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으로 갈 것인가 절(寺)로 갈 것인가…

2005-05-17      
버디보다 귀한 보기 “연습장으로 갈 것인가, 절(寺)로 갈 것인가.” 이는 Y씨의 테마다. Y씨는 나무랄 데 없는 스윙의 소유자였다. 레슨 프로들이 “그만 하면 됐다”고 칭찬할 정도로 보기 좋은 스윙이었고, 연습장에서 목표물을 지적하면 대개 그 근처에 볼이 떨어질 만큼 샷 자체도 훌륭했다. 그러나 그 실력은 ‘연습장 안에서 만의 일’이었다. 실제 라운드에서는 보기 플레이에 급급했다. 스윙은 싱글 핸디캡이지만 스코어는 90+ 알파였다. 간혹 80대 스코어도 내기는 했으나, 그 때는 친선 게임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그는 라운드마다 “더 연습을 해야 하나, 아니면 절로 가서 수양을 더 해야 하나”를 되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90을 넘을 것 같지 않은 스윙인데 스코어는 엉망이니, 그 원인은 ‘심리’에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라운드 후 곧고 바른 구질에 어마어마한 장타를 내는 A씨에게 동반자들이 ‘스윙 개념’을 물었다. 대답의 골자는 ‘로봇스윙’이었다. “나는 사실 레슨을 받은 적이 별로 없다. 미국 유학시절 TV에서 골프 중계를 보면서 선수들의 스윙 모습을 본받으려고만 애썼다. 그러던 중 우연히 로봇이 스윙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됐다.

볼을 테스트하는 기계였는데, 그 장면을 보고 나는 ‘골프 스윙은 저 로봇이 최고’란 생각이 들었다. 로봇은 몸 전체가 볼트로 고정된 채 팔만 ‘따따따따’ 올리며 천천히 백스윙을 하고 다운스윙은 ‘착’하고 내려오며 볼을 쳤다. 치고 난 후 그 팔은 ‘휙’ 하고 뒤쪽으로 넘어갔다. 물론 로봇이 친 볼은 항상 곧고 길게 나갔다. 나는 그 때부터 스윙할 때마다 로봇을 떠올린다. 로봇 마냥 중심은 잡아두고 어깨만 완전히 돌리고, 백스윙은 천천히 하며, 다운스윙은 크게 뒤로 넘어가도록 치는 것이다. 로봇과 같이 하체의 움직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헤드 업 같은 인간적 실수가 없는 한 볼은 곧게 뻗어나갔다.” A씨의 얘기는 로봇이 등장해 신선하지만 원리는 새로운 게 없다. 중심 축이 고정되니 구질이 바른 것이고, 어깨 턴을 완전히 해주니 장타가 나는 것이다. 경직되지만 않는다면 로봇 연상방법도 괜찮을 듯하다.

한편 스코어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에 대해 B씨가 말했다. “버디보다 귀한 보기를 이해하는 것이지. 싱글 핸디캐퍼는 물론 평균 85타 이하를 치는 골퍼들은 더블 보기나 트리플 보기를 하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야. 이 얘기는 버디를 하나 잡는 것보다 더블 보기를 안 하는 게 훨씬 스코어 관리의 핵심이라는 뜻이지. 따라서 나는 버디 두 세 개보다 더블 보기 없는 스코어를 가장 좋아해. 아마추어 골프에서 더블보기가 없다는 것은 기술적, 전략적, 심리적 측면에서 그 날은 거의 완벽하게 쳤다는 의미 아닌가.” 골프 친구들에 대해 C씨가 말했다. “어느 날 죽도록 골프 치기가 싫은 날이 있었어.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바람에 거의 기다시피 하며 골프장에 나간 날이야. 동반자들도 내 얼굴색을 보더니 혀를 차더군. 그런데 동반자 중 한 명이 지나가듯 말하더군. ‘오늘 내 목표는 75타야. 자네들도 알아서 치게.’ 그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 그냥 돌아갈 수는 없고 치긴 쳐야 하는데 컨디션 나쁘다고 허덕이면 나만 못난 사람이 될 것 같았어. 그래서 애초의 자세와는 달리 열심히 쳤지. 난 ‘정신을 차리게끔 한’ 그 친구의 의도를 알아. 언제 어디서나 골프에 열정을 품게 하는 그런 친구들이 좋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