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이 위험하다

전직 대통령 5인, 비자금·측근· 건강 이상 징후

2009-09-29     홍준철 기자

대형 국책사업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가 전직 대통령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이 국고에 환수될 경우 국가 재정에 커다란 보탬이 될 것으로 정부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 ‘국세청, DJ비자금 조사 착수 내막’ “DJ 비자금 터질까”(804호)보도이후 정계는 손익 계산에 분주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고인이 된 인사들의 대한 사정기관의 ‘비자금 조사 개연성’에 분노를 터트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DJ-노뿐만 아니라 전두환-YS까지 은닉된 비자금을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까지 건강이상설이 퍼지면서 일단락된 BBK 사건이 재차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마저 대두되고 있다.

본지(804호)가 게재한 ‘국세청, DJ 비자금 조사 착수 내막’ 보도이후 정계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세청, 노·DJ
상속세 신고 때 세무조사

본지는 기사에서 MB 정권 사정기관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이후 신고 예정인 상속세와 증여세에 주목하면서 숨겨진 비자금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세청 관계자 역시 노 전 대통령의 경우 11월, DJ의 경우 2월 상속세 신고가 이뤄질 경우 재조사를 통해 숨겨진 비자금을 찾고 있으며 이와 관련 첩보와 제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국세청에서는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지만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DJ 숨겨진 비자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교동계 및 민주당에서는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표적 수사다’라며 분노를 터트렸다. 오히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전재산이 28만원뿐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다 조사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YS보다 전 전 대통령에 주목하고 있는데 전 전 대통령의 경우 한국 사회의 ‘검은 비자금’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비자금, ‘파주 허브
빌리지’ 재차 주목

실제로 전 전 대통령은 YS 재임 시절인 1997년 4월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원을, 노태우 전 대통령은 2628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이 밝힌 금액이 최대 9500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추징액수는 크다고 볼 수 없다.

전두환 정권 시절 권력형 비리를 보면 출범 직후 발생한 장영자-이철희 ‘7000억 어음 유통 사건’이 있다. 장씨는 1981년부터 1년여 동안 부실한 건설사에 자금을 제공하고 대여액의 2~9배에 달하는 어음을 유통시켰다. 당시 검찰이 밝힌 어음사기 액수만도 6400억원이다. 이 과정에 민정당 권정달 전 의원 연루 의혹이 일었고 7000억중 상당액이 권력층에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밝혀내지는 못했다.

또한 전두환 정부는 삼성과 금성 등 대기업들로부터 전화 교환기 고가 구매와 회선 교체에 따른 대기업 특혜를 통해 국민세금 6200억원을 낭비시켰고 이 중 상당액수가 권력층 수뇌부에 흘러들어가는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밝혀내지 못했다.

또한 1987년 한진그룹의 대한선주 인수에 특혜를 준 덕분에 한진은 2조 4600억원에 이득을 받았음에도 댓가로 전해진 검은 정치자금은 50억원으로 검찰이 밝혀냈다. 물론 그 이상의 돈이 갔을 개연성이 높았지만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의 검은 비자금의 하이라이트는 1986년 가을 금강산 댐 붕괴에 따른 평화의 댐 건설 모금에서 절정을 이뤘다. 전 정부는 ‘북한이 1988년 올림픽 직전에 물을 일시 방류해 서울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어 무산시키고 도발을 자행할 것’이라고 국민을 위협해 평화의 댐 모금활동이 전국민적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금강산댐 건설은 수십년이 걸리는 사업임이 밝혀졌고 전 정권이 야당과 재야의 ‘직선제 개헌 운동’을 막기위한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당시 평화의 댐 건설 자금으로 모금된 650억원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은 2000억원대 추징액 미납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자 ‘내 재산은 28만원뿐이 되지 않는다’고 추징금 납부를 거절해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다시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소유인 경기 연천군 ‘허브 빌리지’가 재차 타깃이 되고 있다. 약 1만7000평 규모의 허브 빌리지는 1만4000평의 국내 최대 허브 가든이다. 이미 2006년 6월 주요 시설이 완공되면서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연천군 왕징면 북삼리 일대(222, 221, 산66번지)의 2만평의 토지가 전재국씨를 비롯해 부인 정모씨, 딸 전모양이 소유하고 있다. 공시지가 역시 구입한 2004년, 2005년에 비해 최소 서너배에서 20배 이상으로 값이 올라 일부지역은 평당 100만원이 웃돌고 있다. 평당 30만으로 칠 경우(30만원×2만평) 60억원이 웃돌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전 씨의 사업체(시공사)에 유입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도 전재국씨는 검찰의 망을 교묘히 매번 빠져나갔다.

또한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8월에는 둘째 전재용씨와 두 아들 계좌에 현금화된 증권금융채권 일부가 확인됐다. 전재용씨 25억원과 두 아들 25억원으로 모두 50억원이었다. 이전에도 검찰은 전재용씨 괴자금 167억원중 73억원과 부인 이순자 여사와 친척으로부터 200억원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징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 대통령은 1000억이상 추징액을 미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태우 한보 수서비리,
YS 안풍사건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권 출발전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자금 4,000억원대 정도를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 강남 수서택지 개발에서 주택건설을 맡은 한보가 택지 분양에 따른 로비자금으로 청와대 장병조 문화체육담당비서관을 비롯해 민정당 이태섭, 김동주 의원과 평민당 이원배, 김태식 의원에게 수억원의 로비 자금을 건넸다. 그러나 이 외에 막대한 규모의 로비자금이 갔지만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마무리 됐다.

급기야 YS 정권 시절 박계동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128억원 상당이 예치된 계좌의 예금 조회표를 흔들며 ‘노태우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대기업 총수 등 40여명으로부터 41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노 대통령은 추징금중 519억원을 미납한 상황이다.


YS, 안풍사건 관련 측근비리 추적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검은 비자금을 통해 구속 수감시켰다는 점에서 기업들로부터 돈을 직접 받기는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유일한 거액의 비자금 사건이 ‘안풍 사건’으로 1996년 4.11 총선과 95년 6·27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검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1인당 수억원씩 뿌린 사건이다. 실제로 검찰은 2001년 안기부 예산 1200억원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을 기소해, 2005년 대법원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고 사실상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김영삼 비자금에 대해 추징금을 물리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은 YS보다 측근들에게 칼날을 겨눴다. 당시 ‘6공의 황태자’로 불린 김현철과 박철언 전 장관이 기업 유착 의혹에 시달렸다. 현철씨는 한보 수서 비리사건에서 66억원, 한솔 전 부회장으로부터 20억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구속된 바 있다.

한편 박 전 장관의 경우 전 보좌관이 ‘2000억원대 비자금 폭로’에도 불구하고 불법 자금을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검찰은 박 전 장관의 고발로 알려진 K 무용과 교수 소송사건에서 176억원에 대한 성격을 규명하지 못함으로써 비자금 수사를 미궁으로 빠뜨렸다.

검찰의 적극적인 불법 자금에 대한 수사보다 역대 대통령과 측근들의 교묘한 돈 세탁이 한수 위였다는 점에서 국고 환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한 관련 법령이 미비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권력형 부정 축재 재산 환수법’을 통해 대통령 비자금을 국고에 환수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MB 정권, 국가재정악화로 은닉자금 국고환수해야

2008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안 대표는 이 법안통과를 기점으로 “국내에 은닉된 재산뿐만 아니라 해외에 도피 재산까지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거액의 대통령 비자금을 추징하고 어려운 국가살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정기관과 정치권의 역대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심해지면서 당사자들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받지 않더라도 도덕적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역대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측근들 역시 안절부절일 수밖에 없게 됐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YS,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친인척, 측근들이 고구마줄기 엮기 듯 사정 기관 조사가 이뤄질 공산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고령의 나이에 합병증까지 겹쳐 역대 대통령의 수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83세인 YS의 경우 지난 8월 잇단 행사로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평소 등산과 배드민턴으로 건강관리를 해온 YS지만 고령의 나이를 피할 수는 없는 처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77살인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강화되면서 투병생활을 보내고 있다. 최근 혼자 일어서거나 걷기도 힘들 정도로 악화돼 장기투병중인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폐렴증세 악화로 한때 위독설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78살인 전 전 대통령은 공식적인 행사에 꼬박 참석하고 골프를 즐겨하는 등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전립선 수술을 받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불참했다. 그러나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