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극비 물밑접촉 성과 미지수 “쑈 x 쑈 = 쑈는 없다”
남북관계 변화 급변 조짐 정상회담 극비리 추진 說의 진실
2009-10-27 윤지환 기자
남북한이 정상회담개최 문제를 놓고 지난 15일 싱가포르에서 극비리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MB정부는 그동안 ‘핵 포기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해 왔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아직 핵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미사일 5발을 시험 발사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남북한 고위관계자가 제 3의 장소에서 만나 은밀히 정상회담을 논의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남북한 당국자가 만나 정상회담을 논의했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처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하던 모습에서 “모른다”로 정부는 미묘하게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일요서울]은 올 초부터 북한 전문가와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을 인용해 MB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남북접촉설이 사실이라면 보도 내용이 사실에 가까워진다. 이와 관련 [일요서울]이 지난호(제 796호) 차길진 법사의 예언도 주목을 끈다. 차 법사는 해당 기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10월에서 12월 사이 남북관계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을 해 낼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통일부는 현 장관이 국감장에 나온 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고위급의 싱가포르 물밑접촉설과 관련, “확인해 줄 사안이 없다"며 “최근 통일부의 장·차관을 포함한 고위 당국자들이 출국한 사례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밑접촉설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심지어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가 “남북한이 비밀 접촉을 한 게 맞다”고 말했다는 모 언론의 보도까지 나오자 물밑접촉설은 지정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남북이 물밑 접촉을 갖고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소리도 들린다. 이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정치권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정상회담개최 실현되나
정상회담추진설은 북한이 지난 8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을 남측에 파견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김 부장 등이 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북측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신문의 보도도 심상치 않다. 이 신문은 지난 8월 2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남측 당국과 북과 남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데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로써 북남 사이에는 관계개선의 길이 열렸으며 (남북관계를)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접촉은 북측이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을 제의할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만으로 보자면 정상회담은 북한보다 남한이 더 절실하다. 북한이 미국과의 핵문제 논의를 하는데 있어 남한을 배제하려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의 정치력과 국제사회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면 중단된 대북교류와 각종 대북관련 사업을 재추진하려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타결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선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들과 만나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측은 “절대 사실무근”이라며 소문을 부정했다.
떠도는 소문의 사실여부를 떠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북한을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지난 21일 북측에 군통신선 현대화를 위한 자재를 제공키로 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대북지원 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 등도 다시 추진 중이다. 임진강 방류와 미사일 발사 등으로 경직돼야 할 남북관계가 오히려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친북정권이라는 말을 들은 지난 10년 동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또 정치권에서는 최근 들어 이 대통령이 나라 안팎이 떠들썩해질만한 ‘빅 이벤트’를 추진 중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빅 이벤트’가 북한과 관련한 것이라는 소리도 있었고 캄보디아 베트남 등 주변국에 대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동남아시아 순방을 통한 에너지 외교를 통해 ‘빅 이벤트’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캄보디아와의 대규모 토지 개발권 확보 또는 조차권 MOU 체결 예정 등이 그것이었다.
남북한 특사교환 예정설
정상회담 물밑접촉 소문이 확산되면서 ‘조만간 남북한이 서로 특사 파견을 통해 최종적으로 정상회담을 조율할 것’이라는 구체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접촉’이 실무자급 수준의 논의였다는 데서 비롯된 추측으로 보인다. 이번 접촉은 북측의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북한 아태평화위 실장과 우리측 고위 인사 간에 만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물밑접촉설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 당국자들 중 일부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싱가포르 접촉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면서도 “최근 남북한 실무자들이 만나 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 접촉이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물밑접촉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 당국자는 접촉사실 여부에 대해 직답을 회피한 채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남북한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상태”라며 “그러나 올해 안으로는 힘들고 빨라도 내년 초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