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정몽준’에 태클 건 내막
鄭, 거침없는 하이킥, ‘안’타 한방에 휘청
2009-10-13 인상준 기자
정 대표가 주재한 7일 최고 중진연석회의에서 전날 있었던 관훈토론 발언이 문제가 됐다. 정 대표는 전날 관훈토론에서 “핵개발은 북 나름의 합리적 판단이고 진보정권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경재 의원은 “당의 대북 정책에 혼선을 가져다 줄 우려가 있으니 정확히 해달라”며 일격을 가했다.
정 대표의 발언은 다른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공방이 오갔고 일부 정 대표를 옹호하는 발언도 터져나왔다. 이계진 의원은 “대표로서 그정도는 할 수 있다”며 정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결국 정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의 자체적 판단이 그런 것이라는 말일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일단락됐다.
정 대표는 그간 재래시장과 중소기업 방문 등 의식적으로 ‘친서민’에 초점을 맞춰왔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정 대표로선 친서민과 중도실용이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 가장 좋은 조건이다. 또한 재벌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도 더욱 친서민 행보를 넓혀왔다.
이런 광폭행보의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최근 실시된 모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정 대표는 여야를 합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11.0%로 2위로 등극했다. 선두인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유일한 두 자리수 지지율이었다.
정 대표의 이런 지지율은 지난 8월 실시된 여론조사 5.2%에 비해 2배 상승한 것이다. 결국 자신의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가 일정부분 효과를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향후 행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 정 대표로선 최고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상태다. 지지부진 했던 당내 기반을 확보하고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로 변신할 절호의 기회를 정 대표가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자칫 당내 지지 세력들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 당장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처럼 보수지지자들의 반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일부분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는 반격의 빌미로 제공될 수 있다.
정 대표의 행보에 일침을 가한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일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 대표체제에 대한 견제를 가했다.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안 원내대표는 박희태 전 대표의 재보선 출마로 당 대표직을 승계받은 정 대표체제와 관련해 “이런 체제는 너무 오래가면 좋지 않다”며 조기 전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한 “대표 체제가 전당대회를 통해서 뽑은 체제는 좋지만 승계를 받아서 하는 이런 체제는 너무 오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어부지리로 얻은 대표체제가 한나라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가 양산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의 두 축인 친이계와 친박계는 차기 대표를 두고 고심을 해왔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조기전대를 통해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나섰고 친박계는 ‘조기전대는 없다’며 차라리 승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대립이 지금은 수면아래로 내려간 상태지만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더욱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본인 스스로도 차기 대권에 대한 뜻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큰 뜻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행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진영에서는 이를 곱게 보지 않는다. 튀어나온 못은 망치를 먼저 맞는 것이다. 차기 대권에 근접해 있는 유력 주자들의 지지자들은 적당한 선에서 정 대표가 머물길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너무 잘해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못해도 안된다. 적당한 선에서 당을 이끌다가 친이계와 친박계가 합의한 시점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면 정 대표의 역할은 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그들의 시나리오대로 놔둘 정 대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광폭행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역학구도가 어떤 식으로 변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