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남 법무장관 내정자 ‘위험하다’

“차기 김종빈 정치권서 급부상한다”

2009-09-29     윤지환 기자

MB정부의 위기다.

정운찬 총리를 비롯해 이귀남 법무장관, 임태희 노동장관, 백희영 여성장관 후보자, 이상의 합참의장 후보자의 도덕성이 여론에 도마 위에 올랐다.

10월 재보선을 앞둔 민주당은 후보자들에 도덕성 문제를 정권차원 도덕성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민주당의 서슬 퍼런 공격에 대항 전략으로, 정운찬을 살리고 대신 다른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전략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위장전입 등 도덕성에 문제를 일으킨 이귀남 후보자를 낙마시키고, 법무장관에 김종빈 카드를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정운찬 카드를 고집한 이유는 하나다. 정이 낙마할 때는 MB의 레임덕 현상이 우려돼서다. 그렇게되면 국정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빗게 된다. 그럴 경우 재보선은 물론 지방선거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됨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정을 살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카드를 버리려 하는 것이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9월 2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법 집행의 최고 자리에 오르려 하는 분이 위법을 한 것은 법질서 확립을 가치로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에선 곤혹스런 일”이라며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사실상 임명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도 당 내에서 논란이다. 이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때 검찰 중수부 3과장과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냈다. 당시 여권은 사정 작업 등을 이용해 한나라당 의원 35명을 당적 이탈시켜 빼갔다. 이에 “이 시기에 검찰과 청와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을 한나라당 추천으로 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정서적인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놓고 맹공을 퍼부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9월 17일 오전 열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국민들에게 사과드리겠다”라고 짧게 답한 뒤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외에도 부동산 차명 매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등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이춘석·박영선 의원은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부인이 이 후보자 처남의 소재 아파트에 가등기 돼 있다”며 부동산 차명 매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동생은 지난 2002년 10월 서울 이촌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했고 1개월 뒤 후보자의 배우자가 해당 아파트에 대해 매매 예약 가등기를 설정했다. 집 주인이 임의로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매매 예약 가등기를 한 것으로 미뤄 사실상 이 후보자의 부인이 동생 이름을 빌어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 후보자는 지난 98년 10월 이촌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할 때 당시 실제 매입가 보다 8천750만 원 낮게 신고,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권에선 정운찬 살리는 카드로 이귀남 후보나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 여권으로서는 총리에 비해 무게감이 덜한 국무위원 낙마에 의한 충격파가 작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실련도 인사청문회와 관련, 이 후보자와 백 후보자에 대해 장관 자격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