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오세훈 서울시장 인사검증 스크린 내막

“오 시장 부인 시정에 많이 개입한다” 악성소문 골머리

2010-01-12     윤지환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서울시장 선거전이 본격화되지 않아 이 조사 결과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결과를 접한 시장후보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전시행정과 예산낭비 지적을 받아온 오 시장임에도 지지율이 여전히 높다는 것은 현재 시장후보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가 낮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을 두고 오 시장 대 타 후보군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구도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백설공주를 뛰어넘는 난장이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에 각 당 후보들은 이 구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고심 중이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 시장의 벽을 깨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미 오 시장의 실정(失政)을 집중조사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한나라당은 얼마 전 오 시장의 인사검증 스크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증스크린에서 오 시장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돌출됐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를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서 오 시장을 밀어낼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을 견제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야 양쪽에서 오 시장의 전시행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폭설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일부여론은 서울시가 폭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뒤처리도 최악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폭설이 내렸을 때 서울시가 우왕좌왕했던 것은 전시행정의 결과라며 오 시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과 라이벌관계인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폭설과 관련, 포문을 열었다. 원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설로 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출퇴근길 교통은 물론이고 산동네에는 제설도 못하고 도움의 손길도 미치지 못해 극심한 공통을 겪고 있다”며 “제설작업 같은 것은 시민들의 생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 실제로 시민들의 삶에 연결된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 의원은 “서울시가 눈밭이 된 것은 눈이 많이 내린 탓도 있지만 재설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 크다”라며 “강릉시는 서울보다 더 많은 27센티미터가 왔는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완벽한 제설을 마쳤다”고 말했다.


오세훈 일병 버리기 작전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 시장의 전시행정이 도를 넘었다고 보는 시작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아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유력주자를 고심 중”이라며 “이번 폭설로 오 시장의 전시행적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당 내부에선 오 시장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오 시장에 대한 인사검증스크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오 시장이 시장후보로 적합한지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검증작업을 한 것이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검증스크린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오 시장의 예산 낭비다. 그중에서도 홍보비로 인한 예산낭비가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원 의원은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오 시장이 벌여 놓은 광화문광장이니 국제크루즈니 하는 것들이 근거도 없고 시민 의견수렴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오 시장이 임기를 마칠 즈음이면 서울시 부채가 4조원으로 늘어난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계안 ‘2.1 연구소’이사장도 서울시 과도한 홍보비 사용을 문제 삼은 적 있다. 이계안 이사장은 “서울시 부채가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도 가든파이브 같이 실패한 정책까지 선전하는 홍보비는 늘어만 간다”며 “용산의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연일 광화문에서는 잔치판을 벌려가며 허드레 물 쓰듯 돈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이 올해 서울시 국정감사에 앞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해외 홍보비는 2006년 약 34억 원, 2008년 약367억 원으로 이명박 전 시장에서 오 시장으로 넘어가던 시기인 2006년과 비교할 때 10배가 넘는다.

서울시의 예산방비 지적은 이뿐 아니다. 국내 언론 홍보비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명수 의원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연도별 광고비 내역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006년 6억7000만 원, 2007년엔 22억3600만 원, 2008년엔 41억8000만 원을 일간지와 주간지 및 TV, 인터넷 등에 시정 홍보비로 지출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홍보비로 사용한 예산은 천문학적이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전의 막이 오르면 서울시 홍보비와 언론 홍보비 등이 쟁점으로 떠 오른 전망이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오 시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촛불시위 당시 여론에 떠밀려 시위대에 서울광장을 개방한 이후 오 시장과 청와대의 관계는 급냉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MB는 오 시장의 재선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한나라당은 유시민 전 장관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후보를 찾기 위해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검증스크린에서는 오 시장의 부인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최근 정치권에는 오 시장의 부인이 시정에 많이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 시장측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루머라고 부인하고 있다. 시장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올 수 있는 네거티브의 일종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네거티브가 계속되면 유력후보 자리를 조만간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


코너에 몰린 오세훈 시장

야권에서도 오 시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의 겉모습을 꾸미고 홍보하는 부분에만 돈을 쏟아 부었을 뿐 재난 등과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비는 거의 하지 않은 게 아니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타 지방에선 서울시보다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폭설에 대비해 비상라인을 가동하고 인력을 동원해 효과적으로 재설작업을 한 반면 서울시는 염화칼슘만 쏟아 부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을 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각도 곱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말만 반복할 뿐 눈 쌓인 도로복구는 뒷전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대중교통 역시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하철의 경우 출입문의 고장으로 출근시간대 번번이 연착돼 출근길 직장인들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버스도 도로 재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거북이 운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버스역시 운행시간이 상당히 지연돼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양천구 목동에서 을지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광진(34)씨는 “지하철을 탔더니 콩나물시루에 연착을 반복하는 바람에 이틀 연속 지각을 했다”며 “3일째에는 버스를 탔는데 재설작업이 제대로 돼 있질 않아 출근길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덕분에 또 지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분당에서 서초동으로 출퇴근하는 송상철(43)씨는 “자동차로 출퇴근하다 폭설 때문에 지하철을 탔는데 끔찍한 경험이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며 “마치 피난민이 한꺼번에 몰린 것처럼 지하철은 대혼잡을 빗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태연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하다는 말만 하고 있어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민들은 오 시장이 뜯어고치고 꾸미는 데만 예산을 쏟아 붓고 시민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며 서울시의 전시행정을 맹비난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의 오 시장 검증스크린과 관련,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이 오 시장이 아닌 유력후보를 내세움과 동시에 오 시장을 낙마시킬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얼마 전 스노우보드 대회 유치 논란이 한창일 때 친정인 한나라당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 적 있다.

이 때 오 시장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 최근 서울시의 노력에 대해 ‘시장 재선용’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린다”며 “선거가 얼마 남지 않다 보니 이제는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든다”고 한나라당 안팎의 비난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 오 시장은 “지금 이 모든 비판과 오해들이 내가 재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라는 죄책감마저 든다”며 “그래서 지금은 재선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선 포기를 언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오 시장이 후보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선거전에서 오 시장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새 후보를 집중 지원하면 여러 면에서 오 시장에 불리하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나라당은 오 시장 외에 유시민 후보를 견제할 만한 유력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을 전면 중단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