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 군납비리 감사 시작되자 자살자 속출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혐의사실 일부 확인

2009-11-17     윤지환 기자
해군 김영수 소령의 양심선언으로 군 당국의 계룡대 근무지원단 납품비리에 대한 집중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계룡대 내에서 육군 중령이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그 배경과 경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숨진 중령은 이번 감사의 주체인 국방부 감사관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만약 중령의 죽음이 이번 계룡대 납품비리 감사와 연관이 있을 경우 군 당국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계룡대 국방부 간부를 단장으로 한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16일부터 16명과 감사관 12명 등 30여 명이 계룡대 근무지원단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육군 중령이 감사 착수 며칠 후 계룡대 내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군 헌병대는 육군 중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이번 감사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 자살 동기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9일에도 공군 모 기획실에 있는 중령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중령의 자살이 이번 감사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계룡대 근무지원단 소속 C 병사도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계룡대 내 자살이 잇따르자 계룡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납비리 사건과 관련해서는 어떤 사람도 자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11일 국방부 관계자는 “계룡대에서 중령 2명과 병사 1명이 자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계근단 군납비리 관련 조사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3명의 자살사유는 개인적인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군소속 김영수 소령은 지난달 13일 영관급 장교로서는 최초로 MBC ‘PD수첩’에 출연, 계근단의 군납비리를 폭로했다.

당시 김 소령은 “이 같은 사실을 군 내부에 신고했으나 이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실수사 사실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탈세와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그 실체가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 검찰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일광공영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군 기무사령부 이전’ 사업과 관련해 기밀 자료 유출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지난 6월 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이 회사의 서울 삼선동 본사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내용이다.

군 검찰은 1000억여원을 들여 터키의 H사로부터 EWTS를 도입하는 사업과 관련해 이를 중개하는 일광공영이 가격을 임의로 부풀린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WTS는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 대공 위협으로부터 조종사의 생존 능력을 높이는 전자방해 핵심 훈련장비다.

군 검찰은 일광공영이 2002년에도 H사와의 3000만 달러에 달하는 ‘CN-235 시뮬레이터’(지상에서 조종사 기량향상 훈련을 할 수 있는 항공기 모의 훈련 장비) 도입 사업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했다. 이 사업은 2007년부터 방위사업청이 주관해 왔으며 올 4월 15일 H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군 검찰은 또 군 기무사령부 이전 신축 공사와 관련된 비밀설계 도면이 담긴 CD가 통째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경위를 수사 중이다. 현장사무소 관계자가 이 CD를 적법 절차 없이 대우건설에 넘긴 것이다. 군 검찰은 이 CD가 일광공영 사무실에서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유출 과정에서 일광공영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신청사로 옮긴 기무사는 대우건설이 이전 공사를 맡았다.

군 검찰은 EWTS 사업과 관련해 방위사업청 담당자와 일광공영 직원을 곧 소환키로 했다. 또 기무사 신축 공사 자료 유출과 관련해 현역 중령을 포함한 사업단 관계자와 대우건설 측 인사 20여 명을 상대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일광공영 측은 “회사를 압박해 지난 정권 인사들과의 관련성을 캐낼 목적으로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검찰은 일광공영 대표 이모씨를 네 차례 소환해 탈세한 70여억원 중 일부를 조세도피처로 자주 이용되는 카리브해의 섬 바베이도스로 빼돌린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