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험공사 유창무 사장 경영리더십 ‘위기’
“뇌물이면 부실기업도 높은 신용평가 OK”
2009-11-24 류세나 기자
한국수출보험공사 유창무 사장의 경영리더십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공사의 전직 임원이 기업에서 뇌물을 받고 신용평가를 높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 전직 임원인 강학모(48) SLS캐피탈 대표는 SLS조선의 청탁을 받고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 기업신용등급을 상향시켜주는 대가로 1억원을 수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출보험공사의 허술한 신용관리시스템에 대해 알아본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17일 한국수출보험공사 간부로 재직할 당시 기업의 신용등급을 높여 수출보증보험을 발급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강학모 SLS캐피탈 대표이사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대표는 공사 조선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월과 10월, SLS조선의 청탁을 받고 두 차례에 걸쳐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해 신용등급을 ‘리스크 관리대상’에서 ‘적극지원대상’ 기업으로 상향 조정한 혐의다.
또 강 대표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2월부터 12월말까지 모두 44차례에 걸쳐 보증보험 증권을 발급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도를 12억 달러로 증액시켰다.
강 대표는 공사 재직 당시 향응접대는 물론 1억원 가량을 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고액연봉, 경영권보장 등의 고용계약을 맺고 SLS캐피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뇌물 받고 대표 자리까지 꿰차
SLS조선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약 1조9천억원. 그런데 이중 80%이상을 상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다만 은행들은 SLS에 대한 위험성을 보증해주는 공사의 보험증권이 있었기 때문에 큰 피해는 면하게 됐다. 하지만 공사의 공신력만 믿고 선뜻 대출을 해줬다가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SLS조선이 대출한 금액 가운데 95%이상을 수출보험공사가 보증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실제로 손실을 보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수출보험공사가 보증한 SLS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손실을 세금으로 채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공사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전직 간부가 특정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재검토했다는 혐의에 대해 내부조사를 벌인 결과 정상적인 절차를 걸쳐 평가된 것으로 확인 됐다”며 “검토과정 중 몇 가지 항목이 빠져서 등급이 낮게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증보험 증권을 44차례 발급한 것도 모두 한도 내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비슷한 규모의 중견 조선업체와 비교해 봤을 때 SLS조선의 보험금 12억달러는 높은 금액이 아니”라고 항간에 떠도는 조작설을 일축했다.
잊혀질만하면…보증금액 인상·등급상향 논란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신용평가 조작설에 휘말렸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2003년 고건 전 총리의 친인척이 운영하던 KDS(컴퓨터 관련 업체) 경영진이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보증보험 규모 증액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공사는 부도위기에 놓여 있던 업체의 신용도를 3차례에 걸쳐 인상해준 것으로 확인돼 신용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이 SLS조선 사태와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보증한 회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평가잣대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건전성이 뛰어난 회사라도 위기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류세나 기자] cream53@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