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세종시 여야·여여 극한대결 결과는
한나라당 3월 조기 전대론 재부상 내막
2009-11-24 홍준철 기자
이명박 정권이 중반에 다다르면서 잠룡들의 셈법이 분주하다. 세종시 문제부터 4대강 사업, 미디어법, 예산안 처리 등 굵직굵직한 현안으로 정국이 바짝 달아올라 있다. 무엇보다 세종시 문제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예비주자들의 이해관계와 얽혀 복잡하다.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총대를 메고 ‘수정안’에, 박근혜 전 대표는 ‘원안+α’를 주장하며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분수령은 내년 1월 정부측 수정안이 확정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법관련 개정안 통과 때다. 특히 최근 입장을 밝힌 정 대표의 경우 자칫 수정안이 무산될 경우 책임론이 일 공산이 높다. 이에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군들은 벌써부터 3월 조기전대 개최설을 흘리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국회는 2010년 예산안 통과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예산안이 ‘4대강 사업’을 위한 예산이라며 심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는 여야 대결보다 여여대결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수정안과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α’이 한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당 대표는 최근 ‘중립’에서 ‘수정안’ 찬성으로 입장을 밝혀 정부안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원안’ 고수로 한나라당의 박 전 대표와 연대하는 모습이다. 이는 곧 정부의 수정안이 국회 표대결시 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친이 진영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결과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운찬 총리나 박 전 대표, 그리고 정몽준 대표 모두 곤혹스런 처지에 몰릴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마련한 수정안이 통과가 안 될 경우 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그 후폭풍은 정확히 임기절반을 남겨두고 치러지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나타날 수 있다. 충청권을 비롯해 중원에서 패배하면 정권의 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나고 MB의 국정 장악력은 급속히 떨어질 공산이 높다. MB 정권의 최대 숙원사업인 ‘4대강 살리기’ 역시 탄력을 잃을 공산이 높다.
세종시 박근혜 vs 정운찬, 빛바랜 정몽준
‘총리직’을 걸고 나선 정 총리 역시 한배를 탄 형국이다. 충청도민을 비롯해 수도권 민심을 아우르는 ‘묘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하면 민주당의 주장처럼 (以忠制忠, 충청출신으로 충청도를 무찌른다 이이제이 변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차기 대권의 잠룡으로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권 도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정안이 국민적 동의를 얻고 충청도민들로부터 이해를 받을 경우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안+α’를 주장한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원안대로 될 경우 ‘신뢰의 정치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을 시킬 수 있고 ‘플러스 알파’가 포함될 경우 충청도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정부안대로 될 경우에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잃을 게 별로 없다.
가장 곤혹스런 인사가 정몽준 대표다. 세종시 문제가 정 총리 대 박 전 대표로 흘러 처음부터 주도권을 상실한데다 막판 수정안에 찬성입장을 보이면서 한 반자 늦었다는 평이다. 또한 정부안이 통과되건 무산되건 여야 공방과 당내 갈등이 노정된 상황에서 당 대표 책임론이 일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발등에 떨어진 것은 예산안 통과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에 부정적으로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 한바탕 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 점거로 맞설 경우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할 수 있다.
이에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2010년 예산안 처리로 국회가 열리지 못하거나 여당이 단독으로 강행처리할 경우 국민 여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연이어 2월 임시 국회에서 세종시 문제로 재차 파행될 경우 집권 여당 대표로서 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 대표측 역시 당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3월 조기전대 개최설관련 “12월이건 1월이건 3월이건 정 대표 평소 소신이 국민과 당원이 조기전대를 개최하자고 하면 언제든지 대표직을 던질 생각이 있는 분”이라며 “대표직에 연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대표직을 버린 이후 당을 이끌 인물이 ‘박근혜 카드’외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했다. 그는 “MJ 이후 당 대표로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는 이상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고만고만한 인물이 참여해 친이 친박 계파간 대결을 버릴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3월 전대 목 메는 사람들, 노무현 효과?
정 대표측에서는 과감히 당 대표직을 던진 이후 조기전대가 개최되면 재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측근은 “당 쇄신 차원에서 새판을 짠다면 정 대표가 다시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출마 여부는 짧지만 당 대표직을 수행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당원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정 대표의 입장과는 별도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3월 조기전대 개최설이 차기 당권 도전자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조기전대 개최를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젊은 지도부를 만들기 위해 젊고 개혁적인 인사를 내세울 공산이 높다.
아울러 차기 당권 도전에 거론되는 인사로는 친이 진영에서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비롯해 안상수 원내대표, 홍준표 전 원내대표가 친박 진영에서는 홍사덕, 김무성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6선의 홍사덕 의원과 안상수 원내대표의 경우 박희태 전 대표의 귀환으로 인해 국회의장직 도전에서 당권으로 선회한 케이스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 차기 대권 행보의 일환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정가에 나돌고 있다.
관건은 ‘선거의 여인’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이다. 이미 당 대표를 한 이상 재차 조기전대에 참석할 공산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지자체장 공천권이 달려 있는 당 대표 선거에 ‘나 몰라라’ 있을 수는 없는 현실이다. 당 대표 시절 공천을 준 다수의 인사들이 낙선하거나 친이 인사들로 ‘물갈이’ 될 경우 차기 대권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 성향의 당원·대의원들이 친이 성향 인사로 교체된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결국 12월 예산안처리, 2월 세종시법 처리, 3월 조기전대, 6월 지방선거, 7월 재보선으로 이어지는 연이은 정치 일정속에 박 전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또한 친이 친박 갈등속에 한나라당발 정계개편이 이뤄질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