명됐던 인물들이 부산시 고위 공직자들과 지역 정치권 주요 인사였다는 것이다.

김 경남지사가 검찰소환 조사를 받은 뒤 무혐의 처분 된 것과 닮은꼴이 될 수도 있다. 김 경남지사의 경우 지방선거 불출마를 조건으로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검찰과의 빅딜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선 하씨가 빼돌린 금액이 정관계 인사에게 흘러들어갔을 경우 부산지역의 또다른 ‘검찰과의 빅딜설’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