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추적-故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숨겨진 재산 실체
이 전 부장 재산 관리인은 강남의 부동산 재벌 소문 무성
2009-11-10 윤지환 기자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11시45분 향년 85세로 영욕의 삶을 마감했다. 이 전 부장은 지난 5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에 입원했지만 뇌종양과 노환 등으로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장은 전직 정보기관의 수장답게 마지막까지 베일을 벗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직계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변인들이 그의 근황을 모르고 있었다. 몸이 편치 않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뿐 그가 정확히 어떤 병으로 어디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 전 부장은 생전에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낸 적이 없다. 또 자신의 행적에 대해 언론이나 타인에 일체 입을 다물었다. 그만큼 그는 철저했고 치밀했다. 때문에 그의 과거 행적은 모두 제 3자의 입을 통해 전해진 것이고 당사자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은 거의 없다. 철저하게 가려져 있는 만큼 이 전 부장에 쏠린 시선은 적지 않다. 이 전 부장 생전 365일 내내 그의 주변에 기자들이 맴돌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전 부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그의 재산 규모와 분배다. [일요서울]은 2008년 7월 지난호<736호·743호 참고>를 통해 이 전 부장의 숨겨진 재산 실체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또 최근 이 전 부장의 숨겨진 재산 일부가 공개됐다. 이 전 부장의 집안에 대해 잘 아는 인사들은 이 전 부장의 재산은 실질적으로 둘째 아들인 이동훈 전 제일화재보험사 회장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사실 여부를 추적해 봤다.
박정희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진 이 전 부장은 ‘유신시대’를 대표하는 권력자였다. 이 전 부장은 61년 5ㆍ16 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공보실장을 맡으면서부터 권력의 핵심으로 파고들었다. 63년 박 의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실세 중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이 전 부장은 69년 10월 3선 개헌의 후폭풍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한차례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일본대사로 나가있던 그를 다시 불러들인다. 70년 12월 이 전 부장은 제6대 중앙정보부장에 임명, 권부 핵심으로 복귀한다. 이어 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를 총지휘하며 명실상부한 2인자의 자리를 꿰차게 된다.
하지만 유신체제 붕괴 이후 29년 동안 칩거 생활을 하며 세상과 담을 쌓았다. 정치분석가들은 그가 세상과 담을 쌓았기에 수많은 정적들의 정치적 보복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삶은 같은 시기 활동했던 권력자들 중 가장 평탄했다. 그와 함께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대부분의 인사들은 옥살이를 하거나 해외로 피신했다.
숨겨둔 재산 소문 그리고 소문
“아들이 이후락씨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후락씨의 재산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오랜 기간 이 전 부장 옆을 지켜온 측근 김모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차남 이 전 회장이다.
김씨는 “이 전 부장의 큰 아들이 오래 전 사망했기 때문에 이동훈씨가 아버지를 돌봤다”며 “이 전 부장의 재산도 이동훈씨가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이 전 부장의 재산 상당부분은 외국에 있다. 워낙 재산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재산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강남일대 번화가에 이 전 부장의 부동산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동훈씨는 여러 사람을 통해 부동산 관리를 하고 있다. 차명으로 된 부동산도 적지 않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장의 재산이 해외에 은닉됐다는 주장은 지난 1일에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 전 부장의 딸 내외가 미국 한 지역에서 거래한 부동산 거래건수가 103건에 달한다는 보도가 이날 각 언론에서 쏟아졌다. 또 이 전 부장의 자녀들이 최대 5000만달러(한화 약 595억7500만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재미교포 블로거 안치용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글을 올려 “이후락의 직계가족들은 뉴저지주 알파인에 호화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뉴욕 맨해튼의 대형빌딩, 퀸즈의 빌딩, 최근에는 뉴저지주 엣지워터의 대지와 주택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 규모는 최소한 3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 재산관리인
이 전 부장의 막대한 재산에 대한 증언은 이뿐 아니다. [일요서울]은 지난해 7월 736호와 743호를 통해 이 전 부장의 재산관리인 중 한 명이 강남의 부동산 부자 박모씨라고 보도한 적 있다. 이 사실은 오모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오씨는 자신이 소유한 강남 부동산 중 일부를 이 전 부장에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오씨는 “이 전 부장의 부동산과 재산 실체를 증명하겠다며 토지대장과 증인들의 확인서 그리고 녹취록 등을 [일요서울]에 제공했다. 이 증거들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여러 명의 재산 관리인을 두었고, 그중 한 명인 박씨는 이 전 부장이 실세로 군림할 당시 운전기사였다.
박씨는 자신이 이 전 부장의 재산관리인이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유신시대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어떻게 막대한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오씨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을 만나 부동산을 이 전 부장에게 부당하게 빼앗겼으니 돌려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확인해 보고 연락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락은 없었다고 오씨는 주장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사실 확인을 위해 이 전 회장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에 다시 이동훈씨의 아들인 이모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씨는 “그런 문제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일부에선 이 전 회장이 전 제일화재 오너였다는 점을 들어 그가 회사를 통해 재산을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막대한 재산 불행한 말년
이 전 부장의 며느리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누나 김영혜씨다.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제일화재는 2000년 12월 11일 금융감독원과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적 있다. 당시 제일화재는 역외펀드 투자에서 손실을 본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해 수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또 검찰은 제일화제측이 장부 조작으로 해외에 밀반출한 자금 가운데 일부가 사주인 이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간 혐의도 추적했다. 그러나 이 수사는 흐지부지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관계자들은 혐의사실이 일부 드러났으나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검찰은 당시 “금융감독원 고발 당시 제일화재의 지급여력 비율이 60%이하였지만 이후 이회장이 경영개혁 등을 통해 지급여력 비율을 100%이상으로 끌어올렸고 회사손실도 꾸준히 보전해온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측은 그러나 “검찰이 횡령했다고 주장한 170만달러 중 140만달러는 동남아 시장개척을 위한 자문료와 차입금 커미션으로 사용했다”며 횡령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김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이전 회장이 이 전 부장을 거의 감금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 전 부장이 치매 등 중병을 앓아 거동을 못했다는 세간의 소문을 부정했다.
김씨는 “이 전 부장은 기억력이 좋고 머리가 상당히 비상했다. 또 바둑을 좋아하기 때문에 수시로 바둑을 뒀다. 그런 노인에게 치매가 쉽게 오겠나”고 반문하며 “나이가 있어서 치매증상을 보일 때가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중증치매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이 전 부장은 말년에 자녀들에 의해 사실상 감금상태나 마찬가지인 생활을 했다”며 “재산 문제와 관련해 자녀들 간의 사이도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