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대통령’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시끌’
돈·여자 문제 담은 괴문서 ‘횡횡’
2009-10-06 홍준철 기자
국내 최대 종파인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두고 불교계가 시끄럽다. 자승 스님의 ‘1인 독주’속에 비주류 소장파 5인의 검증 요구가 거세다. 지난달 24일에는 다섯 예비 후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승 스님의 ‘승적 정정’과 ‘변경 사유’관련 해명을 촉구했다. 또한 5인의 예비후보자들은 후보자의 검증 장치를 강력히 주장했다. 오는 10월 12일 후보자 등록이 가까워지면서 승적 정정뿐만 아니라 괴문서 출현 등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는 분위기다. 특히 대세론에 기대 차기 총무원장으로 유력한 자승 스님측은 각종 의혹과 소문관련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는 날에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1000만 불자를 자랑하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수장을 뽑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의혹과 진상을 알아봤다.
조계종 총무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총무원장직은 조계종이라는 한국불교 대표 종단의 행정수반이다. 일반 사회로 비쳐보면 ‘조계종 대통령’에 해당한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한국불교 주요 종단들의 모임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당연직 회장을 맡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불교계를 대표할 뿐 아니라 종교계를 대표하기도 한다. 법장 스님이 한국종교를 대표하는 7개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직을 맡았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청와대에 초청돼 가면 국무총리급 대우를 받으며 대통령 옆 좌석에 앉기도 한다.
무엇보다 조계종 대표적인 사찰인 조계사, 봉은사, 해인사 등 20여 사찰 주지스님을 임명할 수 있다. 또 종단과 사찰에 속한 재산을 감독하며 처분 승인권을 갖는다. 총무원장은 당연직으로 조계사를 비롯한 직영사찰 주지, 중앙승가대 이사장, 사회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맡는다. 교육원장과 포교원장도 총무원장의 추천으로 중앙종회에서 선출된다.
조계종 총무원장, ‘대통령 빼고 다 만난다’ 막강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총무원장 선출이 오는 10월22일날 결정된다. 후보자 등록일은 12일부터 양 이틀간 이뤄지며 선거기간은 10일이다. 현재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출마했거나 출마예정인 후보자로는 6명이 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출마를 선언한 자승 스님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승 스님은 공식 출마 선언 당시 4대 계파인 화엄회, 무차회, 무량회, 보림회 등으로부터 ‘합의 추대’를 받았다. 사실상 조직과 자금면에서 타 후보에 비해 우세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1인 독주’를 하다 보니 견제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비주류 소장파 연대에서는 ‘승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각명, 종하, 정념, 월서, 대우 스님 등 5인이 기자회견을 갖고 ▲ 후보자의 의혹 해명 및 탈법 요소 발견시 후보 사퇴 ▲ 금권·부정선거 발견시 해당기관 즉각 제보 ▲ 괴문서 관련자 색출 엄벌 및 조사 특위 구성 등을 주장했다.
특히 자승 스님의 승적 정정에 대해 ▲ 1990년 승적을 변조한 구체적 경위 ▲ 1994년 승적변조 조사내용과 징계 적법 여부 ▲ 2006년 승적 정정 세부진행 절차 공개 ▲ 승적변조 상태에도 제적처리 받지 않은 배경 등에 대한 당사자의 해명을 촉구했다.
대우 스님은 기자회견 관련 본지와 통화에서 “추석이 지나고 예비 후보자 등록이후 승적관련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며 “만약 날조, 공문서 조작 등 도덕적으로 결격 사유가 발견될 때에는 참회하고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종단 일각에서는 90년 72년으로 승적을 적었다가 1994년에 중앙종회의원이 되면서 69년으로 늘린 게 아니냐”며 “부인하거나 변명하지 말고 용서를 구하고 참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종회 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승적이후 20년이 지나야 자격요건이 된다.
또한 자승 스님 관련 돈 등의 문제를 담은 괴소문에 대해서도 대우 스님은 “사실로 밝혀지기전까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면서 “소문 자체로 부도덕한 집단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각명스님과 함께 출마를 선언한 대우 스님은 ‘자승 스님 대세론’관련 “이회창 대세론보다 더 야단이다”며 “그렇다고 조직을 동원해서 되겠느냐”고 ‘동원 자승’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주류 소장파 스님들의 주장에 대해 자승 스님측은 “승적 정정 관련 자료와 각종 의혹관련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0월 12일 이후 명확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을 돕고 있는 불교문화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자승 스님의 승적이 90년도에 72년이었다가 94년 69년 이후 2006년 다시 72년으로 승적이 두 번 바뀐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하면서 “그러나 변경 될 때마다 경위서를 제출하고 적법하게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자승 대세론’, 비주류·소장파 ‘승적·괴문건’ 검증
또한 그는 94년도 정풍운동 당시 승적 문제로 6개월 징계관련 “승적 정정 문제가 아닌 서류상의 문제가 생겨서 받은 것이다”며 “호계원(불교 사법기구)에서 지적된 것으로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2006년 72년으로 다시 복귀한 것에 대해 “총무부장 재직 당시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원래대로 승적 정정원을 제출해 심사위를 거쳐 결재 받은 것으로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편 자승 스님 측에선 괴문건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역대 총무원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돈과 은처승(내연녀) 문제는 있어왔다”며 “자승 스님을 합의 추대한 5개 종파 모임에서 문제가 있는 후보자를 ‘합의추대’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괴문건 관련 호법부에서 조사 중이다. 그러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할 말은 없다”면서 “그러나 상대 후보가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시하면 종단법과 절차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불교계가 총무원장 선거를 ‘합의 추대’가 아닌 경선을 하면서 분열과 이미지 훼손이 심각하다는 점을 들며 ‘합의추대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승적관련해서 “승적 정정을 통해 자승 스님이 어떤 이득도 취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그렇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