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더 쳐도 돼”

2005-10-18      
연습장에선 얼마나 많은 볼을 칩니까?사실 볼 하나 더 치는 게 아무 것도 아닌데도, 필드에서 “하나 더 쳐도 된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죠.이처럼 형편없이 잘못나간 볼에 대해, 동반자들의 아량으로 베풀어지는 ‘멀리건’에 대해서 알아보죠.

멀리건은 없다
입문자들이 골프 코스에서 가장 처음 듣는 말이 ‘몰간’일지도 모른다. 첫 홀 티샷이 엉망이었을 때 분명 동반자 중 한 명이 “몰간이야. 하나 다시 쳐”라고 말하기 십상이기 때문. 몰간은 ‘멀리건(mulligan)’의 잘못된 발음이다. 워낙 관행으로 ‘몰간, 몰간’하기 때문에 멀리건으로 고쳐 부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그렇다면 멀리건은 대체 어떤 용어일까. 멀리건은 원래 친선 라운드 첫 홀에서 미스 샷이 났을 때 벌타 없이 다시 한번 치게 하는 관행을 말한다. 물론 골프 규칙에 멀리건이란 용어는 없고, 아마추어나 프로 가릴 것 없이 스코어로 시상하는 시합에서는 멀리건의 개념이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첫 홀 멀리건만이 일반적으로 용인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때에 따라 수시로 멀리건을 남발하는 경향이 짙다. 스코어에 대한 욕심, “주면 나도 받는다”는 속계산, 그리고 윗분 모시기의 한 방법으로 툭하면 멀리건을 남발하는 것이다. 초보자 처지에서 멀리건을 주면 빠른 진행을 위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자신의 골프에서 멀리건이라는 단어를 아예 지워버리는 게 옳다.

첫 필드선 ‘슬로플레이’ 조심
멀리건 많은 팀 치고 매너나 수준면에서 모범을 보이는 팀은 별로 없는 법이다. 한편 부득이하게 멀리건이나 잠정구(이는 나중에 설명한다)를 쳐야 한다면, 다른 골퍼들이 모두 샷을 마친 후 맨 나중에 다시 티에 올라 치는 게 정석이다. 티잉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코스에서도 볼을 찾기 힘들 것 같으면, 동반자들이 “새 볼 꺼내어 치고 가”라는 말을 할 것이다. 이는 규칙상 말도 안 되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요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심각한 골프 문제가 바로 ‘슬로 플레이’다. 뒤 팀이 바로 다가와 있고 앞 팀이 보이지 않는데도 볼을 찾겠다고 헤매는 용기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자신이 원칙주의자라 하더라도 초창기에는 경험 있는 동반자의 권유대로 따르는 게 좋다. 골퍼들이 ‘첫 필드행 골퍼’와 라운딩 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진행속도’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상식도 초보에겐 낯선 경험
지난주 칼럼을 통해 골프장 갈 때의 준비물에 관해 살펴보았는데, 누군가가 “이왕이면 더 자세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난생 처음 골프장에 갈 때 옷가방이 있는지도 그는 몰랐노라고 고백했다. 샤워한다는 소리는 들었기 때문에 그는 골프백에 속옷을 넣어 가 ‘속옷과 함께’ 라운드를 했다고 한다. 또 모자도 안 가져갔으며, 장갑도 잊어버려 골프장 프로숍에서 허둥지둥 샀다고 한다. 그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여겨지거나 너무도 당연시되는 것”이 골프 입문자들로서는 ‘전혀 생소한’내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