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처남 김재정씨 별세 ‘재산상속’논란
수천억 재산… 누가 챙길까
2010-02-16 전성무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61)가 지난 7일 오전 7시 15분께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김씨는 작년 1월말 당뇨병과 신부전증 등에 의한 심근경색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줄곧 투병생활을 해왔다. 김씨는 경북 경주 소재 자동차부품업체 (주)다스(DAS)의 감사이자 최대 주주였다. 그의 재산은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다.
김씨는 지난 2007년 대선기간 동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서울 도곡동 땅)을 차명관리 했다는 의혹을 받아 특검까지 받았으나 사실무근으로 일단락 됐다. 하지만 그동안의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산 상속인은 피상속인 사망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세무당국에 신고 하도록 돼 있다. 김씨 유족이 상속세 신고를 하면 국세청은 사안에 따라 세무조사를 추가로 실시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서울 도곡동 땅을 비롯한 각종 의혹들이 김씨의 사망으로 인해 다시 쟁점으로 급부상할지 주목된다.
장례 이틀째인 지난 8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유족들이 조촐한 장례를 원해 가족장으로 했다는 말이 무색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소남 의원에 이어 정운찬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조문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오후 9시10분께 빈소를 찾아 2시간 가량 머물다 갔다.
앞서 이 대통령은 7일 오전과 오후 각각 빈소를 방문, 총 3번에 걸쳐 조문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씨도 8일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빈소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 취재 열기 썰렁
언론사 취재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대통령을 비롯, 각계 주요 인사들이 빈소를 찾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고인에 대한 지난 특검수사가 이 대통령과 연관이 있었던 만큼 언론에 대한 ‘압력’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분향소가 있는 장례식장 3층은 언론사 취재가 철저하게 통제 되고 있었다. 발인은 9일 오전 8시 이뤄졌으며, 김씨 시신은 경기도 광주시 소재 한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김씨의 죽음이 관심을 끄는 것은 도곡동 땅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지난 2007~2008년 수사를 통해 서울 도곡동 땅이 이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라고 결론 냈다. 하지만 의문점을 남겼다.
MB재산 차명관리 ‘의혹’ 특검 ‘의문’
도곡동 땅 의혹은 이 대통령의 맏형 상은씨와 처남 김씨가 1985년 서울 도곡동의 5개 필지를 현대건설과 전모씨 등으로부터 사들이면서 부터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이었기 때문에 상은씨와 김씨가 이 대통령의 재산을 차명관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쟁점은 이 땅을 매입한 자금 출처였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07년 8월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도곡동 땅은 맏형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제3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이후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모호한 표현으로 말을 흐렸다.
최종수사결과 발표에서 검찰은 “이 대통령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당시 특검은 “당선인(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과 관련해 도곡동 땅 매입경위, 매입자금의 출처, 토지사용 및 관리 형태 등 쟁점사항을 철저히 수사한 결과 김재정씨 명의지분은 검찰 수사결과와 같이 김재정의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의 형 상은씨에 대한 수사에서는 “도곡동 땅 매수자금과 관련해 당시 이상은의 자력이 소명되고 도곡동 땅이 공동의 목적으로 관리 사용됐다”며 “매각 이후 그 매각대금이 공동으로 관리됐다가 나중에 균등하게 분배됐고 김재정 이상은이 현재까지 각자의 용도에 사용한 사실이 확인 됐으므로 이상은의 소유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도곡동 땅은 이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과 특검 두 차례의 수사에서 모두 문제점이 지적됐다.
일단 도곡동 땅을 판 전 소유주 전모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씨의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전씨 자녀들 또한 특검에 출석하지 않았다는게 이유다. 수사의 단초가 될 가장 중요한 핵심사안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되기에 충분하다.
당시 검찰과 특검 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상은씨의 부동산 매입 대금도 정확하게 확인 되지 않았다. 부동산 매각대금을 관리한 재산관리인 2명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도곡동 땅이 상은씨 등 명의에서 포스코개발로 이전 된 과정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했다.
또 지난해 말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국세청 감찰 과정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는 문건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되기도 했다.
상속세 신고후 추가 세무조사 하나?
김씨가 사망함에 따라 김씨 소유 재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로 국세청 세무조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행 세무 관련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사망한 뒤 6개월 이내에 상속세 신고를 해야하고, 증여세의 경우 3개월 이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도 작년 11월 상속세 신고를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채가 3억원 더 많았다는 것이 감안됐다.
당시 국세청은 “유족 등에 대한 상속세 공제액이 최소한 10억원 이상인데 부채가 3억여 원 더 많다고 신고했다”며 “돌발 변수가 없다면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상속세 신고 기한이 수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신고 여부에 대해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81조에 따라 신고 자체 여부를 일체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에서 상속세 신고관련 보도가 나가자 국세청에 유감을 표한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국세청은 통상 정·재계 등 유력인사의 상속세 신고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다. 김씨의 경우 특검 수사결과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김씨 관련 수사에서 부실수사 논란이 있었던 만큼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논란이 됐던 도곡동 땅을 비롯해 김씨 자금관련 의혹이 다시 불거 질수 있다. 문제는 김씨 측이 얼마나 상속세를 성실히 신고하느냐 여부다. 세무조사가 이뤄질 경우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등에서의 외압이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지 않으면 의혹은 ‘의혹’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김씨의 사망으로 인해 그동안 잠잠했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이 재조명 될 수 있는 열쇠는 국세청의 의지에 달렸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