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은 ‘장비’ 사업이다

정부국책연구소의 수상한 ‘용역 보고서’

2009-12-08     홍준철 기자

단초는 국토해양부가 건설장비 관련 수급조절을 추진하겠다며 산하에 ‘건설기계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한 이후다. 이미 국토부에서는 국토부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건설 장비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조사했다. 이 용역보고서에서는 국내 건설장비 가동율이 45~50%대로 절반만 가동되고 절반이 넘게 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굴삭기의 경우 국토해양부의 자료에 따르면 11만3천대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국내 건설장비가 공급 과잉으로 포화상태라는 결론을 낸 것이다. 이 연구소를 토대로 국토부는 지난 6월 중순 수급조절위 회의를 통해 시범적으로 덤프 트럭과 콘크리트믹서트럭에 대해 2년간 신규 등록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굴삭기(포크레인)마저 국토부가 수급조절을 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여 지식경제부와 건설산업협회 위원들이 반대해 제외됐다. 건설산업협회는 2009년 1월 국토부가 용역 보고서를 의뢰한 건설기술연구원에 재차 굴삭기에 대해서만 수급상황을 조사한 결과물을 근거로 제시했다.


건설기술연구원 굴삭기 통계 보고서 조작 의혹

하지만 이 용역보고서에서는 국토부 용역보고서 결과와는 달리 굴삭기 등록대수가 51대로 감소해 통계상 등록대수보다 3만여대 적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건설산업협회의 용역 보고서를 재검토 한 결과 지난 10년간 굴삭기 등록대수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2만8천대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연구 용역이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굴삭기 제조업체로서는 1대당 1억원 이상 호가하는 고가 장비를 4대강 사업을 통해 대거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보고서일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협회는 대형 건설장비업체와 하청 업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굴삭기 판매량 감소를 우려해 수급조절을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 회원으로는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국토부와 건설산업협회가 장비관련 용역을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했는데 굴삭기 관련해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점이다. 또한 국토부가 건설산업협회 용역보고서 재검토 결과에서도 통계상 잘못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조작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 한 관계자는 “우리는 보고서를 통해 ‘공급이 과잉됐다’는 결론을 내고 건설산업협회 보고서에는 ‘부족하다’는 검토 의견이 나온 것에 대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고 전했다.

반면 영세 건설기계 차주이자 운전사인 건설기계협회는 건설기계 사용자단체의 과잉공급에 따른 폐해가 막심하다며 수급조절을 신속히 실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장비 업체와 지경부측의 반대로 무산된 굴삭기 수급 조절안은 지난 8월 회의를 개최하지도 못했다. 배경에는 제조업체와 차주간의 이해관계와 부처간 이견으로 인해 12월인 현재까지 회의를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워낙 두 집단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갈등이 최고조라 언제 개최될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회의가 지연될 경우 영세한 차주보다는 굴삭기와 콘크리트 펌프 등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체 입장을 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와관련 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국토부가 통계·관리하는 굴삭기 등록대수가 조사연구에 의해 산출한 실제 운용대수 대비 3만9천대가 많다’고 밝혔는데 이는 국토부의 굴삭기 등록 공공업무가 부실하고, 관세청이 해외수출업무와 관련 말소된 중고 굴삭기에 한해 통관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민주 김성순, 굴삭기 1위 현대중공업 ‘특혜’

이에 민주당 국토해양위의 김성순 의원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조작·왜곡된 연구결과가 동원되는 등 대기업과 정부, 국책연구기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국토해양부가 관세청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준으로 연구근거를 검증한 결과 10년간 굴삭기 등록대수 증가대수는 6만1천대이고 등록대수 감소대수는 3만3천대로 동기간에서 국내 굴삭기 증감대수는 2만8천대로 나타났다”며 “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나 연구결과를 고의적으로 조작·왜곡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수급조절위가 개최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김 의원은 “국토해양부가 정치권과 재계의 눈치를 보며 위원회 개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며 “조속히 회의를 개최해 당초 계획안대로 굴삭기를 수급조절품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특정 단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기업은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절감하고 공개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마땅하다”며 감사원 감사와 함께 대기업 CEO의 공개 사과도 촉구했다. 현대 중공업의 경우 굴삭기 1위 제조 회사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최대 주주로 있어 민주당 및 영세 차주들은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마저 보내고 있다.

한편 김 의원은 준설 규모가 당초안보다 늘어난 것과 관련해 건설기계 관련업계에 대한 특혜의혹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4대강 사업의 준설 규모가 지난해 12월 15일 당초안에서는 2.2억㎡이었으나 금년 6월 8일 마스터플랜에서는 5.7억㎡으로 대폭 늘어났다”며 “서울남산의 11개 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에 5조원 상당의 천문학적인 재정이 들어가는 만큼 헛돈이 들지 않고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전면적으로 재검토 할것을 강조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