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사생활까지 간섭하나…

2007-05-30     남장현 
뒤뚱거리는 프로농구 FA시장 >>

‘공정거래 위원회라도 만들까?’
남자 프로농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후반부로 접어든 가운데 각종 마찰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매년 뒷돈, 사전 접촉 등 뒷말이 무성했던 FA시장이다. KBL은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해당 선수들의 종합소득세 및 전화통화 내역서 제출 등을 요구했고, 벌칙 규정까지 강화하는 등 공정한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FA규정이 정말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상당수 농구인들은 “선수나 구단이 마음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비관했다.
뭘 해도 허점이 드러나는 프로농구의 기막힌 현실이다.



신뢰 않는 구단-선수-협회

FA선수를 보유한 프로농구 각 구단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지난 5월1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FA선수-원 소속팀’간 협상이 종료된 가운데 김주성(동부)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진로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21일부터 다른 팀과 협상에 들어갔다.

해당 구단들은 선수들이 제대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선수들이 여행을 떠났거나 연락이 안된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다른팀과)얘기를 끝내서 그런지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이런 마당에 어떻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선수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외유를 다녀온 선수들은 외국에서 접촉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반대로 FA영입을 원하는 구단들도 불만이 있다. 특히 KBL측에서 각 팀에 요구한 ‘영입 의향서’ 제출이 화두에 올랐다. 여기에는 계약 기간과 연봉 등을 적어야 했기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KBL에서는 지난 5월16일부터 20일까지 서류를 접수받았다.

FA영입 경쟁에 뛰어든 모 구단 관계자는 “전 소속팀이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알아야 알맞은 액수를 적어내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일리가 있다. FA 선수와 구단의 접촉을 막기 위한 규정이 오히려 유혹을 불러온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하는 팀이 아닌, 조건이 나쁜 구단으로 갈 수 있는 선수도 답답하다. 선수들은 자신들을 배제한 채 팀간 협의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구단 행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구단간 ‘사전 밀약설’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사생활까지 침범하려는 KBL

KBL은 FA선수와 다른 팀이 사전에 접촉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만약 사전 모의, 담합, 매수 등 제 규정을 어길시 KBL은 양자에게 최대 3000만원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구단에는 차기 선발권을 박탈하며 선수는 당해 시즌 출전을 금지한다고 규정을 강화했다.

공정 거래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불만은 끝이 없다. 원 소속팀과 계약이 결렬된 FA선수들에게 요구한 ‘전화통화 내역서 제출’이 가장 많은 지탄을 받았다. 선수 대부분이 내역서를 제출했으나 사생활 침범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BL은 “강제성은 없다”고 했지만 농구계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 인사는 “KBL이 사법기관도 아니고, 왜 선수들의 통화까지 간섭하는지 모르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선수 측근들도 “내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오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본인의 것이 아닌, 지인들의 전화를 사용하면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애초 의도와는 달리 KBL은 욕만 먹고 있는 셈이다. 뚜렷한 해결책도 없다. 할 수 있는 부분은 다했다. 소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일부 단장들이 포함돼 투명성이 미심쩍다. 지금은 당사자 양심에 맡기고, 협상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도록 감독하는 게 필요하다.

협회 행정에 불만을 터뜨린 농구인들은 “투명한 거래를 위해 모두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면서 “전 소속팀과 FA선수, 이들을 영입하려는 구단 등 3자 입장이 고루 반영되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 프로배구 FA 첫 시행…결과는 ‘글쎄’

올해 처음 시행된 국내 여자 프로배구 FA제도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팀 공헌도 및 능력에 따라 적정 보상을 한다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 여자 배구의 경우 은퇴 권유나 연봉 삭감 등 이를 악용한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FA선수에 대한 대접이 달라지는 것도 거의 없다. 전체 샐러리캡이 약 10% 인상되는데 그쳐 정작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다. 대박은 꿈에 불과하다.

더구나 FA선수를 영입하면, 구단에서 지출을 줄이기 위해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나 노장과 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어 오히려 전체 배구판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심차게 시작한 FA제도가 가뜩이나 미약한 시장을 더 망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딜레마에 빠진 여자 프로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