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비리 연루 의혹 방산업체·무기중개상 전방위 수사 내막
군산복합체 검은 커넥션 국내외 무기중개상 로비자금 상상 이상
2009-11-03 윤지환 기자
검찰은 국방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방산업체·무기중개상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국방사업비리를 척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경제-군사로 이어지는 삼각 커넥션은 오랜 기간에 거쳐 단단하게 결속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무기중개상들의 리베이트를 없애면 국방비 20%를 줄일 수 있다”며 국방사업 실태를 꼬집었다. 검찰 사정에 이은 이 대통령의 국방사업 개선 발표는 방위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은 국방사업과 관련된 기업과 무기중개상들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을 끄는 부분은 무기중개상들에 대한 조사다. 국방부도 방위사업청과 함께 무기구매 과정에서의 커미션 실태 등을 점검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 3의 거물급 중개상
그러나 정부가 국방사업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수만 국방부 차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무기중개상들의 커미션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뒤 “무기를 획득하는데 있어 군, 방위사업청, 국방부에서의 부정은 없다. 다만 무기 중개상들이 지나치게 많은 커미션을 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 만큼 그 실상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답변이 있은 후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가 아직 무기사업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군, 방위사업청, 국방부의 부정 여부를 조사하지 않으면 무기중개상들에 대한 조사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장 차관의 발언을 뜯어보면 국방 사업 비리를 조사하겠다는 게 아니라 무기중개상들이 가져가는 커미션을 정부가 나서서 조절하는데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이 자리에서 장 차관은 “커미션을 포함해 무기도입 방식 개선 등의 차원에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주변에선 방위산업 분야 사정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장 차관은 무기중개상들에 대한 조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소식통은 “현재 국방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국내외 무기중개상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과 그 내용을 살피고 있다”며 “향후 무기 구입 시에는 무기중개상들의 개입을 대폭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기중간판매회사인 C사의 한 관계자는 “MB정부는 현재 우리나라의 무기구입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지금까지 정부가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며 돈을 빼돌린 게 문제지 중개인이나 중개방식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물론 폭리를 취하는 중개인도 있지만 대부분 단가공개 등 투명한 영수처리로 해결가능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인이 중개상을 이용해 비자금을 빼돌리려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무기중개상은 특정 전문가가 할 수 있는 분야다. 그렇게 때문에 이 일에 대해 오해가 많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고가의 수입 의료기기를 중개해 판매하는 세일즈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무기중개상들 중에는 거액을 벌어들이는 거물급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무기중개상들 중에는 거물급이라고 불릴만한 이들이 거의 없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외국 군수회사는 분단 상황에 놓인 한국에 큰 매력을 느끼고 오래전부터 로비를 벌여왔다. 최근 북한에 적개심을 갖고 있는 일본도 로비 대상국이다. 우리나라 무기판매시장이 검은 세력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비리는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무기판매의 그늘
헬기와 전투기에 장착되는 보조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L사의 Y씨는 “미국 군수회사는 자신들의 정부를 내세워 한국을 압박해 무기를 판매한다. 이렇게 무기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 앞잡이로 한국계 중개인이 나서기도 하는데 조풍언이 그런 사람”이라며 “현재 예비역 장교와 장성들이 무기중개업을 하며 미국 군산복합체와 접촉하는 일이 많다. 이 과정에서 국가 비밀이 거래되는 일도 허다하다. 말하자면 무기중개를 하는 과정에서 반역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역의 대가가 바로 막대한 리베이트라는 얘기다.
한편 최근 방산관련 사정이 진행되면서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대표 방산기업인 T사의 K-9자주포 원가 4배 폭리사건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영이라는 무기중개상의 탈세수사도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이를 통해 무기중개상들의 활동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국내 예비역 장성 가운데 현재 무기중개상 또는 방산업체 등 군에 로비를 하기 위해 취업해 있는 규모는 150여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