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배경 담은 책 출간
MB에게 부치지 않은 편지 “무엇 담았나?”
2009-10-13 박태정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공개 기록물이 ‘정치 보복 수사’ 의혹의 불씨를 살리는 등 정치권에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 10월 7일, 노 전 대통령은 서거 1개월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청원 형식으로 쓴 ‘부치지 않은 편지’와 대검찰청 출석 후인 지난 5월 초 작성하다 중단한 ‘추가진술 준비’ 등이 공개됐다. 편지에는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와 여론 재판 등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했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야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보복에 따른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의 ‘대국민보고서 기록위원회’는 지난 10월 7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배경과 7일 동안의 추모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내 마음 속 대통령 - 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 1(도서출판 한걸음·더)’을 발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올해 4월 이명박(68) 대통령에게 쓴 ‘부치지 않은 편지’ 등 노무현 관련 미공개 자료 2건이 포함되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한 달 전 박연차 사건 검찰 수사팀을 교체해달라는 내용의 청원 편지를 이명박 대통령에 보내려 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소환되기 약 열흘 전인 4월19일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으나 참모들의 만류로 실제 부치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그 동안의 수사 과정으로 보아 수사팀은 완전히 균형을 잃었다”며 “주변에는 사람이 오지 않은 지 오래됐고,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상실했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해소하는 방법은 수사팀 교체이며 이는 오로지 대통령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은 4월30일 검찰 출두 직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추가 진술 준비’란 비망록에서는 “도덕적 책임은 통감한다. 형님까지는 단속이 쉽지 않았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아내와 총무비서관의 일에 이르러선 달리 변명할 말이 없다”고 했다. 또 “대통령을 하려고 한 것이 분수에 넘치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해보고 싶었던 모든 꿈을 접는다”고도 적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선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법적 책임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검찰이 선입견을 가지고 (박연차 회장의) 진술을 유도하고 다듬어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검찰은 있는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지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관계없는 사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내 마음속 대통령’은 노무현 죽음의 배경과 7일 간의 추모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노무현재단 대국민보고서 기록위원회 위원장인 윤승용(52)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수백만 국민의 추모과정을 사실대로 정리, 역사적 기록으로 보존하고자 출판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러한 과정을 국민에게 보고하기 위해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기록화 작업의 첫 번째 결실이다.”
책은 노무현의 자살 배경으로 거론되는 ‘대통령기록물 사건’과 ‘박연차 게이트’의 전후맥락을 고인이 남긴 기록 등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을 하려고 한 것이 분수에 넘치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국가적 지도자, 훌륭한 지도자,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꾼 지도자, 역사의 평가를 받는 지도자 등 이 모두가 제 분수에 넘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이런 의욕이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민적인 이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재단 대국민보고서 기록위원회’는 이번에 빠진 내용을 보완한 ‘내 마음속 대통령-노무현, 서거와 추모의 기록2’를 내년 5월 1주기에 맞춰 발간할 예정이다.
[박태정 기자]tjp79@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