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수주 빈껍데기 논란 확산

“공사 대가로 핵폐기물 처리문제 떠안을 경우 엄청난 대가 치를 것”

2010-01-05     윤지환 기자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사업을 따낸데 힘입은 것이다. 이 대통령의 노력 덕분에 원전 사업을 수주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국가적인 경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에선 MB의 성과가 과대포장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전설비의 핵심기술을 미국과 일본이 제공하기 때문에 원전 사업을 통해 한국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원전사업 수주를 ‘MB정부 최대 성과’라며 높이 평가하는 국내 여론과는 달리 외국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여기에 원전 전문가들도 조차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가 이번 원전 사업 수주액으로 발표한 400억달러가 그저 기대치일 뿐이라는 지적이 눈에 띈다. 실제로는 이 액수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 액수 조차 불투명하다. 현재 확정된 것은 원전 설계와 건설 계약금 200억달러뿐이다.

컨소시엄의 주체인 한전은 지난해 12월 28일 공시를 통해 공사 금액을 22조150억원으로 명시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핵연료 공급과 발전소 개·보수 및 기자재 공급 등의 운영 부문은 별도 계약을 해야 한다”며 “(나머지) 200억달러는 우리가 추산한 것”이라며 400억달러가 확정된 액수가 아님을 밝혔다. 또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국 언론들도 이번 계약 규모를 400억달러가 아닌 204억달러 또는 200억달러로 보도했다. 걸프뉴스를 비롯한 UAE 현지 언론도 계약규모를 ‘200억달러’로 전하고 있다.


원전수주 꿈보다 해몽

정부가 원전 사업 수주규모를 400억달러로 추산한 것은 200억달러 규모의 4개 원전 공사비와 향후 60년 동안 연료공급·폐기물 처리 등 운영지원 명목으로 약 200억달러의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운영 지원 부분은 아직 수주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에 정부가 아직 계약이 이뤄지지도 않은 부분을 포함시켜 규모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억달러라는 향후 기대치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원전 수출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원전 운영 기간인 60년 동안의 비용을 현재 정확히 산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불확실한 추정치를 마치 확정적인 액수인 것처럼 발표해 정부가 원전사업 수주 성과를 과대포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원전 수출이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 핵심 기술을 의존한 반쪽 사업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번 원전 건설에는 일본 업체인 도시바와 자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펌프기술과 증기터빈 기술 등이 도입돼야 한다. 특히 핵심기술의 대부분은 미국이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원전 건설비 절반가량은 미국 회사인 웨스팅하우스의 몫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냉각재펌프(RCP), 원전제어계측장치(MMIS) 등 핵심기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비들은 주기기설비 공사비용의 48%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본도 이번 사업 수주로 상당한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도시바사(社)는 라이선스료만 약 200억엔(약 2560억원)을 챙길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실제 이익은 정부 발표보다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계약옵션 의혹 솔솔

시민단체에서는 “세계적으로 핵발전소 폐쇄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개발도상국의 원전 시장에 뛰어든 첫 사업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진국들이 핵발전소 폐쇄를 검토하는 이유는 방사성폐기물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방사성폐기물 처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경주에 들어설 예정이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그 예다. 경주 방폐장은 19년간 이어진 논란 끝에 2007년 겨우 건설에 착수했다. 현재까지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안정성 등의 이유로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원전공사 수주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선 방사성폐기물처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원전 건설의 직접효과와는 별도로 원전운영과 폐기물처리사업 등을 통해 추가 수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프랑스 등 쟁쟁한 경쟁국들을 제치고 공사를 따낼 수 있었던 배후에 추가 옵션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비공개 옵션에 방사성폐기물처리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차후 혹독한 대가 지불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가장 위험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옵션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폐기물처리 문제를 한국이 떠 앉을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방사성폐기물 재처리시설 있지만 액체폐기물과 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이를 임시 보관하고 있다. 독일도 아직 처리 장소를 찾지 못해 고민중인 상태다. 스웨덴의 최종 처분장은 2020년에나 완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옵션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존재한다. UAE에 수출할 신형경수로(APR-1400)는 아직 국내에서도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다. 아직 신기술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운영 경험도 쌓이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2월 28일 “울진 3·4호기, 영광 5·6호기 등 한국형 원전 대부분은 현재 증기발생기 균열, 열전달완충판 이탈, 핵연료봉 결함·파손 등 안전성이 계속 문제시되고 있다”며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원전 사고 위험도 함께 수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