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MB 조직 결성 본격화 ‘11월 위기설’ 대두

참여정부 인사들 주축 ‘시민주권’모임 정치세력 시동

2009-10-27     윤지환 기자

지난 16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친노모임인 ‘시민주권’(대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이 공식 창립해 주목을 끌었다.

시민주권은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창립식을 열고 MB정부에 대항한 정치세력으로서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선포했다. 시민주권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노인사와 시민 등 30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이날 창립식 연설문을 통해 “오늘 시민주권의 창립은 역사의 반동을 뚫고 일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뜨거운 함성”이라면서 “한 사람이 영웅인 시대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인인 시민주권시대의 선언”이라고 밝혔다.

시민주권의 색깔은 분명했다. 이 전 총리는 4대강 토목건설로 인한 예산 낭비와 공교육 약화, 전세값 폭등, 일자리 문제, 남북관계 악화 등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이처럼 친노세력이 결집해 행보를 본격화하자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친노세력의 결집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사건 이후 예상돼 왔던 시나리오다. 그 형태도 정당이 아닌 시민주권과 같은 ‘단체’ 형태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시민주권의 등장은 정치적으로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친노인사들의 동정을 파악하고 있는 국정원은 시민주권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친노 세력은 정치적으로 현 정권에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민주권의 각오는 예사롭지 않다. 시민주권의 1차적인 목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이 전 총리는 창립식에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대해야 한다. 연대하지 않고 거대한 수구 기득권 세력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승리하기 위해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에 연대기구인 ‘승리2010 시민의 힘’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친노세력 정치세력화 시동

시민주권은 故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하는 정치·생활 복합체를 표방하고 있다. 대중들의 생활과 정치를 직접 연결시킴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세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노무현 향수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 번의 이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아직 MB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살아있는 만큼 과거 정부 인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시민주권의 깃발을 따라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분석이다.

실제로 시민주권은 야권 정당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체적인 목적을 중심으로 결집된 정치적 집단이라기보다 ‘친노인사들의 모임’ 그 자체라고 보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민주권의 향후 계획을 살펴보면 민주당과 별로 다를 바 없다. 더구나 움직임을 통한 비전제시가 빈약한 것도 현 야권과 공통점을 이룬다.

시민주권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내용은 언론개혁·소비자주권 운동,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예산이 교육·복지 예산 등으로 편성될 수 있도록 예산주권운동 등이다. 정부의 주요 정책과 사업에 드는 예산편성을 ‘시민의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개혁, 4대강 살리기 등 현 정책에 대해 헛갈려하는 대중에 뚜렷한 길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추상적인 이익을 내세우며 정책 반대만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시민주권에 시민들이 시큰둥한 가장 큰 이유다. 이렇게 되면 시민주권은 ‘그들만의 주권’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국민참여를 내세운 친노세력은 시민주권 외에 또 있다. 참여정부 일부 인사가 주축이 된 ‘국민참여정당(가칭)’이 바로 그것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국민참여정당은 발기인 대회를 갖고 현재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창립주비위원장을 맡고 천호선 전 대변인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꾸준히 주목을 끌어온 ‘야권 통합 시나리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야권 분열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민주, 야권 통합론 제동에 고민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권 통합론을 내세워온 민주당은 고민에 빠졌다. 통합이 자연히 물 건너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월 재보선에서의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것은 물론 민주당의 핵심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점쳐졌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친노신당 입당을 공식화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유 전 장관을 대체할 만한 인재를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야권 분화의 가속화를 막기 위한 대책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민주당이 핵심카드를 쥐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른 통합 모색은 자칫 ‘일곱 난쟁이들의 모임’으로 비칠 수 있다. 각 당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역작용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야4당 대표는 지난 14일 오찬 회동을 갖고 단일화 접점을 모색했으나 뚜렷한 진전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 대표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 단일화를 거듭 촉구했으나 공염불로 끝났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이상의 통합 논의는 무의미해 보인다.

심지어 통합은 고사하고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누가 맏형이 될 것인가를 놓고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편 야권의 간판급 주자로 꼽히는 유 전 장관은 친노인사를 중심으로 내년 1월 창당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창당 이후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서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