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뒷전’ 정치행보 ‘물의’
2006-03-08 조경호
인기영합 경영전략 비난거세
이철은 총선에 징발되어 열린우리당의 지역 지지도가 약한 부산 북구·강서구갑 17대 총선에 출마하여 낙선한다. 이후 철도공사 사장에 기용되면서 참여정부의 ‘보은(報恩)인사’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고 경영능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철 사장은 경영 전략을 마련한다. 핵심 경영전략은 고위직 희망퇴직을 통한 인원감축, 외부 인사 공모를 통한 기업경영 체제도입, 광명역사 폐쇄 발언, 철도부채 4조5,000억원 정부 해결 요구, 철도 수화물사업 폐지 등.이철 사장의 경영전략은 철도공사의 내·외부는 물론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급기야는 지난 3월 1일 철도 대파업이라는 운송·교통 대란을 만들어 냈다.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총파업 선언문에서 “열차를 멈춰 세상을 멈춘다. 경제의 혈맥을 멈춘다”며 불법 파업을 했다. 철도파업으로 KTX는 43%, 새마을호와 일반 열차는 16%의 운행률을 보이고 있고, 수도권 열차 간격도 5~8분대에서 8~12분으로 크게 늘어나는 교통·물류 대란이 발생했다. 철도파업과정에서 보인 이철 사장의 행보에 대해 논란이 크다. 이 사장은 철도노조의 불법 파업에 단호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듯 인기 관리에 신경을 쓰는 듯한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철 사장은 파업 전야인 지난 2월 28일과 파업 당일인 3월 1일 협상이 결렬된 뒤 책임에 대해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통과가 악영향을 미쳤다”며 내 탓 아닌 정치권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같은 이 사장의 행보가 정치권에 알려지면서 야권의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이사장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책임을 물어 경질시켜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철도노조의 한 관계자는 철도공사 이철 사장이 파업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사장이 노조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주장하게 한 것이 아니냐는 것.노조가 철도공사 건설부채 4조5,000억원을 정부가 갚아 달라고 주장한 시기와 비슷하게 이 사장이 국회 보고서를 제출하며 건설부채 탕감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을 빗댄 것.정치인 출신으로 지난해 6월 말 사장으로 취임한 후 명절 때 청탁예매 사절, 자회사 채용비리 감사 착수 등 개혁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이 사장으로서는 이러한 시각이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철 사장은 청와대와 정치권에 한국고속철도(KTX) 건설 부채 4조5,000억 원을 갚아 달라고 요구를 한 상태다.철도공사 부채는 경부고속철도 건설과정에서 생긴 빚이다.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해결되지 않고 빚은 그대로 떠넘겨졌다.정부가 부채 4조 5,000억 원을 떠안을 경우 국민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정부는 양극화 현상 등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철도부채 의 시급성만을 강조할 수 없다. 또 국민에게 지갑을 열어달라고 말하기도 부족하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이철 사장이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철도와 지하철 동시 파업이 무산되면서 인기에 영합하는 듯한 정치인 출신의 사장과 민간 CEO 출신 사장에 대한 평가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서울 메트로 사례가 ‘거울’
현재 파업중인 한국철도공사의 이철 사장은 “노조도 변해야 한다”며 타결을 유도해 낸 강경호 서울메트로 사장과 비교되면서 경영능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 강경호 사장은 노조를 끈질기게 설득해 파업 직전 극적 타결을 이끌어냈다. 강 사장은 노조에 끌려 다니기보다는 오히려 광고를 통해 “노조도 이제 변해야 하며,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하는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민간기업 CEO 출신의 강 사장은 지난 2003년 4월 취임 이후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신사업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려 온 회사의 체질을 바꿔 왔다. 운임과 예산 지원에만 목을 매는 경영에서 장사꾼으로 체질을 확 바꾸기로 하고 역사를 개발해 부동산사업을 하고 동영상 광고를 개발,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26년 만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경제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한다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거대 공기업 사장에 낙선 정치인을 보내 적자와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경영 능력 없이 인기관리나 하는 낙하산 사장을 퇴출시키는 것이 진정한 공기업 개혁의 시작일 것”이라며 “국민은 도덕적 해이가 심한 철도공사 노사에 냉철하게 대응하고 파업도 이겨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선 철도파업으로 전국을 교통대란으로 몰고간 책임을 물어 야 한다며 이철 사장의 경질론이 불거져 나온다. 이철 사장의 경질론은 쉽지 않을 듯싶다. 노심(盧心)이 아직 이철에게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남북 철도 등 현안문제가 남아 있어 경질론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철도공사 이철 사장과 비견되는 서울메트로 강경호 사장의 경영관을 보면서 CEO의 마인드가 어떻게 기업을 성공시키고 실패로 몰고 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