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권익위원장 맡은 ‘왕의 남자’이재오
부정부패 척결 각오 “공무원 세계가 떤다”
2009-10-06 인상준 기자
이 위원장은 “크고 작은 공직자 비리는 부정부패의 온상이다. 이런 것들이 있는 한 우리는 정의로운 국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며 “국민들의 고통은 거의 공직자 비리에서 출발한다. 이것을 두고 경제살리기, 중도실용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B정부 출범 1등 공신 이재오 전 의원이 돌아왔다. 그동안 10월 재보선 복귀설, 조기 전대를 통한 복귀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복귀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은평구 을은 기한이 지나 10월 재보선이 치러지지 않게 됐다. 전대의 경우 박희태 전 대표의 출마로 공석인 자리를 꿰차려고 했지만 친박계의 경계와 주류측의 이견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2월 조기 전대 복귀설도 나왔지만 이도 유야무야됐다.
이후 장관직을 통한 입각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돌았지만 정권 실세 장관이라는 위험성 때문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오 전 의원이 위원장으로 임명된 권익위원회 또한 막강한 업무 범위를 자랑하는 곳이다. 장관급으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등이 합쳐져 국민권익위원회로 재탄생했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되는 만큼 야당의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많은 배려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이 위원장이 아무런 직함을 갖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쓰였을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고심 끝에 권익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정운찬 총리 내정에 이 위원장이 많은 역할을 해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고사하던 정 총리가 이 위원장을 만나서 결심했다는 얘기다.
여권의 정통한 소식통은 “정 총리가 정치권에 나오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 위원장을 꼽는다.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고사하던 정 총리가 이 위원장을 만나 결심을 굳혔다는 얘기가 정가에 파다했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이 위원장이 정가에 복귀한 이유는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잠시 정부측 관료자리에 몸을 의지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당내 분위기가 이 위원장의 복귀에 아직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더욱 이 위원장을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에서는 아직까지 강경파인 이 위원장의 복귀가 마음이 들지 않는 눈치다. 내년 2월이나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복귀한다면 모를까 당장은 어렵지 않겠냐는 반응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측 관계자는 정치적 해석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이 측근은 “재야 생활을 오래했던 이 위원장이 국민들의 권익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제 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 만큼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이 위원장이 현실정치에 복귀한 이상 정치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 위원장이 어떤 목소리를 내며 정치권 판도를 흔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