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쟁점 이명박표 박근혜표 노무현표 낙인찍기
박근혜 ‘원안+ 알파’로 배수진…선점효과 노려
2009-11-17 홍준철 기자
세종시 현안이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친노 진영까지 합세해 기존 원안에 집권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이나 ‘수정안’이 다 담겨져 있다고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안’이나 ‘수정안’, ‘원안+알파’ 등 구호만 다를 뿐 정부 부처에 학교, 연구기관 유치 주장이 같기 때문이다. 관건은 정부부처 이전에 몇 개가 갈 것인지가 차이가 날뿐이라는 얘기다. 이에 충청권에서는 재차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세종시 공방이 벌어지고 자신들의 치적으로 만들려는 정파별, 대선주자별 다툼속에서 세종시 문제가 다뤄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세종시’ 현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금명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조로 주호영 정무특임장관이 대통령의 특명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청와대 입장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당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친박 인사들의 지원 없이는 ‘수정안’ 통과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당내 반대 세력조차 설득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국민 설득하는 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총리 역시 세종시 실무기획단과 정부지원협의회 등 실무 지원조직을 출범시킨데 이어 세종시 대안 심의기구인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에 참여할 16명의 민간위원 인선을 완료했다. 지역별로 배분한 인사를 보면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대한 대전출신 강용식 전 행복도시자문위원장을 비롯해 충청권이 6명, 영남 3명, 호남 3명, 서울 3명, 강원 1명으로 구성됐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또한 보조를 맞춰 당내 ‘세종시 여론수렴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모두 13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는 중립성향의 정의화 위원장을 필두로 친박 이계진, 주성영, 안홍준 의원이 포함됐지만 나머지 백성운, 전여옥, 권경석, 허천 의원 등 친이 일색으로 친박 인사들의 참여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종시 원안·수정안·알파안 ‘구호’만 다를 뿐…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 따로 집권 여당 따로 세종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다. 정부 위원회에 당 인사가 참여한다던지 당내 기구에 정부측 인사가 들어가 단일 논의기구를 만들 수 있음에도 이중 조직으로 만들어 갈등만 부추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청와대와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만드는데 집권 여당은 ‘들러리’로 전락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역할’에 부정적인 시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집권 여당이 발빠르게 세종시 수정안에 대처하는 사이 ‘원안+알파’를 주장한 박 전 대표는 ‘이미 할 말은 다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주호영 대통령 특임장관을 만난자리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친노 핵심 인사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안 최고는 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충청표’를 얻기위한 대선 공약으로 치부하는 이 대통령을 겨냥해 ‘수도권 일부 땅부자’를 위한 정략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 최고는 이미 지난 7일부터 ‘행복도시 길거리 홍보단’을 구성해 충남 전체 16개 시·군을 순회하며 행정도시 원안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광역단체장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에서는 MB 정부의 ‘수정안’이나 박 전 대표의 ‘원안+알파’ 개념이 지난 참여정부 ‘행복도시의 자족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 다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6년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보고서에는 이미 서울대 제 2캠퍼스 이전, 고려대, 카이스트 대학설치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연계 삼성의료병원이나 아산병원 규모의 대학병원 유치 등을 담고 있다. 또한 현재 MB 정부가 내놓은 ‘주택 분양제도 특례 규정 마련’, ‘금융·세금 지원제도 도입’ 등 제도적 지원 대책도 마련해 놓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충청도 출신 정치인과 여의도 관계자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재차 세종시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 출신의 한나라당 한 인사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 친이 대 친박,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선거와 차기 대권을 두고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원안이나 수정안, 원안 플러스 알파 주장이 대동소이한데 서로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기위해 충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하는 ‘원안+@’는 9부2처2청에 학교와 기업을 MB 정부는 정부부처 3~4개에 학교, 기업 유치를 통해 자족 기능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부처가 몇 개 이전하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며 “그런데 수도 분할이니 수도 이전이니 공방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Winner Tekes All’ 승자만이 독식한다
또 다른 국회 한 관계자는 “세종시 논란은 핵심은 원안이냐 수정이냐 원안 플러알파냐가 아니다”며 “또한 이 대통령의 ‘양심’ 운운이나 박 전 대표의 ‘국민과의 약속’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누가 세종시 업적을 가져가느냐의 ‘실리’ 싸움이다”라고 분석했다. 결과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그리고 멀리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전리품을 모두 챙긴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세종시’ 실리 싸움에 벗어나 아웃사이더로 전락해 곤혹스런 잠룡군들도 존재한다.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와 정몽준 당 대표, 그리고 전북과 충남지역에서 각각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정동영 전 대표와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가 바로 그들이다. 이 총재는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재보선에서 보여줬듯이 충청권 민심을 파고드는 데 실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MB 정부에 공격의 날을 세우고 있지만 반향도 크지 않은 상황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 대표는 집권 여당 수장이지만 여전히 당내 기반이 약하고 세종시 관련 분명한 입장을 피력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당안팎의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인해 ‘수정안’쪽으로 방향을 튼 상황이다. 그러나 정 대표의 소신이라기보다 친이 진영의 입장을 지원한 듯한 인상이 깊어 역시 울림이 작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 전 의장과 충남도지사 출신의 심 전 지사는 세종시 현안에 적극 발언하고 있지만 언론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여타 잠룡들에 비해 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두 인사의 공통점은 정 전 의장은 민주당에서 심 전 지사는 자유선진당에서 각각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는 점, 그리고 각각 정치적 기반이 전북과 충남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두 인사는 무소속의 설움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세종시라는 블랙홀을 만난 이 대통령과 잠룡들은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을 비롯해 지방선거, 그리고 총선, 차기 대권 행보와 맞물려 일희일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