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기수가 과천벌 달군다

2007-01-19     정하성 
과천벌, 무한경쟁 시대
올해는 과천벌이 ‘프리기수제(자유기승 계약제), 용병기수제’ 도입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매년 기수가 특정 조교사와 고정적으로 기승 계약을 체결하는 ‘소속조 기승계약’제와 달리 매 경주마다 기승 계약을 체결해 자유로이 경주에 참여할 수 있는 ‘프리기수’제는 능력 있는 기수는 더 많은 기승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조교사는 자신이 원하는 기수를 아무런 제약없이 관리, 마필에 기승시킬 수 있게 된다. 특히 KRA는 기수들의 경쟁심을 높이고 박진감 있는 경주를 만들기 위해 경쟁성 상금인 착순상금을 대폭적으로 인상하는 등 당근책도 마련하기로 해 기수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프리기수로 전향할지 손익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다. 프리기수 도입 원년 과연 과천벌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따져보자.


먼저 경주는 프리기수 위주로 마필 조교는 소속 조 기수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기수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능력에 따른 보상 체계를 마련, 장기적인 경마 발전을 위한 복안으로 프리기수는 능력에 따른 착순상금 외에 소속조가 없어지는 만큼 그간 각 조 소속 기수가 수행해야 했던 마필 조교의 의무가 없어진다.


‘비 인기마’ 보상책 마련
조교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의 위험성에서 벗어나 경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인데 기수 변경의 가능성도 감소시켜 줘 경주의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프리기수에게는 종전 조교료를 폐지하는 대신 기승료를 지급. 소위 ‘비인기마’ 기승에 따른 보상책도 마련될 예정이다.

소속 조 기수는 관리 마필 조교 전담과 해당 조의 일부 경주에 제한적으로 출주하게 된다. 프리기수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에 따라 경주에 출주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에 반해 소속 조 기수는 관리 마필 중 일부나마 기승 기회를 보장받는데, 대신 소속관리마필 조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당초 KRA는 조교실적 여부와 무관하게 조교수당을 지급해왔으나, 향후 소속 조 기수의 생활 안정 지원과 적극적인 조교참여 유도를 위해 조교 수당을 내실화할 방침이다.

한편 올 5월부터는 과천 벌에도 용병기수가 도입돼 국내 기수와 한 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KRA는 수준 있는 외국 용병 기수를 도입해 기수의 폭을 넓히는 한편 국내 기수와의 치열한 경쟁을 추진 중이다.

현재 과천 벌엔 총 54개조(조교사 54명), 약 55명(인원 59명, 부상 등으로 제외)의 기수가 활동하고 있는데, 각 조와 기수 대비 거의 1:1의 비율로 연간 경주수를 고려하면 무조건 일부는 프리기수로, 일부는 소속 조 기수로 활동해야 하므로, 진정한 의미의 경쟁 체계 구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용병수입은 장차 기수 폭을 넓히고 경쟁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종 등 프리기수 후보
현재 유력한 프리기수 후보로는 2006 연간 최다승 랭킹 1위부터 25위까지 기수들이 있다. 지난 해 최다승의 기록을 ‘120’으로 갈아치운 기록의 사나이 박태종, 승률 22%로 최고의 우승확률을 자랑하는 김효섭, 떠오르는 별 조경호, 함완식, 꾸준히 노련미를 과시하는 천창기, 우창구 기수 등이 바로 그들인데 부상이 없는 한 일단 일정 수준 이상 실력이 향상되면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전례로 보았을 때 능력 있는 기수들의 대이동도 멀지 않은 듯하다.

경마 속설에 ‘마칠인삼’이란 말이 있다. 경마에 있어 승부는 말의 능력이 70%, 기수의 능력이 30% 가량 달려 있단 뜻인데, 고가의 씨수말 도입 등으로 차츰 향상되는 국내 마필의 능력만큼 좀 더 치열한 경쟁 속에 기수들의 능력 또한 향상된다면 한국 경마의 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한국 경주마가 세계 경주에 도전장을 내밀 때 외국기수가 아닌 국내 기수와 호흡을 맞춰 힘차게 달릴 순간을 기대해본다.



짱구기수 우창구 “노병은 죽지 않았다”
대통령배(GI)에 이어 그랑프리(GI)까지 석권


과천벌 ‘짱구기수’로 통하는 우창구 기수가 2006년 시즌 마지막 경마일인 지난해 12월 24일 한해 동안 과천벌을 주름잡은 최고 스타 경주마들이 총 출동한 제25회 그랑프리(GI) 대상경주를 석권했다. 우창구 기수는 ‘플라잉캣’에 기승해 중위권을 유지하다가 막판 직선주로에서 무서운 기세로 추입에 나서 당초 우승마로 지목되던 ‘밸리브리’를 머리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3년 기수생활 두 번째 GI 경주 우승이자 자신의 704번째 우승이었던 이날 승리로 우창구 기수는 2006년을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하게 마감할 수 있었다. 또한, 2007년 시즌 2일차 경주였던 지난 7일(일) 12경주에서 ‘축제마당’에 기승해 1승을 추가하는
등 기복 없는 성적을 보이며 통산 6,397전 705승, 2착 719회로 승률 11.0%, 복승률 22.3%를 기록 중이다.

우창구 기수는 지난 11월 5일(일) 제3회 대통령배(GI) 대상경주에서 ‘가야산성’에 기승해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이번 그랑프리 우승으로 작년 총 3회의 GI경주(코리안더비, 대통령배, 그랑프리)에서 두 경주를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대상경주 우승횟수를 14회로 늘렸으며 이는 현역 기수 중 5번째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특히 그랑프리 대상경주에서는 인기순위 9위에 해당하는 비인기마인 ‘플라잉캣’에 기승했지만 치밀한 작전전개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우승을 일궈냈다. 우 기수 본인은 ‘플라잉캣’에 대해 “조교 때 말 상태가 매우 좋았으며 선입형 마필이기 때문에 초반 자리만 잘 잡으면 우승도 넘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우창구 기수에게 2006년은 매우 각별한 해였다. 갈비뼈 부상에 의한 3주 간 공백을 빼면 큰 부상 없이 한 해를 보낸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토록 갈망하던 GI경주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으며 역대 4번째로 700승 고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700승 달성과 함께 생애 첫 GI경주 제패를 부상투혼 끝에 차지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우창구 기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2월 9일(토) 갈비뼈 부상에서 3주 만에 복귀해 기어코 그랑프리(GI)마저 차지하고 만 것. 그런 이유 때문에 우창구 기수 본인도 “2006년은 저에게 행운의 해였다”라고 입을 뗀 뒤 “얼마 남지 않은 기수생활 동안 큰 숙제가 GI경주 우승이었는데 이제 큰 숙제를 끝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우창구 기수의 기수생활은 2년 남짓 남아있다. 조교사 대기 순서가 3번으로 최봉주 기수, 안병기 기수에 이어 3번째로 조교사 개업을 기다리고 있다.

2007년을 맞이하는 현재 우 기수는 어느덧 24년째 기수생활에 접어들고 있어 서울경마공원 최고참급 기수가 되어있다.

후배들이 찾아와 기승술과 자세를 교정해 달라고 부탁할 때면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라고 느낀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기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의식이다. 어떤 경주에 나가건 그 경주가 가장 중요한 경주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진정한 기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 기수 본인도 후배들에게 조언한대로 어떠한 경우라도 그 경주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그 말이 아무리 부진마라 할지라도 기수는 그 말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결승선을 통과할 때 팬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2년 영예기수에 올랐으며 2006년에는 700승 돌파에 이어 그레이드 경주까지 두루 섭렵한 우창구 기수는 올해 목표를 ‘부상 없이 보내는 것과 코리안더비(GI) 우승’이라고 밝힌다. 2년 남짓 남은 기수생활에서 GI경주는 모두 섭렵하고 싶다는 그의 표정에서 단순한 목표가 아닌 굳은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2006년, 23년 만에 만개한 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으며 아직 시들기엔 이르다고 말하고 있다. 우창구 기수의 2007년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