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여론조사·컨설턴트 5인 ‘대통령 지지율’ 말하다

미스터 리(Mr.Lee) 이명박 지지율 대해부

2009-10-27     홍준철 기자
“대통령 혼자만 뛴다” 임계점 도달

이명박 대통령의 50%대 국정 지지율 벽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지난 9월15일을 전후로 50%대 지지율을 유지하던 이 대통령은 10월 들어와 40%대에서 다시 30%대로 뚝 떨어졌다. 한달 사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요동을 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해석은 명확했다. 집권초 높은 지지율로 오만했던 이 대통령이 촛불집회 여파로 서민 행보를 보이다 최근 들어서 ‘집권초로 회귀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수언론과 우호적 언론 환경,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러들면서 지지율 하락의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MB 특유의 추진력에 대한 국민들의 약발이 빠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1~2석을 가져갈 경우 MB의 30%대 지지율마저 무너질 수 있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MB 정권의 국정지지율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한길리서치 대표 김창권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50%대 지지율관련 “거품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길리서치는 지난 9월중순 여론조사 기관중에서 처음으로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3.8%로 발표해 MB 정권 인사들이 막걸리 파티를 개최할 정도로 기쁨을 준 기관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김 대표는 “최근 지지율이 절반수준으로 급락하고 있다”며 “민심의 정점에서 오를 이슈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세종시 문제만을 볼 때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전혀 없다”며 “대통령 후보 때나 당선자 시절까지만 해도 원안통과를 장담했지만 최근 ‘양심이 걸린다’, ‘국가 백년지대계가 중요하다’며 말을 바꾸고 있는데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갖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9월에는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이은 서거이후 조문정국을 무사히 치루고 서민행보와 왕성한 외교활동으로 50%대까지 지지율이 올랐다”면서 “그러나 최근 청와대 참모진들의 잇따른 구설수와 소동이 터지고 대통령 혼자만 뛰는 것처럼 보일 뿐 참모나 당과 불일치하는 모습이 지지율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락가락 세종시, 4대강 정책 신뢰성 잃었다”

그는 MBC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애로 유명세를 탄 연기자 김명민씨를 예를 들며 지지율 추락에 대한 대안마저 내놓았다. 그는 “최근 ‘내사랑 내곁에’라는 한국 영화에 출연한 김씨는 22kg을 감량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것이 영화에서 쓰는 메서드 연기법(배우가 자신의 역에 동화되어 대역을 쓰지 않고 감정을 느끼고 연기를 하는 것)으로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게 된다”며 “그동안 보여준 친서민 중도실용행보가 유권자나 국민에게 감흥을 주다가 정책의 일관성 결여, 참모진의 잇다른 구설수, 서민행보 등 진정성이 떨어지면서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지금부터라도 MB 정부나 한나라당 모두 진정성 있는 대안정책을 내놓아야 지지율에 변화가 있다”며 “그렇지 못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앞으로도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오는 10월 재보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고 자칫 내년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정치전문 사이트인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 역시 비슷한 분석이다. 김 대표는 “대통령 지지율이 집권 절반이 다 되가는데 50%대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며 “그러나 자세히 보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라기보다 대통령이 잘돼야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김 대표는 “지난주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와 미디어 오늘 공동으로 조사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33%가 나온 것도 낮은 게 아니다”며 “여전히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와 MB의 매력인 추진력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는 셈이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친서민 중도실용 행보가 50%대 지지율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는 “하지만 이젠 국민들이 막연한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 약발이 떨어지면서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고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살리기 등 쟁점 현안에서 보듯이 MB의 일방주의적 통행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 역시 한길리서치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곧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재보선이나 지방선거는 통상 대통령 대 야당 구도로 치러진다”며 “수도권과 중원에서 참패할 경우 이 대통령은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고 세종시나 4대강 등 현안을 통해 무리하게 반전을 노릴 공산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의 이민호 부장은 지지율의 높고 낮은 것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 부장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를 묻는 질문이 앞 부분이냐 뒷부분이냐에 따라 다르고 MB 정권 홍보용이나 비판적인 질문을 질의한 다음 지지도를 물을 경우 답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조사기관, 시기, 문구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전제했다.


10월 재보선 패배, MB 코너에 몰릴 수도

그는 “이 대통령이 7월달부터 지지율이 완만하게 오르다 9월 중순경에 48.8%까지 상승곡선을 그렸다”며 “경기 부양 효과, 대통령의 부지런한 행보, 국민들의 경기 활성화에 기대감, 우호적인 언론환경이 어우러져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10월에 이르러 너무 높은 경제적인 기대심리로 인한 실망감, 체감 경기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함으로써 노동계 반발 등 악재가 돌출했다”며 “설상가상으로 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나 백화점식 비리 의혹에 국감을 통해 불거진 정부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등이 겹쳐 지지율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여론조사 관계자들의 경우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넘기면서 역대 대통령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50%대는 집권 중반기에 이를 수 있는 최고 정점이었는 평이다. 그리고 이후 떨어질 일만 남았으며 MB 정권으로서는 지지율 반전을 위한 강수를 던질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의 분석 역시 여론 조사 관계자들과 대동소이했다. 친박 성향의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노무현, DJ 시절 ‘퍼주기식 대북지원’에서 탈피해 보수적인 대북관계 유지, 미국·중국·일본 등 부지런한 외교활동, 중도실용 천명에 따른 친서민행보와 탈권위로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이룰 수 있었다”며 “그러나 MB 지지율은 한나라당 지지율인 30%대가 맞지 50%대는 거품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추락과 관련해 그는 “4대강 사업 자체가 국민들이 한반도대운하라고 한때 70%이상 반대한 것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고 행정복합도시 변경이나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불허, 비정규직 법안 미처리 등 노동계 현안, 무엇보다 체감 지지율과 동떨어져 있다”고 평했다.

무소속 의원실의 한 인사 또한 ‘50%대 지지율은 착시현상이다’며 언론의 우호적인 환경이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밑바닦 여론이 그 정도가 되지 않지만 대통령이 잘 되길 바라는 기대심리가 높은 지지율을 낳은 것”이라며 지지율 자체에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