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출신 기업’ A 업체 관급 공사 ‘퇴출’ 분위기

2009-11-23     홍준철 기자

전도유망한 전기신호 중소업체인 A사를 둘러싼 사정당국의 조사가 한창이다. 전기신호분야에서 유명한 A업체는 관급공사를 주로 담당하는 중소규모회사지만 매해 몇 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였다. 특히 이 회사가 지난 2003년에 한국철도공사(구 철도청)으로부터 1470억에 달하는 ATP(차상신호시스템) 4단계 사업을 대기업 업체와 함께 컨소시엄형태로 수주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나가던 이 회사는 참여정부 중반부터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면서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급기야 A사는 최근 국세청 정기세무조사에다 경찰서에 투서까지 날아들면서 내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 진상을 알아봤다.

98년 설립된 A 사는 DJ 정권 시절 승승장구한 회사다. 특히 전기신호업체로 관급 공사를 수주하면서 관련 업계 1위라는 소리마저 들었다.

지난 2003년초에는 A사를 주축으로 철도청이 용역을 준 1천7백억원대 하반기 최대 사업인 ATP 사업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A 사는 2006년부터 철도공사 관련 사업 1건을 수주하고 2007년도에는 전혀 수주를 받지 못하는 등 철도 공사 수주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철도공사관련 입찰 사업에 불이익을 받으면서 2건의 소송을 철도시설관리공단과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인 2008년도에 50억, 170억 용역을 따내면서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신 20여개 되는 동종업체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아야만다. 그 중 하나인 A업체가 철도 신호기기 관련 입찰 심사 과정 중 경찰 수사를 통해 ‘부정당 업체’로 선정되면서 입찰 제한을 받을 상황에 몰렸다.

1년에 수천억원 용역 사업을 진행하는 철도시설공단 사업상 100명 이하의 중소업체가 부정당업체로 선정되는 것은 사실상 입찰 자격 제한조치와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호남 출신 A사, “경쟁 업체 음해성 소문” 질려

결국 A사는 경찰 조사이후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를 받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실은 막심했다. 특히 A사측에서는 “똑같은 서류를 가지고 전에는 철도시설공단측이 인정을 받아 입찰을 받았는데 유독 작년에는 인정을 하지 않아 우리도 황당했다”면서 “일정한 기준이 없는 시설공단의 고무줄 잣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A사가 본격적으로 위기를 맞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A사를 둘러싼 각종 음해성 소문이 구체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음해성 소문의 핵심은 “DJ 정권시절 잘 나가던 기업으로 지금까지 직원 10명인데 수천억원대 수주를 받았다”, “DJ 측근인 전현직 국회의원 2명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돈을 뿌렸다”, “비자금 조성 회사는 페이퍼 회사인 D사다”, “호남 출신 철도시설 고위직 인사들과 L 대표가 친분이 깊어 특혜를 입었다”는 등 정경 유착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A 사가 갑작스럽게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다 국세청에서는 “꼼꼼하게 챙겨 보고 있다”며 쉽게 넘어가지 않을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다. 또한 K 경찰서 특수 수사팀에선 A사 관련 투서를 받아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동시에 2개의 사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A사측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본지에 피력했다. A사 한 인사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2003년 세무조사 이후 법인이 5년마다 받는 정기세무조사로 갑작스런 조사가 아니며 비자금 조성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관련 그는 “압수수색 영장의 주 내용이 ‘사문서 위조’로 됐는데 역시 경쟁업체의 허위 제보이고 세금 탈루나 분식회계에 따른 비자금 조성과는 완전히 무관하다”며 “경쟁업체에서 음해성 소문을 퍼트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철도시설공단에서 전기 신호관련 용역 수주량이 한정돼 있지만 경쟁업체 수는 20개 이상 되다보니 우리 회사가 주 타깃이 되는 것 같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나아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D사와는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A사측에서는 “D회사는 우리 사장과는 친인척이거나 사돈의 팔촌도 아니다”며 “같은 신호기 업체로 경쟁해서 수주를 받으면 일하는 동종업체 일뿐”이라고 주장했다.


구정권 Y, S 전·현직 국회의원 연루설까지

한편 DJ 정권 때 승승장구하다 참여정부 중반이후부터 MB 정권에 이르기까지 ‘홀대’를 받는 것에 대해 ‘호남 출신 기업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실제로 A사 대표는 ‘호남 출신’이다. 또한 철도시설공단에 고위직 간부중에 호남 출신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A사 측에서는 “우리가 DJ 정권 시절에 생겼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100명 내외의 중소업체지로 참여정부 때에도 소송을 2건이나 시설공단과 벌일 정도로 홀대를 받았고 2008년에는 수주를 한건도 받지를 못했다”고 오히려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업계에서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관급 공사를 받아서 하는 회사일수록 정치 바람이 강하게 불 수밖에 없다”며 “A사 역시 DJ정권에서 좋은 시절을 보내다 참여정부,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격을 받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어디 철도관련 사업만 그렇겠느냐”면서 “수십개 정부 부처 용역 사업에 또 산하 공공 기관 관급 사업체가 구정권에 줄을 대 특혜를 입었다는 빌미로 정권이 바뀌면 퇴출 위기에 선 업체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