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퇴출 논란
폴리테이너의 명암… 정권 바뀌면 퇴출된다?
2009-10-20 인상준 기자
최근 방송인 김제동씨의 퇴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야당과 일부 네티즌들은 김씨의 퇴출이 MB정부에 반하는 발언과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에 사회를 봤다는 것 등 정치적 이유때문이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방송사측은 광고수익 감소와 고액의 출연료문제, 오랜 시간 MC를 맡으면서 개편에 따른 자연스런 하차라고 주장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미 KBS에서 퇴출된 시사평론가 정관용씨와 가수 윤도현씨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퇴출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쓴소리 방송인들을 내몰기 위한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연예인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찬반논쟁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겁게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김제동씨의 하차로 인해 정치권이 뜨거운 가운데 최근 김 씨의 소속사 대표가 인터넷에 현재 심경을 올려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는 아고라 게시판을 통해 현재 심정을 “굴뚝에 연기는 나지만 밥 짓는 사람은 없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김 씨의 하차 결정 통보에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으면서 그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어 정치권에서까지 논의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글을 쓰는 이유는 현재의 상황을 모르쇠 입장으로 일관하는 것도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라며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씨의 하차 과정에 대해 김 대표는 “방송국이 MC 교체를 할 때 취해 왔던 일반적 관례에서 벗어나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 때문에 의혹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국측에서 통보받은 내용은 ‘그동안 오래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것과 고액출연료 때문에 비용절감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고액출연료가 문제였다면 상의를 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 활동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번 일을 통해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 활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고 공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에서는 어디까지 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생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제동 뿐만 아니라 윤도현, 강산에 등 사회참여 활동이 많은 연예인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옹호하고 전 국민적 관심이 되는 사안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시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들은 ‘폴리테이너’가 아니라 ‘소셜테이너’”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김 씨의 퇴출이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해 K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정관용 시사평론가와 가수 윤도현의 갑작스런 하차와 동일한 이유에서 김 씨가 퇴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도현의 경우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이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국민가수로 등극했다. 그러나 지난 해 자신이 진행하던 음악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폐지되면서 정치적 영향이 미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
사실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이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1년 11대 총선에서는 탤런트 이낙훈씨가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3대 총선에서는 영화배우 최무룡씨가 공화당 당적으로 국회의원을 지냈다. 14대 총선에서는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국회에 입성했다. 이주일, 최불암, 강부자씨는 국민당으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탤런트 이순재씨는 민자당으로 출마해 금뱃지를 달았다. 이후에도 연예인들의 정치참여는 계속됐다. 15대 총선에서는 정한용, 최희준씨가 국민회의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에도 강신성일, 전용학, 김을동, 유정현 등 방송인 출신들 의원들이 있어 왔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측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던 탤런트 유인촌씨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상태다. 활발한 정치활동을 했지만 정작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 않는 연예인들도 있다. 문성근, 명계남, 문소리 등이다.
문성근과 명계남은 16대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인 노사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홍위병을 자처했다. 문소리의 경우도 민노당 당원으로 대선 때 무료로 홍보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결코 정치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들이나 방송인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연스런 현상으로 봐야 한다. 다만 유명세만을 이용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참여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폴리테이너들이 항상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개그맨 심현섭이다. 심현섭은 당시 최고의 개그맨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낙선한 이후 한 동안 TV에서 모습을 감춰야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나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했다고 해서 차후 이를 정치적으로 보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두고 정치참여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앞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의 주장도 있다. 일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명 연예인들일수록 더욱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단체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정부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은 자칫 국민들을 선동할 수 있다.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방송인들이 잇따라 하차하면서 불거진 폴리테이너 논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의견과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일부의 시각이 대립하면서 당분간 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