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기전대 중구난방
친이재오계, 전당대회“8월 개최하자” 군불때기
2009-12-22 홍준철 기자
연말정국이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예산’으로 점철되고 있지만 정치권 내부 화두는 단연 내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다. 내년 지방선거는 처음으로 크게 치러지는 선거로 기초의원부터 광역단체장에 교육감 선거까지 겹쳐 전국적으로 후보자만 만명이상이 훨씬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에게 선거도 중요하지만 예비 후보자들의 공천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전당대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일정이다. 박희태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어도 ‘관리형 대표’라는 말이 나온 게 큰 선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당권과 선거는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고 당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후보자들이 일희일비할 공산이 높다. 집권 여당이 3월 조기전대니 7월 전대니 8월 전대를 흘리며 관심을 두는 배경이다. 어느 시점에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2010년 지방선거 및 2012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 대권에 버금갈정도로 치열한 집권 여당내 당권 암투를 들여다봤다.
‘장사철이 돌아오고 있다’
요즘 여의도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할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에 나서면서 전국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풀려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단순히 선거기획자나 인쇄업자에 국한되는 말은 아니다. 공천권을 갖고 있는 각 당의 대표들에게도 해당된다. 친박 연대 서청원 대표가 비례대표 당의 차입금(특별 당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입장 역시 공천권과 무관치 않다.
170여석을 갖고 있는 집권 여당 한나라당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당권을 누가 잡고 있느냐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공천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표 최고위원 1명,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지명직 최고 2명으로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정치적 이해관계가 한나라당내 조기 전대론이 나오는 배경이고 시기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일단 한나라당내에서 내년 3월 조기전대 개최를 요구하는 당내 세력은 크게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민본21, 당 쇄신파, 일부 친박 연대가 주장하고 있다. 명분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허태열 최고위원은 ‘박연차 사건’으로 흠집이 났고 공성진 최고위원은 ‘골프 게이트’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 역시 조기 전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상수의 꿈, ‘3월조기전대’ 가능성 ‘미비’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친이 진영의 세를 업고 있는 안 원내대표로서는 친이 거물급 인사 참여가 불투명한 조기전대가 적합할 수밖에 없다.
3월 조기 전대시 참여가 예상되는 인사로는 정몽준 현 대표를 비롯해, 안상수, 홍준표, 허태열, 홍사덕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당 대표를 뽑는 전대 참여가 힘들다. 특히 이 위원장은 공직을 맡은 지 얼마 안된데다 7월달 은평을 재보선 출마까지 겹쳐 있어 정치 일정이 빠듯하다.
홍준표 전 원내대표는 최근 ‘차차기 대권’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당 대표에 ‘올인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당내 친이와 친박의 가교 역할을 통해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허태열 최고와 홍사덕 의원은 친박 몫으로 도전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복심에 따라 출마여부가 변수로 작용될 공산이 높다. 박 전 대표는 친박 인사가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소장파 의원들 모임인 민본21과 당내 쇄신파 의원들의 경우 ‘젊은 피’를 내세워 당 지도부 입성을 바라고 있다. 3월 조기전대에 ‘거물급 인사’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젊은 소장파 대표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의 표출이다.
당헌·당규에 따른 7월 3일 전당대회 개최의 경우 청와대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대표, 홍준표 전 원내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주장하고 있다. ‘원칙 중심’의 박 전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른 전당대회개최에 불만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청와대의 입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조기전당대회가 자칫 국정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었다. 따라서 7월 전대 개최에 대해 박 전 대표와 같은 입장이다.
정 대표는 3월 전대나 7월 전대나 자신의 ‘관리형 대표’ 수행에 대해 당원·대의원들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점에서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다.
7월? 8월? ‘김문수’,‘이재오’ 적에서 동지로
문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김 지사의 임기는 사실상 5·31일까지다. 이로 인해 3월 전대나 8월 전대가 개최될 경우 당권 출마는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대권의 꿈을 갖고 있는 김 지사는 2012년 대권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 7월 전대가 개최될 경우 7월말 은평을 재보선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이재오 위원장이 불참이 예견돼 친이 진영을 대신해 도전할 공산이 높다. 당권 도전에 실패한 이 위원장이 재보선에 다시 나서 참패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조기 전대나 8월 달로 전대가 연기될 경우에 재선 도전으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문수 지사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친이 대표성’을 두고 표를 갈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친박 후보와 중립성향의 홍준표 전 원내대표가 유리할 수 있다.
8월 전대 개최는 이재오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함께 내일로’ 회원들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함께 내일로’는 이재오-김문수-박계동-홍준표 의원 등 17대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후신 성격이 강한 모임으로 친이재오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기존 회원이 57명에 이르렀지만 최근 이 위원장이 신성범, 김성태, 주호영, 이명규, 주성용 의원 등을 접촉해 회원 등록을 독료하면서 66명이 돼 당내 최대 모임으로 자리잡았다.
8월 전대 개최자들의 논리는 3월 전대를 개최해 새로운 지도부를 결성하고 이후 지방선거에 패해 곧바로 7월 전대를 개최하기보다 최고위원 권한으로 당 지도부 선출을 전국위원에게 일임해 ‘축소된 전당대회’를 치루자는 설명이다.
하지만 친이재오계를 제외한 다른 정파 인사들의 반발이 심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 위원장이 7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후 재차 당권 도전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재오 위원장을 위한 전당대회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3월, 7월, 8월 전대 개최에 변수는 존재한다. 각 정파간 당락을 좌우할 당내 정개특위에서 내년 1월까지 당헌·당규 개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정개특위에서 흘러나오는 바를 종합해 보면 전당대회 관련 3가지 사안이 정파별 대립을 보이고 있다.
우선은 기존의 한나라당 지도부 선출방식인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는 방식이 아닌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자는 안이다. 두 번째는 1인 2표가 아니 1인 1표제 방식 도입, 마지막으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30%에서 20%로 축소하자는 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의 경우 중진급 의원과 재선급 이하 의원들이 함께 출마를 못할 전망이다. 따라서 중진의원이라도 당내 세력이 약할 경우 최고위원 선거로 선회할 공산이 높게 됐다. 반면 당 대표를 둘러싼 친이 친박간 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어차피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친박 인사가 당 대표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당 대표는 친이 진영에서 나올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친박’을 팔아서 당 대표를 못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친박 인사의 당 대표 출마에 부정적이다”고 내다봤다.
또한 기존 1인 2표제에서 1인 1표로 한정될 경우 중립성향의 후보가 불리하고 ‘세’를 가진 후보가 유리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경우 여전히 ‘오더(명령)’ 문화가 성행해 뱃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후보가 유리할 공산이 높다. 여론조사 비중이 낮아진 점 역시 기존의 ‘이미지형 후보’보다 ‘당 기여도’를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제2의 오세훈’이 출현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대표-최고 분리 선출·1인 1표 여론 축소 친이용?
아울러 당 대표 경선이 치열해지는 것은 특위에서 공심위 구성안에 당 대표 의중이 상당히 반영될 소지가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더 후끈 달아올랐다. 일부 언론에 흘러나온 당헌·당규 특위의 공심위 구성안(가안)을 보면 ▲ 최고위 지명 3분의 1 ▲ 당 외부 인사 3분의 1 이상 ▲ 여성 30% 이상으로 공심위를 꾸려 당 대표가 임명하게 돼 있다. 당연히 당 대표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사무총장은 공심위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해 공천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을 최소화했다. 한나라당내 제 정파는 당내 권력지형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전당대회 개최 시기, 그리고 당헌·당규 개정속에 정치 수싸움이 한창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