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골프장 정관계 로비 의혹 판도라 상자 열린다
“K의원 보좌관 A씨가 모든 돈 흐름 아는 핵심열쇠”
2009-11-23 윤지환 기자
검찰은 공씨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골프장건설과 관련한 로비 자금의 흐름이다. 검찰은 로비의 출발선을 안성시의회 전 의장 김모(56)씨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03년 3월 공씨에게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8000달러 등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안성시의회 전 의장 김씨를 지난 14일 구속했다.
검찰은 공씨가 김씨에게 돈을 건네면서 “골프장 인ㆍ허가에 대해 안성시청 공무원들이 비협조적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과 다른 시의원에게 부탁해 인ㆍ허가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한 점에 주목, 김씨를 통해 정치권으로 살포된 로비자금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의 뒷돈 관리책
검찰은 K의원 구속수사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K의원의 보좌관 A씨에 대한 소문이 정가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 내용을 들어보면 이렇다.
검찰은 내사 과정에서 K의원이 골프장 로비를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망을 좁혀나갔다. 이를 알아챈 K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인 A씨를 희생양으로 내세우려했다고 한다. A씨는 골프장 로비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A씨의 ‘경거망동’으로 비밀이 샜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은 정치권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K의원은 A씨의 부주의로 일이 커졌으니 책임지라는 게 K의원의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K의원은 A씨에게 어떠한 사후보장도 해주지 않았다. A씨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A씨는 K의원의 강요에 강하게 반발하며 “내가 구속되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털어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말한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은 무엇일까. 검찰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K의원의 돈을 관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의원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검은 돈을 직접 받는 일이 없다고 한다. 돈을 받을 땐 항상 중간에 측근을 두고 그를 통해 받는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A씨는 K의원의 돈을 받아주는 중간책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A씨는 K의원이 언제 어디서 얼마를 받았는지 가장 잘 아는 인물이 된다. 뿐만 아니라 A씨는 K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의 ‘비밀’도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여권의 핵심인사 L씨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A씨는 L씨가 골프장 로비에 연루됐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는 소리도 있다”며 “실제로 A씨가 의원들의 검은 돈에 깊게 관여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다. 직접 본인에게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문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A씨가 골프장 로비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고 그로 인해 K의원이 곤란한 처지에 빠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K의원 입장에선 골프장 로비 사건에 연루된 A씨가 곱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K의원은 A씨를 내치지 않고 있어 소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K의원 주변에선 A씨가 K의원의 자금관리를 했다고 들었다. 외부에서 K의원에 들어오는 검은 돈을 A씨가 받아 전달했다는 소문이 국회에 파다하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 소식통들에 따르면 골프장 로비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한 동기는 K의원 보좌관들 사이에 일어난 싸움이 발단이 됐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보좌관들이 서로 다투면서 A씨에 대한 불만이 다른 보좌관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고 들었다. 그때 누군가 골프장 로비를 폭로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판도라상자 열린다.
K의원을 잘 아는 한 인사는 “A씨는 골프장 로비사건을 풀 핵심 열쇠로 통한다. 검찰이 A씨를 계속 압박하면 경우에 따라 A씨가 K의원의 비리를 폭로할 수도 있으며 이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요서울]은 A씨와 접촉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A씨는 “나는 골프장 로비 사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K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 이야기를 내비치자 “일단 내일 만나서 이야기 해보자”며 관심을 보였다. 이후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K의원은 최근 정치권에 퍼져있는 소문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K의원측은 “의원님은 골프장 로비 사건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으며 최근 A씨와 관련, 떠도는 소문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A씨에 대해 “A씨는 의원님 보좌관인 게 맞지만 자금을 관리할 일도 없고 그 정도로 의원님과 가까운 관계도 아니다”라며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하는 이들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K의원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검찰 주변에선 K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스테이트월셔 공모 회장으로부터 수 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K의원 보좌관 A씨와 B씨 등의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포착, 금명간 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지난 19일 알려졌다.
K의원의 지역구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는 A씨와 B씨 등은 공 회장이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정보위원회 상임위원,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B씨는 공 회장과 어울려 다닐 당시 보좌관 월급을 훨씬 상회하는 액수의 돈을 유흥비와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보좌관이 K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으며, 금명간 이들 보좌관의 신변을 확보해 공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과 최종 사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