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선덕여왕 ‘이미지메이킹’ 전략 세운다

MB, ‘샴페인 정국’ 숟가락 못 얹는 박근혜와 민주당

2009-10-06     홍준철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는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44.5%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이후 정국주도권을 야당에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무사히 넘긴 셈. 나아가 임기 초 적잖은 재정지출에 따른 경기 효과와 그에 따른 기대감, 전국을 관통하는 4대강 사업 등 MB 특유의 ‘밀어붙이기’식 오너 정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야권에 ‘대항마’ 부재, ‘여당속의 야당’을 표방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으로 오갈 데 없는 표심이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부연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결과에 따라 정국 주도권은 재차 야권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정국운영에 강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국내 개최에 따른 귀국 비행기에서 수행원들과 함께 ‘만세 삼창’을 외칠 정도로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자신감의 발로는 단연 경기 향상에 따른 기대감이 한몫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700선에 육박하고 있고 대기업들은 MB 정부의 친기업 정책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국내 메이저 언론들 역시 MB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는 상당히 우호적이라는 점을 꼽고 있다.

MB 정권의 이런 자신감은 여의도 정치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각종 의혹을 받아 야권의 총리 임명 반대속에서도 충청 출신의 정운찬 총리와 6명의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2기 정부를 마무리했다. 청문회 이후 2~3명의 장관이 ‘함량 미달’로 낙마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청와대는 ‘그 정도는 총리나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정국의 뇌관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의 거취도 결정했다. 청와대는 지난주 ‘정권 2인자’인 이 전 의원을 국가권익위원장으로 임명했다. 10월 재보선출마, 장관, 대통령 정무특보, 비서실장 등 하마평이 무성했던 이 전 의원이다. 한나라당에 탈당계까지 제출하고 권익위원장직에 임명된 이 전 의원의 심경이 좋을 리는 없다. 당 복귀를 가장 원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이재오 권익위원장 임명… 차기 대선후보 관리?

하지만 이 대통령은 당내 분란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싹을 잘라냄으로써 여의도 정치에도 본격 개입한 셈이다. MB 복심은 이재오계가 주장했던 ‘2월 전당대회 개최’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 전 의원 측근인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소장이 이 전 의원이 국가권익위원장으로 내정된 직후 ‘2월 전대 개최는 어렵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차기 대선 후보군 관리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단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진영에선 그동안 ‘2월 전대 무용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바로 화답한 셈이다. 박 전 대표의 ‘일성정치’의 여지도 사라졌다.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우던 이 전 의원이 당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정치 일선에서 벗어난 지금 친박 친이 등 계파 갈등은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민주당 등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정운찬 총리를 임명함으로써 ‘박근혜 대세론’에 제동을 확실히 걸었다. 정 총리가 ‘국민통합’과 ‘서민 정책’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세종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경우 여권내 강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할 공산은 높다. 정몽준 대표 또한 정치적으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2월 전대가 물건너 가고 있는 분위기로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선전하고 집권 여당의 대표로 원만히 대표직을 수행한다면 내년 7월까지 정몽준 대표 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김종률 전 의원의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지역이 포함되기 전까지 ‘4대 0’ 완승분위기까지 감지됐다.


박근혜, ‘여당 속 야당’ 한계 노출…향후 묘책은

야권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인해 한나라당이 지지율에서 처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평균 30%대 당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인물이 괜찮고 충청출신 총리 효과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한껏 국정운영과 정국 주도권에 자신감을 같는 데는 당밖 상황도 일조하고 있다. 80여석 가량의 민주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정세균 당 대표가 미디어법 통과 이후 장외투쟁이나 정책면에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운찬 총리 인사청문회와 장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야당으로서 치열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친박 성향의 한 인사는 “정운찬 총리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우리도 답답했다”며 “세금 탈루, 병역 회피, 여자 문제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다”면서 “정치적 이슈인 세종시 문제만 다루면서 검증을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집권 10년 동안 여당을 해서 그런지 야성도 많이 떨어지고 정보력도 떨어진다”며 “인사 청문회가 끝나고 임명장도 받은 상황에서 ‘국감 때 보자’는 식의 협박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친박 진영이 민주당에게 성토를 보내는 배경은 당연 박근혜 전 대표 때문이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 주도 세력들이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는 데, 박 전 대표가 딴죽을 걸기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친박의 ‘여당 속의 야당’도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때 빛을 발하는 데 그렇지 못한 게 한탄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가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박근혜 전 대표 도움 없이 내년 지방선거를 치루고 공천권까지 좌지우지할 공산이 높다”며 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상승세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위기가 되고 있다. 위기를 맞은 그녀의 전략은 삼국통일의 초석을 다진 ‘선덕여왕’의 이미지 메이킹해 대권을 넘보겠다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녀가 선덕여왕을 이미지메이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현재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MBC드라마 ‘선덕여왕’과 인생구도가 유사하다는 점 때문.

둘 다 공주이며 독신이다. 선덕여왕은 쌍둥이로 태어나 궁중 밖으로 버려진다. 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우여곡절을 겪은 뒤 신라로 돌아와 여왕이 대어 대업을 이룬다. 박근혜 전 대표도 현대사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79년 ‘궁정동사건’으로 아버지가 죽고, 세상 속으로 버려진다. 그녀 역시 ‘선덕여왕’처럼 세상 속에서 풍지풍파를 겪은 뒤 뒤늦게 정계에 진출한다. 현재는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왕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삼국통일 초석 다진
‘선덕여왕’이미지메이킹 전략

드라마‘선덕여왕’의 시청률은 42~43%이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까지 사극을 보는 재미에 폭 빠졌다.

보통 사극드라마의 구도는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고, 그 와중에서도 명분과 정의를 추구하는 의로운 세력이 존재하는 극적인 구도이다.

‘선덕여왕’의 극 구도도 같다. 강한 권력을 추구하는 여성 미실과 약한 덕만 공주가 대립하는 구도에다가 미실의 음모와 술수를 뛰어넘어 마침내 여왕이 돼서 대업을 이룬다.

그런데도 여성 시청자들에 관심을 끈 것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역사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 영화계에서도 여성대통령을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굿모닝 프레지던트’도 개봉을 채비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종화 씨는 “‘선덕여왕’의 인기는 박 전 대표의 정치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삼국통일의 초석을 다진 게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을 통해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여성 지도자에 대한 불안감을 부지불식간에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며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다. ‘선덕여왕’을 통해 우리 사회도 자연스럽게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어찌 여자가 나라를…”이라는 식의 논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잠재적 대권주자는 박 전 대표를 제외하면 정몽준, 이회창, 정운찬, 반기문, 정동영, 손학규 등 모두 남성이다. 현재 상황은 박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다.

하지만 결과는 두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향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선 자신의 콤플렉스를 딛고 ‘선덕여왕’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홍준철 기자]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